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가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한국언론학회는 연합뉴스의 후원을 받아 연합뉴스의 위상과 발전방향을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고 미디어변화에 따른 연합뉴스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은 “우리 회사가 공적인 기능을 발휘하면서,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많은 특파원들을 통해 보도전문채널을 하면 잘할 것 같다”며 보도전문채널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번 토론회 첫 번째 세션에서 연합뉴스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미디어변화에 따른 연합뉴스의 대응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 연합뉴스가 후원하고 언론학회가 주최한 <미디어 환경 변화와 연합뉴스의 위상 제고> 토론회

전통적인 통신사업자로의 성격을 탈피하고, 연합뉴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발제자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디어산업의 재편은 뉴스통신사에 대해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뉴스 소비자에게 문자나 음성, 영상, 그래픽,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미디어 콘텐츠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손영준 교수는 “미디어융합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미래 연합뉴스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적 과제가 될 것”이라며 “공영 통신사의 질적 강화와 종합미디어 콘텐츠 제공자로서의 위상 강화 두 갈래 길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손영준 교수는 “연합뉴스는 단기적으로 뉴스전문 채널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뉴스전문채널 진출에 고려해야할 사항을 제시했다. △뉴스채널 자체의 산업적 경쟁력은 있는가? △연합뉴스의 뉴스채널은 공적가치 실현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 △과거 YTN 경험에서 어떤 점을 배울 것인가?” 등이다.

손영준 교수에 이어 발제한 김성태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패키지형 뉴스를 제공하는 AP통신이나, <세컨드 라이프>에서 통신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메신저와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신화통신 등 세계적 통신사 역시 인터넷을 기반으로 뉴스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국내 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성태 교수는 “큰 틀에서 체계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변신을 통해 단순히 국내의 뉴스 소비자 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전역의 독자층을 구성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뉴스 통신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제를 맡은 이완수 동서대 영상매스컴학부 교수는 “연합뉴스가 장기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며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대응을 주장했다.

이완수 교수는 “연합뉴스가 이제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의 뉴스통신사와 같이 신문과 방송에 뉴스를 뿌리는 상태로는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완수 교수는 “뉴스룸의 전문가 시대에서 거리의 아마추어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연합뉴스의 시장지위는 독보적이었다. 사실상 독점적 지위와 계약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뉴스나 정보의 속보성이라는 무기가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완수 교수는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하는 뉴스콘텐츠 개발과 공급방식이 필요하다”며 “개인 콘텐츠 소비자에 주목하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만들어 공급방식에 일정한 변화를 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언하건데 속보 매체라는 연합뉴스의 역할은 끝이 났다”며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에서 지식을 제공하는 매체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완수 교수는 패키징(packaging) 형태의 뉴스서비스를 강조하며 “조선일보, 동아일보, SBS, KBS 기사도 연합뉴스가 올려야 한다. 연합뉴스의 기사만 가지고 승부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들도 매체환경에 따른 연합뉴스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지만, 변화의 방식에 대해서는 달랐다. 매체환경 변화에 발맞추더라도, 전통적인 뉴스통신의 가치를 추구해야한다는 의견과 전통적 뉴스통신의 가치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종합 미디어그룹으로의 변화와 같은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측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김사승 숭실대는 연합뉴스의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김사승 교수는 “콘텐츠 생산자는 채산성이 낮다”며 “규모의 경제의 효과가 갈수록 높아지고, 콘텐츠 생산자인 연합뉴스는 위기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인 장치가 연합뉴스의 변화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국가가 개입해 호혜적 입장을 취했다는 것은 뭔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김사승 교수는 “국가기간통신사업자가 리테일러를 하는 것이 맞는냐는 논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 패키징 사업에까지는 진출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사승 교수는 뉴스의 생산과 유통 단계를 “콘텐츠 생산자, 이를 묶어서 분류하는 패키징 사업자, 최종 소비자에게 뉴스를 전달하는 리테일러”로 구분했다.

이건호 이화연대 교수도 연합뉴스의 적극적 변화를 요구했다. 이건호 교수는 “연합뉴스가 남들하는 것을 따라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만들었으면 한다”며 “연합뉴스가 뉴스포탈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뉴스통신의 전통적 가치 안에서도 미디어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국진 미래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연합뉴스가 구조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내로 접근하면 여러 곳으로부터 반발을 받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대외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국진 교수는 “보도전문채널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보다 아시아의 글로벌 리더십을 갖기 위한 비전을 갖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조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토론회가 연합뉴스의 철학적 이념과 경제적인 부분이 연계되어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라며 “연합뉴스가 추구해야 할 철학이 현실의 경제적인 부분을 타파하기 위해서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승조 교수는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철학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연합뉴스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뉴스사에서 토론자로 나온 이희용 미디어전략팀장은 적극적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보도전문채널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희용 팀장은 “연합뉴스가 미디어업계를 리드해야한다는 주문이 많지만 공격적 경영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뉴스 도매상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선입관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희용 팀장은 “연합뉴스가 전체 저널리즘 시장, 그리고 미디어 전체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합뉴스의 고객은 전 국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희용 팀장은 “글로 된 뉴스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뉴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선정될지 모르지만 영상뉴스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전했다. 이어 “스스로 안주하거 있거나, 움츠려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반성을 한다”며 “매체환경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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