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가 조작됐다며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6명을 기소한 검찰이 관련 재판에서 60여 명에 이르는 증인을 무더기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현재까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 진행 속도에 비춰볼 때 윤석열 정권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TV조선 고의감점 의혹은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30일 TV조선 고의감점 의혹을 내세워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해임했다. 이후 방통위가 여권 우위로 재편되고 KBS 이사·사장 해임,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 시도, EBS 이사 해임, TV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등이 진행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윤석열 정권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관련기사 ▶민주당,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국정조사 추진)

복수의 사건관계인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북부지검이 'TV조선 고의감점 의혹' 재판에 신청한 증인의 수는 66명이다. 재판은 지난해 6월 시작됐다. 지난 24일 9차 공판이 열렸으며 4번째 증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됐지만 아직 초반이라는 얘기다. 증인 1명을 신문하는 데 3차례 공판이 소요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증인 1명에 대한 신문이 한 차례 공판에서 마무리된다 해도, 증인 신문이 완료되기까지 앞으로 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물을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증인 진술에 기대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행정업무를 지원한 방통위 공무원들이 자신의 기억에 근거해 심사 상황을 설명하는 수준의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기준 점수를 넘는 653.39점을 받았지만 중점심사사항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과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과락 평가를 받았다. TV조선은 청문절차를 거친 뒤 방통위로부터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과 관련해 방통위에 접수된 시청자 의견은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당시 재승인 과정을 기록한 백서에 따르면 시청자 의견은 총 3만 2355건으로 TV조선 1만 7133건, 채널A 8154건, 연합뉴스TV 4118건, YTN 2950건 순이다. 재승인 심사지원반은 "종편PP(TV조선·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재승인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으나 아주 극소수로 다수 시청자 의견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존재했다. TV조선의 경우 불승인 비율이 약 75%, 채널A 약 77.6%"라고 했다. 그럼에도 2020년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는 직전 2017년 재승인 심사와 비교해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9월 감사원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들의 점수 수정을 문제삼기 시작하면서 검찰의 강제수사와 기소, 방통위원장 해임 등이 이뤄졌다. 점수 수정은 심사위원의 권한으로 과거 재허가·재승인 심사위원들 역시 자유롭게 자신의 점수를 수정했다. 때문에 쟁점은 '조작' 여부였다. 감사원과 검찰이 심사위원들의 점수수정을 '조작'으로 입증할 증거를 제시한 적은 없다.
예를 들어 검찰은 한상혁 전 위원장이 2020년 3월 20일 아침 7시경, 방통위 국장으로부터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고 과락도 없다'는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넣은 '미치겠네' 등의 표현은 혐의와 무관한 사실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선입견을 품지 않고 재판에 공정을 기할 수 있도록 검사가 공소장에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서울북부지검이 'TV조선 고의감점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낸 보도자료에는 ▲한상혁은 평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TV조선의 재승인을 불허하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했다 ▲TV조선이 일반 재승인 점수를 획득하자 한상혁은 하급자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상혁의 의사에 따라 방통위 공무원들은 TV조선 심사위원장에게 공무상 비밀인 채점결과를 누설해 평가점수를 낮추도록 요청했다 ▲심사위원들은 특정 항목 점수를 낮춰 과락으로 조작했다 ▲한상혁은 언론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누설이나 조작은 없었다는 허위 보도자료까지 작성해 배포토록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부정적 시각', '강한 불만' 등 주관적 판단이 담긴 표현이 주목 받았다.
한상혁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지난해 3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상혁 전 위원장은 당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언론에서 계속 제기되었던 의혹의 핵심인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지시 혐의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밖에 한상혁 전 위원장은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 ▲TV조선 승인 유효기간 부여는 방통위 전체회의 따른 결정으로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 ▲보도설명자료는 허위가 아니고, 허위일지라도 허위의 인식이 없어 죄가 될 수 없다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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