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성관 칼럼] 지난 6월 10일 방송3법 처리를 위한 국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가 당일 취소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해 협의와 협치의 틀 안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약 보름 뒤인 27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가 재개되며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정권 교체기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방송3법 개정의 진정한 결과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3월 27일 경기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김성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오른쪽)이 신동호 사장(왼쪽)의 출근을 저지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미디어스)
3월 27일 경기 일산 동구 EBS 사옥 앞에서 김성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오른쪽)이 신동호 사장(왼쪽)의 출근을 저지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미디어스)

EBS법을 포함한 방송3법 개정의 핵심은 '방송독립'이다. 12·3 내란 이후,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보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정 작업은 본격화되었지만, 2024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13개 개정안의 민주당 통합 대안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 수, 국회 추천 비율 등 세부사항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작 가장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EBS법은 본질적 논의 없이 방치되고 있다.

방송3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혁신당 의원 13명 중 12명은 과거 EBS 사장 임명 방식을 대통령 임명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히려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에서 기존 입장과 정반대의 방향이 담긴 배경에 대한 공개적인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방송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이라면 그 자체로 납득 가능한 방향성과 절차의 정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EBS는 단순한 방송사가 아니다. 국가 교육 공공성 실현의 중심 플랫폼이자, 디지털 학습격차 해소와 평생교육 지원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는 교육공영방송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KBS나 MBC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공적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현행법상 EBS는 사장 임명, 예산, 사업 등 핵심적인 경영상 권한이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에 종속된 구조에 놓여 있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논하면서 가장 공공성이 요구되는 방송을 행정부 산하에 그대로 두려는 접근은 설득력을 잃는다.

특히, EBS 이사회 구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현재 민주당 논의에서 교육부 및 교육계 인사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구조가 유지되거나 강화되는 방향이 감지된다. 물론 교육공영방송이라는 EBS의 성격상 교육계의 전문성과 참여는 중요하지만, 그 비중이 과도해질 경우 특정 집단의 영향력에 편향된 이사회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정치적 종속성과 다를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 교육공공성과 방송 독립성은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야 하며 특정 이해집단의 과도한 지배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

EBS 현판(사진=미디어스)
EBS 현판(사진=미디어스)

이번 방송법 개정 논의에서 KBS와 MBC의 이사회 구성 방식은 사회적 대표성과 독립성 강화라는 원칙에 따라 어느 정도 설계되고 있다. 반면 EBS는 유독 논외로 취급되며, 기존 종속 구조를 공고화하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는 공영방송의 독립을 외치면서도 가장 취약한 고리는 그대로 남겨두는 모순이다. 진정한 공영방송 개혁이라면, EBS의 독립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국회가 답해야 할 때다. 왜 EBS만 예외로 두는가? 왜 민주당 의원 다수가 명확히 밝힌 개선 방향이 법안에 반영되지 않는가?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이라면 정파적 고려를 넘어서 정책적 정합성과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

EBS가 달라져야 대한민국 교육이 달라진다. 진정한 교육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방송법 개정안은 행정부 권력뿐 아니라 특정 이해집단의 영향력으로부터 EBS를 해방시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방송 독립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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