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업에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중략) 전 경영인입니다. 제가 무슨 계속 보도제작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취임하고 보도제작에 개입한 사례가 없습니다" - 고대영 KBS 사장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고대영 사장이 정기이사회에 참석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 일체를 부정하고 파업 책임을 회피했다. 고대영 사장은 자신이 보도제작에 개입한 적은 없으며 '국정원 문건'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구 여권추천 이사들은 '고대영 사장 감싸기'와 동시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를 향해 "앙아치 집단", "민노총 똘마니" 등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고대영 사장은 20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정기이사회에 참석해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고대영 사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 ▲보도제작 개입 ▲부당인사발령 ▲국정원 문건 일체를 부정하고 파업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KBS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3주차 만에 나온 사장의 첫 공식석상 파업 관련 입장이다.

9월 1일 고대영 KBS사장이 방송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동하던 중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조합원들에게 퇴진요구를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BS이사회는 총파업 사태 이후 임시이사회까지 소집하며 고대영 사장으로부터 파업대책에 관한 보고를 받으려 했으나 고 사장은 별다른 사유없이 불참해왔다. 6일 임시이사회에는 일정에 없던 평창올림픽 행사에 참여한다며 불참했고, 14일 임시이사회에는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사장과 경영진만을 보내 보고하게 했다.

고대영 사장은 파업 진행상황을 이사들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수치를 왜곡해 "KBS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사장은 "현재까지 11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전체 구성원 중 약 23%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TV· 라디오 프로그램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파업을 주도하는 KBS본부 조합원 수만 2000여명으로 구노조인 KBS노조 파업참여 인원까지 합치면 고 사장의 설명과 많이 다르다. 프로그램 또한 뉴스 프로그램의 축소를 비롯해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등 예능프로그램에까지 파업 불길이 번지고 있다.

또 고대영 사장은 이른바 '국정원 문건'이라 불리는 국정원의 KBS 인사조직 개입정황에 대해 "아는 바 없다. KBS사장은 청와대에서 지시받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KBS본부는 지난 18일 '국정원 문건' 을 폭로하며 "고대영 사장은 국정원 문건이 작성됐던 2010년 전후로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 개입했거나 협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제기했다.

구 여권추천 이사들은 고대영 사장을 감싸며 노골적인 노조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이사회 출석과정에서 조합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는 이사회 도착 후 옷을 집어 던지며 KBS본부를 향해 "양아치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대체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방송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학교에 협박까지 들어왔다. (KBS본부가)민주당의 방송장악 안건대로 착실히 따라가고 있다"고 핏대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조우석 이사는 "조합원들이 민노총의 똘마니가 돼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고 있다"며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법과 원칙의 서슬푸른 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직장폐쇄'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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