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PD연합회, KBS·MBC정상화시민행동 등 언론·시민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MB블랙리스트'의 전문 공개와 관련자 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문건 공개 없이 국정원 내부와 검찰 수사만으로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국정원의 원문공개 결단을 촉구했다.

국정원 적폐청산TF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는 ▲좌파 연예인 비판활동 견제 방안 ▲KBS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여부 ▲좌편향방송PD 주요제작활동실태 ▲좌편향 성향 언론인, 학자, 연예인이 진행하는 TV 및 라디오 고정프로그램 실태 파악 ▲MBC정상화전략 및 추진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TF는 간략한 내용과 리스트에 오른 명단만을 공개했을뿐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PD연합회, KBS·MBC정상화시민행동 등 언론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MB블랙리스트'의 전문공개와 관련자 수사를 요구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페이스북 캡처)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정원 적폐청산TF가 문건의 존재여부만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블랙리스트가) 기밀일 리 없다. 반헌법적 불법적인 행위"라며 "국정원이 공개를 꺼려하는 것에 대해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에서 언론장악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를 논의 중"이라며 "이 자료(블랙리스트 문건)가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원문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일준 PD연합회 회장은 "(국정원이)공산주의 간첩 색출하라고 했더니 공산주의 국가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며 "오로지 권력이 원하는 대로 나팔을 불어주기를 바라는 그런 언론관을 가진 자들이 나라를 제멋대로 농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회장은 "무엇 때문에 자세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느냐"면서 "국정원은 당장 피의자들의 명단과 KBS·MBC에서 말도 안되는 짓에 부역한 자들의 명단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환균 위원장과 송일준 회장 모두는 MBC PD출신으로 MBC 'PD수첩'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다. 김환균 위원장은 'PD수첩'의 팀장이었으나 MBC 김재철 사장 취임 후 이유없이 팀에서 배제됐으며 송일준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소고기 협정을 비판하는 방송을 했다가 'PD수첩'에서 쫓겨나고 검찰에 기소당한 바 있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블랙리스트에 협력했던 KBS·MBC 내부구성원의 명단공개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 본부장은 "2010년 당시 MB언론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고대영 보도본부장(현 KBS사장), 변석찬 라디오 부장(현 KBS이사)는 어디로부터 무슨 지시를 받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고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MBC본부는 블랙리스트 문건공개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문건 공개청원서'를 국정원에 제출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문건 공개청원서'를 국정원에 제출했다. 언론노조는 13일부터 청와대 소통광장에 국정원 문건 공개를 요청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