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사장 박장범) '시사기획 창-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이 제작자율성 침해, 편성 삭제 등 우여곡절 끝에 방영될 수 있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특정 간부들로부터 '윤석열-박장범 대담 영상을 왜 넣었냐' '계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 '민주당의 국정운영 방해 내용을 추가하라' 등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KBS를 '내란세력 스피커'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KBS는 제작·편성 과정에서 제작진과 책임자 간 이견과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밤 10시 KBS 1TV에서는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 여러분 저를 믿으시죠Ⅱ> 편이 방송됐다. ▲여·야·언론의 비판을 듣지 않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 연설 168건 분석을 통한 입장 변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 분석 ▲극우유튜브-부정선거 음모론과 언론의 역할 등을 다뤘다.
방송에서 <음모론의 시대> 저자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장난 같은 계엄' '잠깐 계엄'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자신이 했던 엄청난 사건의 의미를 축소시켰다"며 "언론은 자기 편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시 민주사회가 적절히 굴러가기 위해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상진 교수 인터뷰 전후로 '윤석열-박장범 대담'과 KBS 카메라가 자료 영상으로 사용됐다.
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과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이 외압을 행사했다고 규탄에 나섰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사전 심의에서 지적 사항이 없었고 예고까지 나갔지만 방송 당일인 14일 밤 7시까지 방송 가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재환 본부장과 김철우 국장의 제작자율성 침해 행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이 '계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 '윤석열 측 입장을 제대로 안 담았다', '윤석열과 박장범의 파우치 대담 영상을 왜 넣었느냐'며 방송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김철우 국장의 경우 '편파적이다' '박장범 부분을 빼도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냐' '좀 불편하다'며 프로그램 수정을 지시했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제작진은 팩트가 틀린 부분이 없는데 왜 수정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무슨 논리를 그렇게 따지냐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방송을 훼방했다"며 "결국 제작진이 긴 논의 끝에 13일 김철우 국장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기로 하면서 방송이 결정됐다"고 했다.

이어 언론노조 KBS본부는 "그런데 이번에는 이재환 본부장이 나서 국장의 방영 결정을 뒤집고 불방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며 "결국 유튜브에 공개됐던 예고 영상까지 삭제됐다"고 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상적인 제작 과정을 거쳐 방송이 결정된 프로그램을 본부장이 나서 막은 것은 명백한 제작자율성 침해이며 외압"이라며 "더구나 이재환 본부장은 <시사기획 창> 담당 부장을 불러 승인이 난 원고를 데스킹 보듯 수정 사항을 받아적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에 따라 부장이 승인한 원고에 국장이 간섭한 것도 놀랄 일인데, 본부장까지 직접 나서서 프로그램을 난도질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재환 본부장이 14일 오후 3시 임시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개최를 요구하며 공방위가 열리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순영시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2시 19분 <시사기획 창> 편성은 삭제됐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미 편성을 삭제해 놓고 무슨 공방위 개최를 요구하냐 따지자, 그제서야 편성 쪽과의 소통이 문제있었다 변명하며 편성표를 복구하는 촌극을 빚었다"며 "편성 삭제는 이미 방송을 불방시키기로 작정해놓고 공방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 명백한 증거"라고 했다. KBS 공방위는 단체협약에 따라 노사가 '공정방송에 관한 편성·제작·보도 제반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또 "사측은 공방위 요구를 하면서도 파렴치한 짓을 이어갔다. 제작진에게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여야 방송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협박을 한 것도 모자라, 제목까지 ‘대통령과 우두머리’에서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로 수정하게 만들었다"며 "게다가 그 이후 종편이 끝난 상황에서도 제작진에게 '민주당의 국정운영 방해 내용'을 추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거부해 실행되지 않았지만, 도대체 이 무슨 외압과 난도질, 추태인가"라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사측의 일관된 요구는 한 마디로 내란세력이 주장하는, 계엄의 불가피성을 공영방송 KBS가 선전하라는 것"이라며 "계엄도 아닌 상황에서 KBS를 내란세력의 스피커, 선전선동 도구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제작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측의 무법적 결방 시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KBS는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제작 실무자와 책임자 간의 이견은 상존할 수 있으며, 합리적 의견 조정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양측의 건설적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수정을 거쳐 당초 편성 시간에 맞춰 방송됐음을 밝힌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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