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끌기 위해 붙인 자극적인 제목이 결코 아니다. 절대 농기로 하는 말도 아니다. 진짜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 경청해 주기 바란다. 현덕수, 조승호 그리고 노종면. 오랫동안 떠나 있던 당신들을 위해 현장의 후배들이 꽃길을 만들었다는 소식 잘 들었다. 아, 멋지다. 멋진 친구들이다. 상암동 YTN 건물 주변에는 그곳의 동지들뿐만 아니라 선한 시민들이 내건 몇 개의 환영 현수막들도 붙어있지 않던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부정한 것들이여 두려워하라. 드디어 ‘선수’들이 돌아온다!

부당하게 해직되어, 결코 기죽지 않은 채 바깥에서 한 치 부끄러움 없이 시종일관 치열하게 생존하고 또 투쟁하다가, 마침내 당당히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이들이다. 그런 그대들은 물론이고, 당신들을 지켜봐온 주변 사람들에게도 벅찬 회환과 뜨거운 눈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리라. 마음껏 부둥켜안고, 열렬히 인사라도 나누며, 뜨겁게 건배를 거듭하라.

낄낄 대고, 끄억끄억 토하며, 와와 외쳐도 좋다. 당신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그만큼의 자격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 그건 결코 승자의 오만한 귀환 행사가 아니다. 권력에 핍박 받은 선하고 약한 자가 자기 자리를 되찾을 때 그때 자동으로 솟구쳐 오르는 감정 덩어리, 그 자리에서 응당 뱉어내야 할 설움과 회한의 표식, 각오와 분발의 몸짓일 뿐이다.

나도 그대들의 가슴을 탕탕 치고, 그대들과 어깨를 걸어, 풀쩍풀쩍 뛰고 나뒹굴고 싶다. 저 비정했던, 벽 같이만 느껴졌던 상암 디지털단지 차가운 유리건물들 앞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눈물을 훔치면서 말이다. 이런 내 절절한 심정을 꼭 알아주시라, 나의 동무여, 동지들이여. 그러면서 나는 이제 좀 더 차분해져서, 그대에게 어제 밤부터 든 생각을 말하려고 한다. 맨정신으로 다시 당부하는 데, 제발 더 이상 나서지 마시라. 꼭 그러라.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는가?

앵커실로 발령 받은 그대에게 앵커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 하시라, 해야 한다. 노종면이 다시 YTN을 대표하는 앵커로 스튜디오에 앉는 게 맞다. 조승호가 카메라 앞에 진실의 뉴스를 전하고, 현덕수가 마이크를 들어 고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게 순리이듯이 말이다. 그 역할은 오히려 시간이 지났다고 양보하거나 포기할 게 전혀 아니다. 우리는 인간 노종면, 해직자 조승호, 시민 현덕수만 만나고 싶지 않다. 기자 노종면, 저널리스트 조승호, 언론인 현덕수와 다시 화면에서 자주 마주하기를 학수고대한다.

그러기 위해 촛불혁명으로써 당신들을 부당한 해직, 폭력적 구금 상태에서 해방시켜 준 것이 아닌가? 내 이야기는 간단히 말해 이런 거다. 환대의 시간이 끝나면, 곧바로 앞서 끄는 역할은 다시 후배들에게 맡기고, 선배로서 위에서 지도할 생각은 아예 말고 빠지라. 뒤로 빠져 후배들이 힘차게 YTN을 진실한 뉴스기관으로 바꿔나가다 기댈 수 있는 버팀이 되고, 그들이 YTN을 진정한 뉴스채널로 책임지고 되돌릴 수 있도록 아래에 박힌 튼실한 바위처럼 몸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노종면, 그대와 같은 사람에게는 네 개의 자리가 가능할 성 싶다. 앞서 나가는 전위의 역, 위에서 지도하는 상부의 역할, 아래로부터 떠받드는 하위의 책임, 그리고 뒤에서 밀어주는 배후의 직무다. 나는 이제 당신에게 상부가 아닌 하위, 전위가 아닌 배후가 되기를 권하고 있다. YTN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참된 저널리즘 기관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당신이 지금부터 맡아야 할 훨씬 더 힘들고 중요한 역할이다. 아래로부터 YTN 재건의 새로운 주춧돌이 되고, 뒤로 빠져 YTN 재활의 버팀목이 되라. 무슨 말인 줄 알겠는가?

YTN의 생명 부활은 새로 올 상위의 사장, 경영진들이 할 게 전혀 아니다. 시청자들이 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방의 노조집행부에게 맡길 건가? 결국은, 당신들이 해직된 동안 YTN에 남은, 그래서 그대들은 물론이고 시민·시청자에게, 한국사회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YTN에 큰 빚이 있는, 바로 당신들의 동료, 후배들의 책임이다. 그들이 이제 수동과 무력, 관망과 방기의 체질을 접고, YTN의 중창작업에 일떠서야 하는 게 맞다. 노종면, 당신의 역할은, 그렇게 당신의 후배들이 다퉈 앞서 나가도록 뒤에서 힘차게 성원하는 일이다. 분발토록 필요하다면 채찍질하고, 훨씬 자주 격려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중하게, 차분히 지켜보고 판단하며 숙의할 시간도 가져야 한다. 실패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 배후지의 역할을 성실하게 찾아내면서, 말했듯 그대는 무너진 YTN 저널리즘 재건축의 튼실한 초석이 되어라. 새로운 선봉, 참신한 선봉 역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저널리즘의 기회를 악덕한 낙하산 권력과 무능한 자기검열 기간 동안 통째 빼앗겨버렸던 보다 젊은 후배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들로 하여금 YTN의 기관을 새롭게 돌리게 하라. 그들 ‘대중’이 잘해야 YTN이 잘되고, 이 땅의 공론장이 다시 살아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넘어 새로운 진보의 길을 찾을 게 아닌가? 그럴 수 있는 내부의 선수, 내부의 흐름, 내부의 운동과 동력선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 그게 바로 대표선수 노종면, 당신이 지금부터 고난을 함께한 여타 복직자 선배들과 함께 뒤에서, 아래에서, 묵묵히, 집요하게 할 사역이다. 촛불의 명령이다. YTN 패망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알겠는가? 노종면 나서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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