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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은 "경솔한 놈"이 아니다

'영계백숙', 저작권법을 뒤엎자

2009. 07. 27 by 김형진 객원기자

MBC <무한도전> ‘올림픽대로듀엣가요제’ 편을 시청한 이후, “영계백숙 오~오~오~”가 한참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수상순위에서는 밀렸지만 윤종신 작사·작곡의 ‘영계백숙’은 꽤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방송 이후 초반 인기 판세를 주도했다.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영계백숙’ 춤은 역설적으로 어떤 몸치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친근한 매력으로 따라 잡혔다. 이후 인터넷에는 ‘영계백숙 - 동방신기편’ ‘영계백숙 - 샤이니편’ ‘영계백숙 - 비욘세편’ ‘영계백숙 - 2PM편’ 등 ‘영계백숙’ 후렴구 싱크로율을 맞춘 각종 UCC가 등장하면서 ‘영계백숙’의 인기는 무한 확대됐다.

윤종신에게 독이 된 ‘영계백숙’

▲ '전자깡패' 음원을 무료 배포한 에픽하이 ⓒ mapthesoul.com 캡처

인기에도 명암이 있다고 해야할까, ‘영계백숙’의 인기와 함께 ‘윤종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1일 윤종신이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영계백숙’의 리믹스 싱글 앨범을 발매하면서였다. <무한도전> ‘올림픽대로듀엣가요제’에서 발표된 음원과 관계한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된다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입장과 달리 윤종신은 ‘영계백숙’ 리믹스 버전으로 ‘수익’을 챙기려고 한다는 게 네티즌들의 분노를 샀다. 게다가 ‘올림픽대로듀엣가요제’에 정형돈과 함께 ‘삼자돼면’으로 참여했던 에픽하이가 22일 <Remising the Human Soul> 앨범 히든트랙에 ‘전자깡패’를 무료 배포하면서 삽시간에 윤종신은 단단히 ‘돈독’오른 파렴치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여론의 포화를 못 견딘 윤종신이 처음 입을 연 것은 지난 23일이었다. 자신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돈벌레에 쓰레기가 됐다”는 말을 전하면서, ‘영계백숙’이 졸작이라는 평가에 오기가 생겨 리믹스버전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돈에 환장한 놈이란 것에 대한 항변”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쟁점이었던 ‘유료’에 관해서는 “영계백숙 FRAKTAL SOYBEAN SAUCE MIX는 유료입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후 인터넷에서는 윤종신의 입장에 대해 갑론을박으로 뜨거웠다. 창작자의 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로 윤종신을 변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의 기획에 초를 친 윤종신의 ‘영계백숙’ 리믹스 버전 유료화는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게 네티즌들의 대략적인 의견이었다.

▲ '영계백숙' 리믹스 버전 유료화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은 윤종신 ⓒ 윤종신 홈페이지 캡처

그리고 지난 26일 윤종신은 끝내 ‘백기’를 들었다. 팬클럽 홈페이지에 “저의 경솔한 행동으로 많은 분들 기분 안좋으셨죠? 먼저 죄송하단 말로 이 글을 시작할게요”라고 밝혔다. 그는 “보람되게 했던 몇 주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추잡한 사심으로 만들어버렸네요. … 좋은 프로젝트에 함께 한 것만도 고마워해야할 처지에 채신머리없이 오버하구, 지나간 몇 주가 넘 창피해지네요. 다 제 잘못이니 너그럽게 머리 숙여 용서 구합니다”라며 단단히 조아렸다.

덧붙여 그는 몇 가지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겠다며 자초지종에 대해 설명하였다. ‘리믹스 버전은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상의'했으며, '음원공개는 ’공개‘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무료배포‘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고백했다. 또한 방송 당시 윤종신의 방송태도와 표절논란 등에 대해서도 해명하였다. 윤종신은 “그러니 '돈벌레'보단... 걍 ...'생각 짧은 놈' ...'경솔한 놈'정도로 불러주세요ㅎㅎㅎ” “매웠던 여러분의 이야기들 잊지 않고 잘 기억할게요. 음악도 방송도 그리고 삶도 보기 좋게 살아가는 윤종신이 될게요”라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우선, 대중의 인기와 입방아에 자유롭지 못한 연예인의 백기투항이 참으로 안쓰럽다. 사실 이번 ‘영계백숙’ 사건은 굳이 윤종신을 두고 선과 악으로 평가할 필요도 읽어낼 까닭도 없는 일이었다. 윤종신이 계약관계에서 무리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그저 윤종신은 창작자로써 자신의 지적재산을 합리적으로 행사하려 했던 것뿐이다. 에픽하이의 음원 ‘무료’ 배포가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와 쌍곡선을 그려 비난한 처사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다만, 충분히 비교체험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조건과 정황이 운 나쁘게 윤종신에게 딱 들어맞았을 뿐이었다.

