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열린음악회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방송을 제작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KBS가 삼성 사내방송이냐"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KBS 열린음악회는 지난 27일 부산광역시에서 부산시가 주최하고,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주관하는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 초대장에 따르면,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다.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는 오는 4일 저녁, KBS 1TV에서 방영된다.

이를 놓고 KBS 열린음악회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비판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이횃불씨는 "삼성 사내방송으로 거듭난 것을 축하드린다. 그런 의미에서 수신료는 앞으로 청구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며 "삼성의 사내방송에 세금을 내려고 생각하니 돈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꼬집었다.

홍희도씨도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이용해 국민이 낸 시청료를 가지고 방송을 하겠다면 그것은 범죄행위"라며 "정 삼성이 좋고, 이병철이라는 인간을 기념하고 싶으면 KBS의 문은 닫고 삼성에 모두들 입사해 사내방송으로 신장개업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아예 다음 회는 이건희 사면 기념 음악회, 그 다음 회는 이건희 경영복귀 기념 음악회를 하라"(이진일씨) "이런 KBS에게 단돈 1원도 아깝다"(최승훈씨) "시청자들에게 열려야 할 공영방송이 돈에 활짝 열려버렸다"(홍승희씨) "엽기 음악회"(김홍모씨)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내규 부위원장 역시 "기업 창업주를 위해 공중파를 이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공영방송을 죽이는 행동"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 KBS 열린음악회 시청자의견 게시판 캡처.
하지만 KBS 측은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방송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열린음악회 관계자는 "주제는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일뿐,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을 기념하는 방송이 아니다. 티켓과 팸플릿은 행사 주최 측(부산시)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한 것 같은데 내용적으로는 이병철 회장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KBS 강선규 홍보팀장도 "호암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방송이 아니다.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가 원래 주제"라며 "행사를 협찬한 곳(신세계백화점)에서 티켓을 그렇게 만든 것 같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인을 기념하는 방송이 아니다. 특정인을 기념하는 멘트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나 신세계백화점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강 팀장은 "열린음악회 제작진들이 신세계 측에 항의했다"며 "열린음악회는 녹화방송이기 때문에 오는 4일 방송에서 특정인과 관련된 부분은 전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우리 역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시가 한 개인을 위해 행사를 개최할 순 없다"며 "주관인 신세계백화점에서 티켓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백화점이 행사를 협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부산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스>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과도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신세계 측은 "행사 담당자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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