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50일 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개편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운영될 사회적 논의기구 '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김현 부위원장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 정책의 공공성을 고려해 진흥·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합의제 기구를 두는 것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치적 후견주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산업 진흥 정책은 독임제 부처에, 공공성 규제는 합의제 기구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개편안의 경우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안팎에서 '공정성 심의' 기능을 폐지·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공정성 심의는 이현령비현령식 규제로 정권이 비판 언론을 틀어막는 데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19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공동주관한 '방통위 정상화와 미디어기구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최민희 언론개혁특별위원장은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는 방송법 개정, 그리고 방통위 조직 개편은 조속하게 하겠다. 이물질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겠다"며 "지금의 시대정신은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고 방통위·방통심의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 외에 많은 하고 싶은 것들은 각자가 '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종합적인 숙의를 거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뭐든지 단순·명쾌하게, 복잡하지 않게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로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 운영'이 제시됐다. 국정기획위는 정부조직개편TF를 구성·운영했지만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만큼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김현 부위원장은 "50일 정도 안에 이 법이 제정되어야 방송3법 처리와 맞물려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김현 부위원장은 "IPTV, OTT 등 뉴미디어가 국민들 앞에 등장하면서 새로운 미디어 정책 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제가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방송장악에 혈안이 되어 통합미디어법 제정은 뒷전으로 미루고 방통위는 독임제로 운영했다. 이것을 정상화시키지 않고서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법 제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방송3법 부칙은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새로운 이사회가 사장을 선출하면 기존 사장은 임기가 종료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진숙 위원장 1인 방통위가 재편되지 않으면 공영방송 이사회 재구성과 사장 선출 절차는 시작될 수 없다. 방송3법이 방통위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임명·제청 권한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 부위원장의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은 방통위를 폐지하고 시청각미디어통신위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시청각미디어통신위는 방송·통신·OTT·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진흥, 이용자 보호 등의 정책을 수행하는 합의제 미디어 정책기구다. 법 공포 시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지위는 상실된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진흥·규제를 함께 담당한 합의제 기구 '방송위원회' 모델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훼손돼 일부 규제 정책만 맡는 현재의 '위축된 방통위'가 탄생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 등으로 미디어 정책 권한이 분산되면서 방통위의 폐해가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최영묵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기)정보인프라 강국이 되어 정보통신부가 활성화되고 대한민국이 IT 강국이 됐다. '한류'라는 공식적인 개념이 만들어져 시작되고 방통위를 공공성 있는 기구로 출범시켰다"며 "그 시스템이 가장 원초적으로 우리가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최영묵 교수는 "방통위를 오리지널, 가장 원천적인 형태로 복원하고 그것이 문제가 있으면 삼아야 한다. 제대로 만들어져 운영되지 못했고,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 기능을 갖는 한계에 있는 행정기구로서의 방통위를 어떻게 복원하느냐가 1차적 과제"라며 "합의제가 독임제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공적인 성격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 않나"라고 했다. 최영묵 교수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혼자 하는 것과 여야 합의 구도로 임명된 위원들이 논란을 거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 어떤 게 더 공공·공익적이겠냐"고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방통위의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를 지적하며 미디어 진흥 정책은 독임제 부처가, 공공성 규제는 합의제 기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상원 교수는 언론3학회의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안 논의에 한국방송학회를 대표해 참여했다.
이상원 교수는 "방통위 개혁 필요성을 얘기할 때 중요한 것은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라며 "위원회가 가장 좋은 점은 개인의 독단적 편견과 결정을 억제하면서 숙의를 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방통위에서 정치적 후견주의가 반복되고 있고, 방통위가 이런 문제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가 아니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상원 교수는 "미디어 정책은 공공성과 산업성,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등 사회문화·정치적 목표가 있고 생존이 되어야 이런 것(공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경제적 목표와 연결이 된다"며 "현재의 거버넌스(방통위)는 공공성도, 산업적 문제도 잘 해결하지 못했고 우리는 상당 기간 이 거버넌스를 경험했다. 하나는 사회·문화적 정책 목표를 잘 이뤄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목표를 이뤄내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원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독임제 미디어 거버넌스 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상원 교수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면 거버넌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 대통령)공약을 보면 미디어 공공성도 들어가 있지만 산업적인 부분도 있다.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방통위에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 교수는 "이상원 교수가 합의제 조직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탈피하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독임제의 경우 어떤 안건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그런데 방통위는 오히려 합의제 기구로 만들어 놓다 보니 투명해졌다"고 했다.
