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TV조선 방송 연설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초등학교 수위 취업제한도 차별이 된다'는 가짜뉴스를 서슴지 않았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의 취업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차별의 개념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말한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언론에 김문수 후보의 혐오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쓰지 말라고 요청했다. 민주노동당은 김문수 후보를 향해 "조두순이 수위를 못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믿어서 뇌까린 것이냐"고 비판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20일 TV조선을 통해 방영된 가족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과거 한 행사에 참석해 '공공기관·금융기관에 성소수자가 30%를 넘기도록 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고용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은 물론, 범죄 전과자까지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대로라면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한다고 해도 막으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가 가장 먼저 김문수 후보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특히 김문수 후보의 '조두순' 관련 발언을 인용하면서 "지적했다"는 서술어를 사용했다. 이후 뉴시스, 뉴스핌, 서울경제, 더팩트, 조선일보, 뉴데일리, 매일신문, 아주경제, TV조선, 시사저널, 노컷뉴스, 스카이데일리, 데일리안, 아시아투데이, 문화일보, 중앙일보, 크리스천투데이, 세계일보, MBN 등이 김문수 후보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21일 차제연은 성명을 내어 "언론에 요청한다. 김문수 후보의 방송연설에 대한 기사들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받아쓰기'와 다름 없었다"며 "언론은 혐오와 차별의 발언을 그대로 재현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차제연은 "언론노조가 '2025 대선 보도 준칙'을 발표하며 강조한 바대로, '주장을 단순 인용하는 제목으로 언론이 허위정보나 선동을 퍼뜨리는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인권과 존엄을 위한 적극적인 저널리즘 실천을 요구한다"고 했다.
차제연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이 '전과 차별을 못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특정한 사유로 사람을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라도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라면 모두 차별금지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전과자의 기본권이 제약돼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권영국 후보는 "전과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한이 있지 않나.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차제연은 "아동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제한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규정된 것으로, 차별금지법에 의하더라도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공무원 징계 등 다른 법률에 의한 불이익도 마찬가지"라며 "어떠한 전과는 다른 법률에 따라 취업제한 등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 부분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56조, 제57조, 제58조, 제60조, 제67조 등이 아동성범죄자 취업제한의 근거 조항이다.
이어 차제연은 "하지만 법에서 별도 규율하지 않았음에도 전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고 사회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것 역시 민주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이러한 모든 측면을 고려해 이루어졌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우라"고 쏘아붙였다.

21일 신민기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김문수 후보는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거짓말과 헛소리를 늘어놓았다"며 "거짓으로 공포를 선동하고 상식을 왜곡하는 후보를 시민 여러분께서 퇴출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신민기 부대변인은 "차별금지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을 해제하지 않는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제도는 별개의 법에 규정되어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법은 없다"고 했다.
신민기 부대변인은 "그러므로 김문수 후보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당한 차별'만 금지한다는 걸 안 읽어 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조두순이 초등학교 수위를 못하는 것이 '합리적 이유가 없는 부당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뇌까린 것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신민기 부대변인은 김문수 후보의 주장과 달리 성소수자에게 공공기관·금융기관 채용 특혜를 주자는 공약은 "세상에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신민기 부대변인은 "김문수 후보가 인용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이미 '(남녀 중)소수의 성별이 30%는 넘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정정된 발언이다. 오히려 성소수자는 차별적인 제도와 선입견 때문에 채용을 비롯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 발언은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이재명 후보가 해당 발언을 정정·해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지방선거, 총선, 대선 어디에서도 이런 정책이나 공약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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