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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2013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 토론회

최저임금 요구안, ‘평균 임금 50%’ vs ‘1만원’

2013. 07. 25 by 한윤형 기자

지난 7월 5일, 내년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확정되었다. 전년 대비 350원(7.2%) 인상된 금액이다. 보수세력은 이명박 정부 시기보다 높은 인상률이라 말했고 민주정부의 지지자들은 참여정부 시기 인상률에 뒤진다고 반박했으며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그래봤자 너무 인상률이 낮은 게 한국 실정이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 2014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긴 가운데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개회에 앞서 주봉희 위원(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는 5790원을, 사용자 측은 4910원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열린 6차 회의는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결국 2014년 최저임금은 5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최종의결에 따라 7.2% 인상된 5210원으로 확정되었다. (뉴스1)
최저임금 요구안…5,910원 VS 10,000원
매년 3월에서 6월 사이 노동계의 최저임금 투쟁이 있었고 7월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다른 문제로 관심사가 변동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올해엔 알바연대 등 몇 개의 단체가 ‘최저임금 1만원’이란 대단히 논쟁적인 제안을 내세우고 '최저임금 1만원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래서 24일 오후 4시 30분 민주노총 서울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주최한 <최저임금 투쟁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 최저임금 요구안을 중심으로 한 2013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 토론회>에 쏠린 관심도 예년에 비해 이례적이었다. 알바연대 측에서도 한 명의 패널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최저임금 논의가 ‘사용자 vs 노동자’ 틀에 머물러 있었다면, 운동의 목표나 요구방식 내지는 방법론적 측면에 대한 논의가 기대되는 장이었다.
토론회 패널은 민주노총 정책국장 김은기, 노동당 정책위원이자 최저임금연대 정책위원인 홍원표, 알바연대 기획홍보팀 박종만 등이었다. 올해 노동계가 제시한 최저임금은 2012년 5인 이상 사업장 전체노동자 정액급여의 50%인 5,910원이었다. ‘정액 평균임금의 50% 요구안’은 지난 10여년 간 노동계의 일관된 요구이기도 했다. 앞의 두 패널은 알바연대의 ‘최저임금 1만원’ 제안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노동계의 제안에 합리성이 있음을 설득해야 하는 처지였다.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임금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합한 수준을 확보해야 경제와 물가수준에 맞는 실질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처럼 노동소득분배율이 낮은 사회에선 임금상승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수준을 상회해야 노동소득 분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국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명목 임금 인상률이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상회한 경우는 2003년, 2012년 단 두 번 뿐이며,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면 2003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특히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실질임금 인상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임금노동자는 늘어났지만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하는 나라가 되었고, 임금증가율과 법인기업 영업이익 증가율의 격차도 확대되는 중이다. 기업이 버는 만큼 노동자가 벌지 못하기에 분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형태별·기업규모별 임금불평등도 악화되고 있어서 2000년 73만원이던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는 2012년엔 140만원이 되었고, 2003년에 99만원이던 중소기업과 대기업 노동자간 임금격차도 2012년엔 159만원이 되었다.
이에 노동계는 법정 최저임금을 월 219,170원 인상하여 최저시급 5,910원 및 최저월급 1,234,190원을 쟁취하려 했다는 것이 김은기 국장의 설명이다.
▲ 행사 참석자들의 모습 ⓒ미디어스
최저임금 1만원, 협상안으론 문제 있으나…
홍원표 위원의 경우 평균임금 대비 50% 수준의 최저임금 요구안이 생활임금을 달성하기에 충분치 않고, ‘협상’에 중점을 두고 있어 대중들에게 충분한 생활임금의 필요성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에는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홍 위원은 ‘한 사람의 지갑에서 효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체감되는 돈의 단위’인 1만원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직관적 요구로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홍 위원은 그럼에도 ‘최저임금 1만원’이 협상안으로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며, 협상안과 대중적인 요구안을 분리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운동 차원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알바연대 측은 한국통계학회가 2013년 4월에 발표한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통계를 주요한 논거로 사용했다. 알바연대 기획홍보팀 박종만의 정리에 따르면 이 자료에서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는 전령대에선 1,512,717원, 29세 이하에선 1,873,899원, 34세 이하에선 1,849,264원 등이다. 이 생계비는 식비 뿐 아니라 주거비, 교통비, 문화생활비 등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포함된 금액이라고 설명된다. 알바연대는 이 수치 중에서 34세 이하 미혼 단신근로자 생계비를 기준으로 보았다.
