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디어스는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세 차례에 걸쳐 처리를 시도했던 이른바 '방송3법 단일안'을 입수했다. 골자는 KBS 이사 15명 중 6명,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EBS 이사 13명 중 5명을 국회가 추천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단일안이 '시청자 중심 공영방송'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시청자 중심의 지배구조와 이사, 사장 자격 요건·독립성 강화를 통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이다.

방송3법은 KBS·MBC·EBS 지배구조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문진, EBS) 구도로 추천해왔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최선안을 찾겠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추천 몫이 전체 공영방송 이사 수의 '4분의 1 이하'로 설계된 방송3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2대 국회 과방위의 방송3법 공청회에서 제시된 언론시민사회 의견은 국회 추천 몫 '3분의 1 이하'였다.
미디어스는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단일안을 입수했다. 단일안을 보면 공영방송 이사 수는 KBS 이사회 15명, 방문진·EBS 이사회 수는 13명으로 확대된다.
KBS 이사 15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6명, KBS 시청자위원회 추천 2명, KBS 임직원 추천 3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 추천 2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2개 변호사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각 주체로부터 추천된 KBS 이사 후보는 방통위가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방문진 이사 13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5명, MBC 시청자위원회 추천 2명, MBC 임직원 추천 2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 추천 2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2개 변호사단체 추천 2명으로 구성된다. 각 주체로부터 추천된 방문진 이사 후보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EBS 이사 13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 5명, EBS 시청자위원회 추천 2명, EBS 임직원 추천 1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학회 추천 1명,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2개 교육단체 추천 2명, 교육부장관 추천 1명, 교육감 협의체 추천 1명으로 구성된다. 각 주체로부터 추천된 EBS 이사 후보는 방통위가 임명한다.
국회 교섭단체 추천 이사는 의석수 비율로 계산해 여야 몫을 나눈다. 예를 들어 KBS의 경우 총 6명의 국회 추천 이사는 각 교섭단체별 추천 이사 수를 '6 × 해당 교섭단체 의석수 ÷ 각 교섭단체 의석수의 합계' 수식으로 계산하도록 법안에 규정했다. 현재 민주당은 167석, 국민의힘은 107석의 의석수를 갖고 있다. 계산해보면 민주당은 4명, 국민의힘은 2명 추천하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식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운영 후 이사회가 특별다수제·결선투표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추위를 구성하면, 사추위는 사장 후보자들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공영방송 이사회는 2주 이내에 재적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사장 후보자 1인을 의결한다. 2주 이내에 의결하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를 실시해 사장 후보자 1인을 의결한다.
방송3법 단일안은 부칙을 통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 공영방송 이사·사장은 후임 이사·사장이 방송3법에 따라 새로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방송3법 단일안은 정치권력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명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까지 국회에서 논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여 야 추천 이사 비율을 '7 대 6'으로 맞추고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를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의 불법적 관행을 명문화하는 내용으로 당시 언론단체와 시민사회는 '정치권은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손 떼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차악의 방법'이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기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를 전체의 '4분의 1' 이하로 규정하는 방송3법을 발의했다. 국회 교섭단체 5명, 미디어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직능단체(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6명 추천 몫이 규정됐다. 이 법안은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현재 민주당 과방위의 속도전에서 방송3법 단일안은 전체 공영방송 이사 중 정치권 추천 비율을 40% 보장하는 내용이다. 정치권 추천 이사가 많을수록 공영방송 이사회는 정치권 '대리인'들의 전쟁터가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이전 국회에서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중 법조계 추천권을 명문화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강효상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당시 강효상 의원은 13개 기관에서 각 1명씩 KBS 이사를 추천하는 안을 발의했는데 이 중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추천 1명'이 규정됐다. 변협은 최근 박장범 KBS 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현직 KBS 직원을 내란 특검보로 추천해 논란을 빚었다. (관련기사▶내란 특검보 추천에 KBS 내부 "내란 수사 제대로 되겠나"…왜)
EBS의 경우 법 개정의 실익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3법 단일안은 EBS 이사·사장 임명권을 방통위에 두고 교육부 장관과 교육단체에 EBS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현행법상 EBS 지배구조와 사실상 차이점이 없고 오히려 교육단체 몫 이사는 1명 늘었다. 그동안 EBS 구성원들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방통위와 교육부에 종속된 구조를 타파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지난 27일 미디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논하면서 가장 공공성이 요구되는 방송을 행정부 산하에 그대로 두려는 접근은 설득력을 잃는다"면서 "EBS의 성격상 교육계의 전문성과 참여는 중요하지만, 그 비중이 과도해질 경우 특정 집단의 영향력에 편향된 이사회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종속성과 다를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누가 방송독립 길목서 EBS만 차별하는 이유 답할 것인가)

사추위를 통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은 이사회가 사추위 구성·운영과 사장 후보자 추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민주당의 슬로건에 온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이사회 구성에 따라 사추위 구성·운영과 사장 후보자 추천 방식·절차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보수·진보 진영 중 이사 수를 많이 확보한 쪽이 자기 진영에 유리한 사장 선임 절차를 정할 우려가 있다. 또 방송3법 단일안은 사추위를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하여 무작위'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작위로 선정된 사추위원이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결격사유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시청자 중심의 공영방송 경영진 구조 및 선임 방식 개선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의 자격요건 강화 ▲공영방송 임원의 직무상 독립과 정치 중립 의무 강화 등을 대선공약집에 담았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 교수는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단일안이 이재명 대통령 공약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정치권에서 상당 부분 개입해 정치적 후견주의 강화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공약에서 밝힌 '시청자 중심'의 공영방송 경영진 구조 약속에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단일안에는 공영방송 임원의 직무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화하는 규정도 배제되어 있다. 이 규정이 신설되어야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의 정치적 연계 활동, 정치이념 편향적 행태의 방지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할 수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과방위 민주당, 방송3법 속도전 불발
- 누가 방송독립 길목서 EBS만 차별하는 이유 답할 것인가
- 민주당 정책위의장 "방송3법, 최대한 여야 협의"
- 과방위, 27일 방송3법 처리…민주당·국민의힘 협의는?
