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의 기본 정석은 웃기는 것이다. 간혹 그것에서 벗어난 경우가 없지 않은데, 우리결혼했어요(아래 우결)의 서현, 용화 커플이 그 대표적 케이스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갓 데뷔한 용화가 우결 이전에 일밤 헌터스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웃기는 재능은 기대할 바 못된다.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서현이다. 데뷔 3년차인 서현이 소위 예능감으로 사람을 웃긴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남을 웃기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공통점은 스르르 웃게 한다는 점이다. 미남이시네요에서의 신우형님일 때 그랬고, 재기발랄한 여덟 언니들 속에 새초롬한 모습으로 오래 침묵하다 가끔 돌아오는 순서에도 그저 수준은 모습에 사람들은 배시시 웃게 된다. 용서커플은 그렇게 보면 참 닮은 둘이고 그래서 좋은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의 성격과 매력의 서막을 연 것은 낙원상가 편이었다. 앞서 아담부부가 특별한 커플노래를 만들어 가요차트를 석권하기도 해서 역시 가수인 용서커플은 소재에서 약간의 제약을 받지만, 그것을 커버한 것이 악기였다. 밴드리더인 용화와 피아노 연주를 잘하는 용서커플의 낙원상가 방문은 용화의 소원을 위한 기타를 사주기 위한 것이지만 앞으로 이들 커플의 방향 하나를 확정하는 분위기였다.

서현에게는 낯선 낙원상가를 돌며 기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엉성한 솜씨지만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을 합주하고, 나와서는 국민연탄곡 1,2를 함께 하는 모습은 하나도 웃기는 대목은 없지만 분명 그들을 보는 시선들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을 것이다. 웃기기보다는 웃게 하는 용서커플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사실 깝권의 아담부부와 겨뤄 더 웃기기란 누가 와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의 앵글이 잡혔다고 보인다.

게다가 용화의 짖궂은 서현 놀려먹기에 가려졌던 찡찡이 서현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남으로 해서 다소 건조한 용서커플의 연예에 양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망상(?) 프로그램이라는 우결에 시청자들을 빙의시키는 주된 프레임은 순수, 어색, 고지식 서현을 그대로 인정하고 장점으로 받아드리는 용화의 조심스러운 배려일 것이다.

역시나 용화로서는 신우형님의 케릭터를 버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진운의 리액션은 용서커플을 대하는 시청자의 모든 상상과 감성을 대신해서 짧지만 빼먹을 수 없는 흥미이다. 다소 잔인하긴 하지만.

한편 도대체가 접대용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번번히 얼굴 빨개지는 연예인을 떠나 천연기념물 같은 소녀 서현은 우결 중계석이 녹아내렸던 용화의 로맨틱한 멘트에도 무감각하다. 역시 그것이 서현의 매력이긴 하다. 소녀시대 언니들만큼 활발하고 발랄한 면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매사에 뒷걸음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이 걸어 다니는 동화 같은 서현에게도 우결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래도 예능이 요구하는 톡톡 튀는 재미는 언젠가 지원에 나설 소녀시대 언니들이 맡아줄 것이다. 씨엔블루 멤버들은 용화 외에 예능의 검증이 없었던 터라 아직은 소녀시대의 지원만이 예상 가능하다. 그렇지만 꽃미남부대인 씨엔블루 멤버들의 가세도 누나, 이모들의 눈을 빼앗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그 전력을 현재 단계에서 소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당분간은 용서커플의 차별화된 콘셉트 쌓기에 집중할 것이다.

용화의 서현에게 기타를 사준 후 털어놓은 소원이 한 달 내 노래 하나를 연주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이들의 결혼생활의 많은 부분을 음악이 차지할 것이며, 박미선이 "음악으로 교감하는 것이 참 예쁘다"고 한 것처럼 음악커플로서의 교감을 넓히는 동시에 시청자의 동의를 끌어내고자 애쓸 것으로 보인다. 그 음악은 용화가 "절대 때 묻히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도 그렇거니와 압도적인 우결 아니 아담부부 팬 외에 이들을 바라보는 특별한 감시의 눈을 안심시키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훌륭한 매개가 되어 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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