▲ 어떤 장면이 더 위험하고, 도로교통법 저촉 소지가 큰가?
선정성을 문제로 뮤직비디오가 상영불가 혹은 시간대 별로 상영제한 등의 처분이 종종 논란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번에 KBS가 월드스타 비와 류승찬 그리고 월드컵 응원송을 만든 김장훈, 싸이 등의 뮤직비디오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상영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도로교통법이든 뭐든 법은 물론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뮤직비디오가 대중들에게 도로를 점거하자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예술적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완장 찬 KBS의 과도한 권한 행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KBS의 수목드라마 불패신화를 연 아이리스의 경우 말도 탈도 많았던 광화문 전투신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 허가한 서울시와 무언가 주고받을 관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광화문을 지나야 했던 시민들은 그것이 예술을 위한 행위였기에 기꺼이 불편을 감수했다. 거기엔 아이리스를 안보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을 터다. 또한 아이리스를 보고 난 뒤, 누구도 광화문 도로를 점거하는 모방행위를 벌이지도 않았다. 굳이 아이리스가 아니라도 티비를 통해 거리를 달리는 장면은 일상적이라 할 정도로 흔한 일이다.

그런 KBS가 도로교통법을 이유로 예술행위에 대한 적격성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이런 이중 잣대는 KBS의 심의기능을 본질적으로 의심스럽게 만드는 자충수에 불과하다. 한국의 도로교통법이 대단히 문란해져서 일시적으로 강력한 계도의 필요가 생겼다 해도 예술행위에 대한 이런 식의 제재와 숨통조르기는 곤란한데, 더군다나 현재 도로교통법이 한국사회의 어젠다인 것도 아니다.

게다가 비나 류승찬의 경우는 사적인 이유에서 도로를 질주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김장훈과 싸이의 경우에는 월드컵 거리 응원을 표현한 것이어서 공익에 대한 KBS의 기준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2002년 전 세계가 한국에 대해서 감탄한 것은 비단 태극전사들의 축구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팀을 4강까지 끌어올린 불가사의한 힘의 원천이었던 거리응원에 주목했다.

예수도 아니고 거리응원은 모태의 나라에서 제지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SBS에 빼앗긴 월드컵 중계권 때문에 혹시라도 속 좁은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닌가도 의심하게 된다. 요즘 KBS가 취하는 행동들이 참 못마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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