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재허가 심사 점수를 조작해 경기방송을 탄압했다는 주장을 기각했다. 문재인 정부 방통위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언론탄압 목적의 불이익을 주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구 경기방송은 각종 의혹으로 미달 점수를 받고도 방통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으며 더 나아가 초유의 '지상파 자진폐업' 사태를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보수단체 고발을 근거로 '경기방송 재허가 조작 의혹'이 있다며 한상혁 전 위원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24일 수원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신민석)는 구 경기방송과 현준호 전 전무이사가 전임 방통위원 한상혁·김창룡·허욱·표철수, 전 방통위 지상파정책과장, 전 방통위 행정사무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구 경기방송은 9억 원, 현준호 전 이사는 3억 8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청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구 경기방송은 문재인 정부 방통위원들이 언론탄압·방송장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죄를 저질러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2019년 지상파 재허가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점수를 조작, 경기방송을 탄압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원고들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방통위는 2013년 지상파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보도 공정성을 위해 현준호의 보도국장과 경영국장 겸직을 해소할 것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했고, 2019년 12월 30일 재허가를 의결하면서도 원고 현준호를 방송사 경영에서 즉시 배제할 것을 재허가 조건 중 하나로 부가했다"며 "현준호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도 방송의 편성과 보도에 관여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2013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처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한 사실이 없고, '피고 한상혁 위법한 행위와 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고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할 뿐 개별 피고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불법행위를 했는지를 특정해 주장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허가 심사 점수가 조작됐다는 주장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달리 피고들이 이 사건 처분을 하기 이전에 재허가 심사 점수를 조작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경기방송은 지난 2019년 12월 30일 방통위로부터 3년의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방통위 재허가 과정에서 경기방송은 각종 경영상의 문제가 발견됐다. ▲재허가 요건 미충족 ▲개선계획 매우 미흡 ▲주주 과반이상의 권한을 전무이사가 위임받아 경영권 지배(방송법 위반) ▲대표이사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 독립성 문제 ▲편성 독립성 문제 ▲협찬수익 과다 등이다. 여기에 이퍼컴퍼니, 주주 간 내부거래, 배임 등의 의혹이 불거졌다.
경기방송은 재허가 기준인 650점에 미달한 648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경기지역 청취권을 고려해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지역 종합편성 지상파라디오로서 20년 이상을 방송해온 점, 시청권 보장 등이 조건부 재허가 사유였다.
하지만 경기방송은 초유의 '자진폐업'을 결정했다. 경기방송 경영진은 "방통위의 경영 간섭 등으로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추천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마저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라고 일갈했다.
경기방송 자진폐업 사태 3년이 지난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 검찰은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고발에 의해 한상혁·김창룡·허욱·표철수 전 방통위원이 피의자가 됐다. 검찰은 2023년 5월 10일 방통위를 압수수색했다.

일부 언론은 김예령 전 경기방송 기자가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고 질의한 게 재허가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전 기자는 경기방송을 퇴사, 2020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시작으로 2024년 3월까지 국민의힘 대변인, 윤석열 대선 캠프 대변인,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 김기현 당대표 캠프 수석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2024년 1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강남갑 출마를 선언했지만 해당 지역구에서 국민추천제를 실시해 컷오프됐다. (관련기사 ▶'경기방송 재허가 조작설' 군불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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