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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 장면]PD수첩 무죄와 용산 참사 1년

풀려난 'PD'들, 떠나간 '영혼'들

2010. 01. 24 by 완군/미디북스 에디터

지난주는 한 장면만으로 기억하기엔 너무 복잡다단한 주였습니다. 고심 끝에, ‘이 장면’의 ‘이’를 숫자 2로 해석하여 두 개의 장면을 골랐습니다. 근데, 사실 고르고 나니 이 두 개의 사건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회로에 묶여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난 20일 용산 참사는 1주년을 맞았고, PD수첩 제작진은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PD수첩과 용산은 어쩌면 이명박 정부를 규정할 수 있는 2개의 퍼즐일지도 모릅니다. 집권 1년차에 있었던 광우병 파동이 PD수첩의 ‘잘못된’ 보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은 이후 언론을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는 상식의 결여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집권 2년 차에 발생한 용산 참사 역시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극단적으로 퇴행시킨 채 문제를 사인들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는 왜곡된 방치로 총체적인 민주주의 결여를 보여주던 문제였습니다.

묘하게도 이 2개의 사건이 같은 날 나름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용산의 합의는 1주년을 맞기 얼마 전에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그 합의란 것이 여전히 미확정적인 것이라고 할 때, PD수첩의 재판 결과가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소임에 대한 상식의 회복이라 할 만하지만 이후 새롭게 사법 장악 파동이 일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 나름의 결과 둘은 아직 확정형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일 뿐입니다. 이제 겨우 장례를 치러냈을 뿐이고, 겨우 1심에서 이겼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꽤 오래도록 우린 이 두 개의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언제나라고 할 순 없겠지만 꽤 자주, PD수첩은 한국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 가를 묻던 귀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조능희, 송일준, 이춘근, 김보슬 PD는 용산의 문제, 그 1년의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네요. 한 때 시사교양국의 드림팀이라고 불리던 그들은 지금 각각의 프로그램들로 흩어져 여전히 정성스런 방송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그런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용산의 문제가 그 의미와 파장 기억해야 할 죽음들의 무게에 비해 너무 언론에서 빨리 사소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든 망상이었습니다.

▲ 1월9일 이른 아침부터 지난해 1월 용산 남일당 옥상에서 뜨거운 화염에 쓰려져간 고 양회성, 윤용헌, 이상림, 이성수, 한대성씨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오마이뉴스 최윤석

그나마 다행스런 지난 주였습니다. 너무 많이 늦어버렸지만 안타까운 영혼들이 이승과 그런대로 작별을 고할 수 있어서, 할 말은 했을 뿐인 언론인들에 씌워진 굴레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그 상식적인 영혼들이 다시 제 할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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