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6·3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일정에 맞춰 각 언론사들도 선거보도 체제에 돌입, 후보자들의 주요 일정을 전하고 정책 검증에 나섰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의 내란 시도와 파면에서 비롯된 선거다. 유튜브에 생성형 AI까지 가세해 공론장이 혼탁해진 상황, 언론사들은 이번 대선의 의미와 유권자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을까?
지난달 언론노조 KBS본부가 대선 보도 모니터단을 구성, 운용하고 있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는 어느 방송보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대선보도 모니터 취지를 밝혔다. 모니터단은 KBS <뉴스9> 보도를 집중 모니터하고, 타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메인 뉴스를 비교·분석하여 다음 날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16일 공웅조 언론노조 KBS본부 지역부본부장과 전화 연결해 대선 보도 모니터단 활동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공 부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에서 대선 보도 모니터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KBS <뉴스9>가 끝나면 먼저 어떤 순서로 보도했는지, 어떤 후보와 정책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는지 분석하고 그다음에 타사 뉴스와도 비교, 분석하거든요. 모니터가 끝나면 밤 12시가 넘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 모니터단이 19명인데 돌아가면서 한 사람은 책임지고 모니터하고, 다른 한 사람은 빠진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같이 하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그 모니터 내용을 보고 보완해서 모니터 보고서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친 후에 홈페이지에 이렇게 올리고 있어요. 이렇게 모니터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밤늦은 작업으로 힘들지 않나요?
“매일 그렇게 하는 건 힘들겠지만 저희가 조를 짜서 하거든요. 그럼, 대선 기간에 한 사람이 두세 번 하는 거니까 많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물론 대선 관련 모든 뉴스를 꼼꼼히 봐야 하니부담감이 있기는 하죠.”
대선 보도 모니터단은 어떻게 꾸리게 됐나요?
“예전 같으면 선거 기간에 언론사가 티 안 내면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식으로 많이 했는데, 요즘엔 인터넷 매체도 많아졌고 스카이데일리처럼 가짜뉴스를 진짜처럼 포장해서 보도하는 경우도 생겼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KBS 뉴스의 영향력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크잖아요. 이 중차대한 선거에서 혹여 정치적 의도가 담긴 보도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가 제기됐고, 그런 부분을 감시할 필요가 있어 모니터단을 꾸렸습니다.”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선거방송 모니터를 했는데 그때와 차이점이 있을까요?
“모니터 기준의 차이는 없습니다. 편파적으로 보도했는지, 특정 후보에 너무 시간을 많이 배정해 준 건 아닌지, 특정 후보의 안 좋은 모습이나 실수만 너무 부각시키지는 않는지 등 모니터 기준은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윤석열 파면 이후에 급하게 치러지는 선거다 보니,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잖아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중요한 사실들을 누락시키는 일이 발생할까봐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모니터 원칙이 있나요?
“‘대선보도준칙’이라고 KBS에서 대선 보도를 할 때 지켜야 될 사항이 있어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유권자들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또 특정 후보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KBS 뉴스뿐만 아니라 다른 뉴스에서도 나타났던 부분이지만, 중계방송하듯 후보가 어디 가서 뭘 했고 무슨 말을 했다고 보도하죠. 보도 형식이 그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이 사람이 대통령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단순히 중계식으로 보도하는지 감시합니다.”
타 방송사 뉴스도 모니터 대상이라 비슷한 내용을 여러 번 볼 텐데?
“내용이 비슷한데 각 회사마다 강조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문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를 하면 특정 발언을 뽑아서 쓰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조금씩 뉘앙스의 차이가 생기죠.
그리고 요즘에는 아예 보도를 안 하는 경우가 좀 더 위험한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후보를 교체하면서 새벽에 지원서를 받았잖아요. 그런 사실은 국민의힘이 얼마나 나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분이죠. 그런데 KBS 뉴스에서는 그 부분들을 다 빼고 보도했거든요. 그런 내용을 찾아내야 하니 신경이 더 쓰이긴 합니다.”

매일 모니터 보고서를 KBS본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
“KBS 경영진이 노동조합에서 매일 뉴스 모니터 하면서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조심하게 되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가지고 합니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세요?
“사실 전날 모니터한 내용과 다음 날 모니터한 내용이 별 차이는 안 나거든요. 무슨 얘기냐면, 전날 KBS 뉴스에서 예를 들어 윤석열-김건희 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지적했는데, 다음 날도 같은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모니터해서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모니터를 계속 올리면서 사측에 촉구하고 있는데 그만큼 뉴스가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아서 우려스럽습니다.”
KBS의 대선 보도 특징을 정리해주신다면?
“일단 대선 보도의 양이 적어요. 그리고 이번 대선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인해서 치러지게 됐잖아요. 그럼 윤석열 내란 재판과 김건희의 범죄 의혹도 같이 설명돼야 하는 건데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되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거는 선거대로, 윤석열 보도는 윤석열 보도대로 떨어뜨려 놓고 보도하는데 그조차도 양이 많지 않다는 거죠.
또,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여야를 같은 비중으로 보도한다고 얘기하지만,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에 불리한 내용들은 교묘하게 감추거나 아니면 큰 문제를 작은 문제처럼 축소하는 식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앵커 멘트라든지, 아니면 기사 내용 중에 민주당 관련 내용들은 감정 실린 단어들을 쓴 게 많고요. 국민의힘 관련 내용은 10가지 비판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중에 두세 개만 구색 맞추기용으로 보도합니다. 국민의힘 문제를 지적해야 할 부분이면 따로 한 꼭지를 뽑아서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았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비틀어 보도하기도 하고요. 전반적으로 그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의도가 뭘까요?
“국민의힘에 불리한 뉴스가 많아진 건 사실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 거죠.”
예전 보도와 비교해 보면 어때요?
“어떤 정치 세력이든 KBS가 자기편을 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그런 보도를 해서는 안 되고, 그래서 대선보도준칙이 KBS 내부에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영방송사로서 그런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 관련해서 모니터를 해보니 KBS는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는 보도를 해왔어요. 그건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 거죠.”

내부에서는 KBS 보도에 대해 어떤 의견이 오가나요?
“현재 KBS 보도의 문제는 기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리포트를 보도할지 정하는 정치부장이라든지 기사 제목이나 내용을 수정하는 데스크들과 복합적으로 연결돼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저희가 3주 넘게 모니터를 하고 있지만 뉴스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일단은 선거 전날까지 모니터를 꾸준히 계속 잘하는 게 계획이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대선 보도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하고 논의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KBS에 공정방송위원회라는 것도 있어요. 노조가 보도에 대해서 비판하고 사측에 재발 방지나 사과를 요구하기도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데, 이 모니터 보고서를 바탕으로 공방위에 가서 보도책임자들에게 지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겠죠.”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KBS 보도와 관련해 저희가 내부에서 열심히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정작용을 해서 이런 식의 보도가 나오지 않게 계속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게 저희 힘만으로는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KBS는 저희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공영방송사죠. 시청자 여러분의 관심과 따끔한 질책이 필요합니다.
윤석열 정권 이후 KBS 보도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해왔고 굉장히 망가졌던 게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KBS에 무관심하게 되면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지금 당장 보시기에 마음이 불편하시겠지만, 그걸 바로잡아주실 힘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KBS 계속 지켜봐주시고 의견 남겨주시면, 저희도 안에서 힘을 내서 열심히 싸울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KBS의 신뢰도나 정확성, 사회적인 위상이 회복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을 되찾기 위해 저희는 저희 자리에서 열심히 할 테니 시청자들께서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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