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가 지난해 하반기 국정원,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자료 통계를 발표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이통사에게 요구해 건네받는 통신자료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사기관이 개인통신정보 오남용과 인권침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은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분별한 통신감청을 즉각 중단하고 실태를 즉각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인권 시민단체의 비판이 집중된 것은 이른바 ‘기지국 수사’다. ‘기지국 수사’는 “수사기관이 특정 시간에 기지국에서 잡히는 휴대전화번호를 모두 압수하거나 제공받는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에만 1,257회 수사가 이뤄졌다.

1,257회의 기지국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사기관이 이통사로부터 받아간 전화번호나 통신 아이디는 총 1,577만 8,887개로 회당 1만 2천개 꼴이다.

▲ 경찰청 앞에서 열린 <감청 실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도 놀랍고, 기지국에 있는 전화번호를 통째로 가져간다는 것도 놀랍다”며 “특정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표적 수사하기 위해 주변 기지국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 장여경 활동가는 “통신비밀보호법 13조를 보면 수사 대상자에게 그 사실과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은) 너무 많아서 통지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하고 있는데 당사자와 국민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나라 통비법에서는 과거시점과 미래시점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에서 ‘과거 시점’과 ‘장래 시점’을 구분해 정확한 시점까지도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기지국을 통해 개인통신정보를 가져가는 것’과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미래에 진행될 일에 대해 예측해 개인통신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후자의 경우 ‘실시간 위치추적’ 등으로 악용되어 집회 참가자의 개인정보를 모우는 도구로 악용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 장정욱 간사는 수사기관의 ‘기지국 수사’에 대해 “한두 명의 범인을 잡기위해 1만 2천명의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경찰이 국민을 적으로,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정욱 간사는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의 경찰의 인권침해가 늘어난 것에 대해 걱정스럽다”며 “‘기지국 수사’도 집회참가자들을 표적수사하기 위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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