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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클린턴이고, 이명박은 이명박이다?

클린턴 방북 이후 이명박의 딜레마

2009. 08. 08 by 안태호/객원기자

클린턴이 북한을 찾았다. 외교에서 히든카드가 불쑥 돌출하는 게 드문 사례는 아니라 해도 이번 일은 너무 급작스러웠던 데다 ‘사이즈’가 컸던 관계로 충격이 크게 남았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당사자면서도 당사자 취급을 받지 못하기 일쑤인 남한에 준 충격이 상당하다.

그는 140일간 억류 중이었던 여기자 둘을 1박 2일 만에 간단하게 미국으로 데리고 가는 데 성공했다. 각각 130일을 넘기고 열흘 가까이 억류중인 개성공단 관계자 유씨와 연안호 선원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정부는 클린턴의 방북과 여기자 귀환에 자극을 받은 듯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휴가복귀 후 첫 공식발언이 “정부는 131일째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와 연안호 선원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과 관심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니 국민도 정부를 믿고 지켜봐 달라”였다.

정부로서는 ‘클린턴 : 이명박 = 여기자구출 : 개성공단 유씨 및 연안호 선원 억류상황 지속’ 이라는 달갑지 않은 구도와 북미관계에서 남한만 소외당했다는 비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일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이번 방북은 순수히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 기자들의 석방을 위한 개인적 방문이라는 점을 미국이 다시 설명해왔습니다!” 라고 밝힌 것이나 7일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수면 밑 물갈퀴질을 언론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이런 정부의 불안과 내외부의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직 대통령이 어쨌든 외교적으로 적대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를 방문하는 일이 단지 ‘인도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방문’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클린턴은 방북 내내 말을 아꼈고, 굳은 표정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변으로 유명한 그가 부러 말을 자제하고 정치인의 트렌드마크인 미소마저 숨겼다는 것이 ‘확대해석을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은 정당하다. 그러나 클린턴이 방북에서 돌아온 이후 전모가 서서히 밝혀지면서 이 역시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의 일부임이 드러나고 있다. 방북결과를 백악관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핵 프로그램 유지시 추가고립’, ‘한/일 납북자 석방을 통한 경제ㆍ외교적 보상’ 등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3시간여에 걸친 면담에서는 이외에도 북미양자회담에 대한 내용 등이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밌는 것은 한국의 클린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보수언론쪽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거다. 동아일보 방형남 논설위원은 8월 8일 칼럼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친분으로 따지면 한국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보다 더 큰 활약을 해야 할 후보자가 많다.”며 김 위원장을 만났던 전직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들을 질타했다. 김 위원장과 안면이 없던 클린턴 전 대통령도 기자들을 구했는데, 왜 안면이 있는 인사들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느냐는 거다. 방 논설위원은 정작 부끄러울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전 정부 인사들이라고 명토 박은 셈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독립신문에선 좀 더 노골적인 관점이 돋보이는 칼럼을 실었다. 역시 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비교해야 한다는 논지다. 자세한 이야기는 심신의 안녕을 위해 피하자. 기사의 마지막 문단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우리에게는 미 전 대통령 클린턴이 솔직히 부럽고 김대중 노무현 같은 전임 대통령을 가진 사실이 창피하다. 대한민국 국민이 하늘에 무슨 죄를 짓고 땅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대통령 복이 이처럼 없단 말인가?” 자못 비통한 포즈로 울부짖었지만, 사실 이 문장은 “우리에게는 미 대통령 오바마가 솔직히 부럽고 이명박 같은 현직 대통령을 가진 사실이 창피하다. 대한민국 국민이 하늘에 무슨 죄를 짓고 땅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대통령 복이 이처럼 없단 말인가?”로 바꿔넣어야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클린턴이 제아무리 전직 대통령이고 국무부 장관의 남편이라지만, 현 행정부의 승인 없이 그런 일이 가능했을 거라 믿을 만큼 순진한 걸까. 독립신문이야 워낙 현실감각은 ‘아웃오브 안중’으로 달려가는 매체라지만 명색이 3대 일간지인 동아일보의 유치한 현실감각은 조금 안쓰럽다. 이들은 DJ 대북특사론이 제기됐던 걸 기억이나 할까? 아니, DJ 특사론은 고사하고 이재오나 박근혜 등 특사론이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알고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조선일보 8월 5일자 사설의 일부

오히려 균형감각을 보여준 것은 조선일보다. 조선은 5일자 사설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미국측이 공식적으로 뭐라 설명하든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양국 간의 직접 담판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당장은 아니라 해도 미·북 양자 협상의 개시는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한미 양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협상에 무게를 두는 ‘상식적인’ 분석을 했다.

클린턴은 북에서 여기자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외교부 대변인에 따르면 ‘인도적 견지에서 북측에 억류된 유 씨와 연안호 선원이 석방돼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를 한국정부가 요청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변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갈 때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갔다. 그런 선에서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묘한 딜레마다. 한국정부가 억류한국인들에 대한 언급을 요청했다면, ‘우리는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미국에 매달린 셈이 된다. 요청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알아서 해주겠지’ 내지는 그 정도 노력마저도 방기해버린 셈이 된다. 물론, 이는 향후 억류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태도에 달렸다. 전향적인 자세로 억류자 문제를 풀어간다면 이 딜레마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청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도움 없이도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요청했다면, ‘다각도의 채널을 모두 동원해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노력의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여전히 강경한 자세로 정책기조를 유지한 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이번 정부 임기 내에 ‘한국의 클린턴’은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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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 2009-08-09 13:18:45
물론, 미국이라는 초거대 악성 제국주의의 압박에 시달렸다는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을 넘어 인민들을 아사하도록 만들면서까지 세습정권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최악의 체제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을 성토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과 소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보다 2009-08-08 21:34:29
끝까지 안봐서 글이 어긋났네요
특사는 여당에서 한것같군요
예 주권 국가로서 단연한 말씀이죠
사실 어렸읍니다
북한는 1인 독제이기때문에
잘 지낸다는것은 사실어렸다
그쪽에서 미리 손내미는일은
절때 없다는것이다
김정일 두부자가 60년동안
남한를 안오는것은 북한한태
문제가
안태호 2009-08-08 20:32:36
정부보다/

지금 특사를 보내자고 주장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특사'를 보낼만큼 이 정부가 대북관계를 전향적으로 사고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을 뿐입니다. 물론, 북한은 미국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남한은 주권국이자 분단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해야죠.
정부보다 2009-08-08 18:23:51
왜 자신감없는 말들를 쓰는냐
클린턴이 잘해서가 아니라
강대국에 힘에 차이다
거 약한글 쓰지말라
지금 특사를 보내면
더 우수우니 언론이
진정하라
북한은 미국한테
목를 멜수밖에없다
우리를 그안에서 말하지말라
북한한테 헉점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