고 교수는 "투명하니까 안건에 반대도 하는 것이고 지적도 있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를 (방통위원이)임명장 받자마자 2시간 만에 선임하는 데 대해 우리가 절차적 적법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얘기는 곧 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치적 후견주의라는 부정적 시각에서만 볼 게 아니라, 합의제 기구이다 보니 투명성이 강화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장치를 하나 만들었다고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고 했다.
고 교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상 미디어 거버넌스는 합의제로 개편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고 교수는 "방송과 통신은 헌법상 기본권 영역이다. 개인의 의견 형성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본권으로서 가장 강력한 보호가 요청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며 "방송·통신 영역 정부조직을 얘기할 때 잊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기본권적 가치의 실현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게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는 합의제 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수를 늘리고 위원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진순 이사는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대통령의 자의적 의도를 수행하는 심부름센터 역할을 해왔다. 말로는 합의제인데 실제로는 독임제처럼 운영되어 온 폐단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라며 "일단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수와 위원 구성에 관해 폭넓은 고려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진순 이사는 "현행 5인 체제를 7~9인으로 확대하고, 확대된 위원 규모에 맞게 추천단체나 비율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민간영역에서 참여를 더 많이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위원장은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말하는데 이게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모든 공무원의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방송·통신 영역의 정책 결정이 중립적이어야 하고 소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기(보장 조항)를 두는 것으로 끝난 것이지, 여기에 시민사회가 방통위원을 추천하는 것은 할 수가 없다. 이것은 분명히 교통 정리를 해야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성 심의는 폐지·축소해야"
김현 부위원장 법안의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기능에 관한 우려는 특위 안팎에서 제기됐다. 합의제 미디어 거버넌스에 찬성하지만 언론·표현의 자유를 옥죌 수 있는 심의 규정은 폐지·축소해야한다는 비판이다.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는 방송 심의, 정보통신망법상 유해정보 심의에 더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 내용의 건전성 관련 심의'를 할 수 있다. 시청각미디통신심의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됐다. 또 심의위원장이 직무 수행 중 헌법·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진순 이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특히 문제가 돼 왔고 이것 때문에 심의의 윤리적 권위가 굉장히 산산조각이 났다"며 "정치적 공정성 심의는 폐지하거나 최소한 법정제재는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순 이사는 온라인상 혐오·차별 콘텐츠에 대한 통신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노종면 간사는 "그동안 류희림 위원장 체제 방통심의위가 왜 문제를 일으켰는가 생각해보면 저는 운영의 문제라고 본다. 일관되게 공정성 심의를 한답시고 보복·정치 심의를 했기 때문"이라며 "핵심은 공정성 심의다. 신문은 방송보다 나아서 그런 심의를 일상적으로 안 하나. 왜 꼭 방송만 이렇게 심의해야 하나"라고 했다.
노종면 간사는 "공정성이라는 주관적 심의를 할 수 있는 잣대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나"라며 "이렇게 법 개정까지 하는 마당이라면 공정성 심의를 못하도록 해 방통심의위의 역할과 기능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언론개혁특위 자문위원)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건전성 심의'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전문위원은 "필요한 조항이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 범위와 규제 절차를 정보통신망법 또는 새로 추진할 통합미디어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과잉 검열·심의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만 규정되어 있다. 방송법을 통합미디어법으로 개정해 OTT를 포섭하거나 정보통신방법에 OTT를 포섭해 규제 명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형 전문위원은 시청각미디어통신심의위원장을 국회 탄핵소추·인사청문 대상으로 규정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일정한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필요성에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방통심의위원장을 인사청문·탄핵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과방위를 통과하자 <방통심의위의 국가검열 기구화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과방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아예 정권이 방심위를 통제해 국가검열을 부활시킬수 있는 개악안"이라며 "내란범 윤석열의 계엄 포고령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도 다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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