공포스러운 저작권법 개정안 시행

지난 23일부터 소위 ‘삼진아웃제’를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이 개정안은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에서 판단하면, 이용자 및 게시판에 대해 문화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대 6개월 동안 이용자 계정 및 게시판 운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네티즌들은 공포와 분노에 떨었다. 블로그와 카페,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음악, 동영상을 삭제하느라 분주했고, 각종 정보 나눔 게시판에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문의 글이 이어졌다. 문화부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저작권 ‘괴담’이라며 “헤비업로더와 불법 복제물의 유통에 이용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상업적 이익을 제공하는 게시판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포털 등의 카페, 블로그, 미니 홈피 등은 정지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헌데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이에 대해 ”문화부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법안에는 어디에도 ’헤비업로더‘와 같은 개념이 없다. 기사나 다른 블로거의 글을 퍼다 날라도 저작권 위반이다“라고 반박하였다.(민중의 소리,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위헌이다“)

이 뿐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사법부가 아닌 행정기관인 문화부가 ‘검열’한다는 것 역시 개정 저작권법의 몹쓸 점이다. 지난 5월 프랑스 상하원은 ‘저작권 위반 삼진아웃제’를 통과시켰지만,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사법적인 판단없이 행정기구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헌데 구태여 한국정부는 안간힘을 쓰고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말았다.

저작권법과 ‘영계백숙’

▲ 지난 23일 시행된 저작권법과 관련하여 '손바닥' '발바닥'으로 자신의 작품의 펌질을 허락한 만화가 강풀 ⓒ 강풀 미니홈피

사실, 윤종신의 ‘영계백숙’ 논란이 사회적으로 읽혀야 할 부분은 시기적으로 이 개정 저작권법 시행과 딱 들어맞은 우연성이다. 사실 에픽하이의 ‘전자깡패’ 무료 배포가 개정 저작권안 시행 하루 전에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기특하네”라며 흐뭇해했다. 물론 그이들의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모두모두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곡 ~ 자유롭게 퍼가고 자유롭게 공유하고 자유롭게 즐기세요^^ 저작권자인 내가 허락함^^”이라며 음원을 ’공유‘한 에픽하이가 저작권은 물론 ’정보 공유‘라는 사회적 미덕까지 갖춘 양호한 청년들이라고 생각했다.(사실 윤종신의 ’영계백숙‘ 유료화 논란이 아니었다면 에픽하이의 ’전자깡패‘ 무료 배포로 개정 저작권법을 논해보려 했다.)

헌데 윤종신이 난데없이 등장하였다. ‘돈벌레’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음원 ‘유료’를 고집하였지만, 며칠 가지 못해 백기를 들고 말았다. 아무도 창작자인, 저작권자인 윤종신을 비난할 법리적 근거는 없다. 그는 자신의 저작물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음원을 공개하고, 창작물을 공유하는 방법을 딱 하나만 알았던 뿐이었다. “음원공개는 아무 생각없이 당연히 많이들 존재하는 음원사이트에…” 그래서 윤종신은 그가 말한 것처럼 ‘경솔한 놈’은 결코 아니다.

반면 에픽하이는 ‘전자깡패’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공유하겠다’며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배포하였다. 음원·모바일 사이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기 얼마 전 만화가 강풀은 “바야흐로 저작권 강화의 시대입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존중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자유도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전 앞으로 제 모든 만화들의 부분 펌질을 허용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일부분의 이미지를 퍼가도 되는 경우 ‘손바닥’으로 전체 펌질이 가능할 때는 ‘발바닥’으로 자신의 만화를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문제는 ‘영계백숙’의 저작자인 윤종신이 ‘유료’로 음원을 발표한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새롭게 개정된 저작권법을 향해 분노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못해 상식적이다. 창작자들이 창작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종의 정보공유와 원저작물을 가공한 2차 창작물에 대한 표현의 자유도 유의미한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허나 개정된 저작권법은 모든 것이 위반이다. 최근 5세 소녀가 손담비의 ‘미쳤어’ 노래에 맞춰 춤을 춘 동영상이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소녀의 부모가 촬영하여, 업로드한 동영상에 대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게시 중단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신곡이 발표되면, 각종 UCC가 생산된다. 춤을 따라하거나 패러디를 하거나 다양하다. 따라서 UCC는 해당 노래나 가수에 인기의 척도로 읽히기도 한다. 헌데 저작권법 위반이다.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이 보장받아야할 범위는 꽤나 협소하다. 아니 꽤나 종종 위법 행위가 되기도 하다. 따라서 강화되는 저작권법 안에서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 또한 창작자, 저작자의 정보공유 역시도 유의미한 활동으로 독려되어야 한다. 정부처럼 저작권을 보호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법안에 적당히 분노해야 한다.

결국 윤종신은 ‘영계백숙’ 리믹스 버전의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겠다며 용서를 구함으로 상황을 마무리했으나, 네티즌들에게 남은 숙제는 오히려 개정된 저작권법과 그 안에서 ‘저항’하는 ‘공정이용’ ‘정보공유’에 대한 토론과 인식의 확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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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pergers syndromes symptoms 2010-12-25 00: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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