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리멸렬’이라는 사자성어나 ‘콩가루 집안’이라는 은어로도 묘사에 부족함이 있다. ‘랩퍼’가 나서 ‘라임’을 맞춰 ‘디스’를 해야 하나 싶은 심정이다.
물론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의 악랄함을 들이밀면서 이러한 개탄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길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댓글이 부적절한 일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통상적인 활동’ 운운하는 새누리당은 당연히 사악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악랄함 내지 뻔뻔스러움은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핏대를 올린다고 극복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이 핏대를 세우듯 검찰과 경찰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한국에서는, 적어도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정권을 주면 안 된다는 사실에 동의해야 새누리당의 악랄함이나 뻔뻔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
상황이 그러한대도 민주당의 일부 지지자들은 ‘제정신 가진 사람들은 모두 우리 편이다’라는 말을 남발하며 민주당의 무능에 개탄하는 이들에게 새누리당과의 상대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학생이 아니며 유권자는 그 도덕성을 평가하는 윤리교사가 아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승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쟁하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윤리향상에도 기여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민주당은 종종 새누리당보다 훨씬 무능하고 무력해 보인다. 물론 이는 근본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 우호적인 언론환경, 권력기관의 우군 등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일 것이다. 민주당이 최근 ‘삽질’을 많이 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새누리당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비슷하게 ‘엄벙덤벙’ 했을 것이다”라고 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지점에선 민주당이 실제로 더 무능해 보이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이는 민주당의 ‘협력플레이’가 새누리당에 비해서도 조악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의 회의록 분실은 물론 국가정보원의 원문 및 발췌록 공개에 대해서도 ‘사초실종 국기문란’ 문제라고 접근하고 있다. 전혀 다른 사안을 엮어놓은 일종의 ‘야바위’지만 어쨌든 일사불란하기는 하다.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기는커녕 손발이 안 맞는다. 구기종목에 비유하자면 저쪽에 동료 선수가 응당 있을 줄 알고 보지도 않고 패스했는데 그 선수는 자기가 골을 넣겠다고 다른 위치로 이동해 있는 일이 반복되는 식이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와 인터넷상에서 거듭 개인 성명서를 내며 당론을 이끌어간 것도 중량감 있는 개인 플레이어의 행동에 팀 전술 자체가 이끌려간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조경태 의원의 어제 기자회견을 보면 ‘개인행동을 비난하는 개인행동’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이 공세를 취했어야 했을 국면에서 새누리당에 말리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 책임이 문재인 의원에게 있다는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당을 어떤 방식으로 추스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선 선택이 필요하다. 물론 엄정한 문책도 가능하고, 일단은 다함께 책임을 지고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두 개의 전술이 어느 쪽으로든 택일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둘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종류의 전술이란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는 불과 만 하루 사이에 두 개를 다 천명해 버렸다. 김한길 당대표는 어쨌든 회의록 열람이 당대표가 내린 결정인 만큼 본인이 안고 가겠다고 말했는데, 하루만에 최고위원이란 사람이 그것은 문재인 책임이라고 말해버렸다.
도대체 조경태 의원의 행동은 자신이 비난하는 문재인 의원의 행동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새누리당의 경우, 비록 그들이 이념도 없고 민주적이지도 않고 정치에 대한 개념도 없는 일이지만, 권력의지가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권력획득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는 피해가는 습속이 있다. 종종 그들이 일사불란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자세를 곧이곧대로 본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이라면 권력의지와 보스 일당독재로 인한 일사분란함을 당의 지향에 대한 합의와 당적 규율에 대한 존중에 의한 일사불란함으로 바꾸어 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의 모습은 의원 개개인이 '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뭐라든 소신대로 하겠다'는 식이다. 그렇기에 문재인 의원은 당과 상의도 없이 트위터에 중요한 정치적 제안을 팡팡 던진다. 그것이 당에게 해가 되었다고 기자회견으로 규탄하는 조경태 의원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김한길 당대표 기자회견 전에 던졌다면 모를까, 그후에 이래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팀’으로 움직이는데 민주당은 각자도생을 하는 이 광경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친노’니 ‘반노’니 서로를 비난해대는 정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당’의 개념없이 ‘개인플레이’를 하고 있다니 좌절은 더욱 더 커진다.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