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같은 예능. 독립다큐영화로 작년 한국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흔치 않은 경우였다. 청춘불패가 전원주택이라는 호사스러운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털털한 탤런트 이계인의 닭장을 방문하고, 그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를 찾아 닭 기르는 법과 일소를 부리는 노하우 등을 배우면서 대국민약속 다섯 가지를 내놓았다. 그중에 웃기겠다는 조항은 없었다. 그것을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무슨 예능의 약속이 이런가 하며 겉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속으로는 대견하다고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장 농기계 운전부터 배우고, 닭을 더 마련하기 위해 농협대출도 받았다. 트랙터 운전을 할 때부터 안색이 검고 안 좋아 보였던 유리는 결국 신종플루로 한 주를 쉬어야 했고, 대신에 한솥밥 먹는 수영이 자리를 채워주었다. 데뷔 초반부터 각종 예능에서 소녀시대 개인기 등을 도맡아 온 수영답게 전혀 땜빵스럽지 않고 오히려 자기 몫 이상을 해주었다.

지난주 이슈가 되기도 했던 각부애라는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영리한 머리로 상황 파악이 빠르고, 순발력도 강한 수영의 예능 적합성을 새삼스럽게 각인시켜서 수영에게는 봄 개편의 희소식을 기다려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청춘불패의 큰 맥락은 대국민약속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것이다. 그 약속에 웃기겠다는 내용을 뺀 것을 보면 시청률에 연연치 않겠다는 뚝심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명색이 예능인데 정말 다큐처럼 할 수는 없고 그런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써니와 하라의 문워크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청춘불패는 다소 지나친 표현과 편집의 미스로 인해 오랜만에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그 실수한 내용을 곰곰이 들여다보니 원인은 인터넷에 있었다. 그동안 청춘불패의 웃음요소로 인터넷에 회자된 내용의 으뜸은 성인돌이었고, 아주 최근에는 나르샤의 개(?)매너라는 이름으로 떠돌았던 한 컷의 사진이었다.

나이 서른에 못할 표현이 없겠지만 아쉽게도 청춘불패는 아직 19살의 미성년 현아가 있다. 게다가 방영시간이 심야라 해도 걸그룹이 출연진이다 보니 주 시청층은 심야라고 방심할 수 없는 청소년층이 다수 포함돼있다. 때문에 성인돌의 콘셉트를 버릴 필요는 없겠지만 일정한 선에서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마땅히 케릭터가 없고, 있던 케릭터도 식상해져 더 할 게 없는 G7이 나르샤 아이템을 응용하는 것은 피했어야 할 유혹이었다.

물론 나르샤 역시도 지나친 성인돌 애드리브는 삼가는 것이 좋다. 다 알고는 있지만 어쨌거나 현아가 미성년이라는 점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아킬레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청불에서 가장 나빴던 것은 수영과 하라의 신체부위를 희화한 김신영의 애드리브였다. 이 정도는 충분히 편집에서 걸렀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영보다는 제작진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의 장면은 유치를 두고 벌어진 내용들인데, 유치 발정 운운하면서 이어지는 멘트들은 현아 것만 잘라냈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유치를 안는 방법도 일반 강아지와 다른 것도 애초에 개매너의 재탕을 노린 듯한 인상을 주었고, 하라가 플라스틱 그릇으로 유치의 배부분을 가렸다. 그런 것은 단 한 번으로 족한 재치일 뿐 다시 재탕욕심을 가져서는 안될 부분이었다. 그렇게 준비(?)된 것보다는 하라가 유치에게 약을 먹이면서 입 안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귀엽고 재미도 있었다.

하루 종일 촬영해서 한두 시간 방영되는 패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편집이다. 이번 주 청춘불패가 장 담그기를 한 것은 절기를 잊지 않는 국민대약속 이전의 대전제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슈퍼나 마트에서 쉽게 사다 먹는 고추장, 된장이 아니라 손맛이 담겨있는 진짜 장 담그기는 도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음식 갖고 장난치면 구설수에 오를 지 모르겠지만, 편집의 포인트를 그쪽에 더 두었더라면 불필요한 장면들은 걸러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청춘불패 멤버들 역시 아직도 예능 초보들이기는 하지만 조금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어차피 일인 모노드라마도 아니고 여럿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영원한 원톱은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청춘불패에서도 중심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당장의 분량에 대한 욕심보다 묵묵히 연구하고 또 기다리다 보면 오지 않았던 예능감의 폭탄도 맞게 되고, 지났던 인기도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청춘불패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한 곳에 정착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전원일기 같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긴 호흡과 잘 삭힌 장맛 같은 느긋함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 떠오르는 일시적 이슈에 휘둘리지 말고 대국민약속을 할 때의 자막처럼 우보천리의 마음으로 걷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몇 가지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청춘불패는 여전히 크게 웃을 일 없이도 시간을 빨리 돌리게 하는 힘이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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