알바연대는 그에 따라 생각해볼 때 노동계 측의 제안인 월 209시간 노동기준 1,234,190원보다 알바연대 측 최저임금 1만원으로 따져본 2,090,000원이 근접하다고 본다. 월 209만원 소득이면 세금을 떼면 통계학회가 말하는 34세 이하 단신근로자 생계비 185만원에 근접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 제안이 관철되어야 OECD 평균(1,776시간)보다 40여일을 더 일하는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2,090시간, 2011년 기준)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저임금1만원위원회 회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각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제7차 최저임금 전원회의가 열렸다. (뉴스1)
이에 대해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지금 우리가 다루는 수치들은 모두 세전금액이기 때문에 세후금액과 생계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국장은 “비록 취지는 좋지만 현재 1700만명의 근로자 중에서 180만원을 못 받는 사람이 적어도 850만 정도는 될 텐데 이러한 제안은 교섭으로 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하지만 알바연대 덕분에 노동계가 교섭장에서는 ‘밖에서는 청년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이 정도 밖에 안 올려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1만원 제안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교섭을 할 때는 기업 매출이나 재무제표 등도 따져가며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협상에 대한 고민
홍원표 최저임금연대 정책위원 역시 알바연대의 최저임금 1만원 제안에 대해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의미있는 제안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최저임금 교섭 때와는 다른 창구에서 이 의제를 받아 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임금이란 건 사용자와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인데,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10% 내외인 한국 현실에서 다수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작동하는 모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위원은 “최저임금과 별도로 생활임금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도 필요하고, 가령 산별 최저임금 문제에서 알바연대가 말하는 1만원을 내세울 수도 있다”라고 제안했다. 특정 산업 분야에서 그러한 제안은 유효하며, 산업별로 교섭을 통해 법적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정액임금을 달성하는 방안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위원은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을 ‘귀족노조’라 부르며 그들이 연 7~8천만원씩 번다고 하는데 그중 35% 정도만이 기본급이다. 그러니 엄청나게 잔업을 한다”라고 설명하면서 “시급이 7천원만 넘어가도 연봉이 가장 많은 노동자들도 자신들의 기본급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급여 중에 기본급 비중을 높이면 노동시간도 줄이고 일자리도 더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사용자 뿐만 아니라 노동계도 압박할 필요성도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알바연대 등의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사용자에 대해서만 시위를 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압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국장은 “현재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노동계 측 위원이 양대노총 합해서 9명인데, 민주노총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중 3명 정도는 청년과 여성에 대해서 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것을 실행해 달라고 민주노총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위원회라는 곳에서 정하고 있는데, 경총과 전경련 등 사용자 위원 9명,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자 위원 9명, 그리고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그렇기에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의 방향추는 제3자인 공익위원들의 선택에서 가리게 되는데, 현재 공익위원들은 상당수가 대학교수로 구성된다.
▲ 2014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시한을 넘긴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지, 만일 그렇다면 이 위원들의 구성은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1)
알바연대나 청년유니온 등 현재의 노동계와는 삶의 여건이 다르고 정서적인 거리도 있는 청년층이 사용자를 압박하는 시위를 하는 것은 물론 기본이겠다. 하지만 그 역량의 일부를 양대노총에게 노동자 위원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사용하라는 조언은 충분히 유의미한 것일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학교수 일색인 공익위원들의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참여자들은 “예년과 달리 6월 이후에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문제와 생활임금 책정 문제 등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이 더 많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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