- 과방위, 30일 '방송3법' 전체회의 개최…단일안 오리무중
- "졸속 방송3법, 오히려 '권력 종속성' 초래"
- '방송3법 6월 내 처리' 논의하는 민주당
- "방송3법, 당내 이견으로 중단될 이유 없어…공약 이행하라"
- 순연된 방송3법 키는 민주당 새 원내지도부에게
- 최민희,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 사퇴…"방송3법 집중"
- "이재명 정부 공약, 방송3법 빠르게 추진하라"
- 과방위 민주당, 돌연 '방송3법 국힘 협의'로 선회
- 신동호 막아낸 EBS노조가 과방위 방송3법 비판하는 이유
- EBS구성원, ‘귀닫은’ 과방위 민주당에 '공영방송 독립성' 호소
- 민주당 과방위의 방송3법 속도전 문제 없나
- 민주당 과방위, '정치권 50% 육박' 방송3법 대선 이후로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 왜 '정치권 몫'은 늘었을까
- 공영방송서 손 못 떼는 방송3법 단일안의 출처는
- 민주당, '정치권 몫 공영방송 이사 50%' 명문화하나
- 방송3법 속도전이 허망한 이유 '윤석열 체제 방통위'
- 이훈기 "방송3법, 정치권 후견주의 최소화해야"
- 문진석 "방송3법 처리, 이재명 정부 완전히 구성된 이후"
- 유시춘 이사장 "EBS 이사 임명, KBS와 차등을 둔 이유 모르겠다"
- PD연합회장 "'윤석열 폐기' 방송3법보다 후퇴한 것 아닌가"
- 민주당 과방위, 2일 '방송3법' 법안소위 심사 재강행
-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YTN은 되고 종편·SBS는 봐주기?
- '국회 추천 100%' 국힘, 방송3법 심사 보이콧
- 민주당 과방위 '방송3법 단일안' 법안소위 통과
- SBS노조, '방송3법 단일안'에 "뒤통수 맞았다" 말하는 이유
- 방송3법 파문 "언론노조 위원장이 KBS·MBC만의 위원장인가"
- 공영방송 정치 후견주의 타파가 '평범한 악인'의 꿈인가
- 10개 지역민방노조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배제, 불공정 방송 면죄부"
- 최민희, 민방·EBS노조의 '방송3법' 거부
- 민주당 과방위, 전체회의 안건 방송3법 추가·강행
- 대통령실, 최민희·한겨레 '이 대통령 방송3법 힘 실어' 공식부인
- 민방노조·EBS노조 "민주당 방송3법은 방송사 갈라치기" 반발
- '정치권 추천 40%' 방송3법, 민주당 주도로 과방위 통과
- "국민에게 돌려준다더니 왜 EBS만 예외인가"
- 방통위 규칙이 정하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단체…악용 가능성은
- 한겨레 "방송3법 '디테일의 악마', 본회의까지 보완하길"
- 수그러들지 않는 방송3법 반발 "갈라치기 임명동의제"
- 언론개혁의 보수화와 방송3법 개정
- 언론·시민단체연대체도 방송3법 방송사 갈라치나
- 민방·EBS노조 "방송3법 '갈라치기' 수정할 시간 충분하다"
- 지역MBC, 방송3법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제외 파문
- 지역MBC노조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은 서울만 존재하나"
- 언론학자 "왜 정당 추천 공영방송 이사 40%인가"
- 이 대통령 공약 '공영방송 임원 정치중립 강화'법 나왔다
- 지역MBC노조 "과방위 방송3법, 서울 중심의 선택적 진보"
- 방송3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사장 교체, 정말 문제 없나
- MBC사장도 교체하라는 방송3법 부칙
- 국힘, 방송3법 8월 4일 본회의 상정 예상…필리버스터 별러
- 민주당, 8월 4일 '방송3법' 처리 예정
- 폭염 속 대통령실 달려간 EBS구성원 "왜 방통위 종속 유지해야 하나"
- 초읽기에 들어간 방송3법, EBS구성원 반발이 여전한 이유
- [전문가 포럼] 방송3법은 개혁의 출발인가
- 민주당 방송3법, 언론개혁의 첫 단추 잘 꿰었나
- 방송3법,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통과…국힘 반발
- 방송3법 불똥, 노동부 장관에게 튀어…신동욱 "모르면 물러나라"
- 한국일보 "방송3법,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해야"…정말 가능할까
- 언론노조, 방송법 통과에 "한국 언론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
- 방송3법 통과 완료…EBS 구성원은 웃을까
- 박장범 예고한 'KBS이사 3개월 내 교체' 헌법소원 제기돼
- KBS구성원 "공영방송 장악 첨병 이사들이 헌법소원 가당키나 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