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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국정원 관련 논의에도 영향…친노책임론 제기돼

민주당의 아마추어리즘 보여주는 회의록 실종 공방

2013. 07. 22 by 김민하 기자

우리 집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이 정치권에 일어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존재하는 지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에 대한 이야기다. 여·야는 22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실상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야가 각 당이 추천한 전문가를 대동해 지난 19일부터 이 날 오전까지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 재검색 작업을 진행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기록이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은 "기록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최종 검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당 열람위원 회의에서 새누리당 황진하,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차례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애초 국가기록원 측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을 수 없다는 보고를 하면서 이 문제는 정치적 태풍의 핵이 됐다. 회의록이 없는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못 찾는 것인지, 없다면 도대체 언제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인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두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상황은 민주당에 불리하게 꼬여가고만 있다. 실체적 진실이 어떻든 이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사실상 새누리당에게 ‘말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애초에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문제였다”고 발언했다. 이 관계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 뭘 믿고 이렇게까지 상황을 끌어온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공개와 열람을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에 동의한 것에 대한 코멘트다.

검색의 기술적 문제인가?

실제로 국가기록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하기로 한 이후 벌어진 논란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에 기록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 첫 날, 기술적 문제에 대한 여러 지적이 나왔다. 참여정부 시기의 업무 시스템인 이지원(e-知原)과 대통령 기록물 관리 시스템인 국가기록원의 PAMS의 체계가 달라 검색이 안 된다는 지적으로 시작된 이 길고 긴 이야기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기록물 담당 비서관까지 등장해 국가기록원에 백업된 이지원을 재구동 시킨다면 기록을 다시 찾아낼 수 있다는 호언장담으로까지 이어졌다.

국가기록원 측이 제목과 키워드만 검색하고 본문을 포함한 검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록을 찾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일정 기간 이상 공개하지 않기로 지정한 기록물이기 때문에 제목이나 키워드 등을 달리 한 상태로 저장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본문을 포함해 검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여정부에서 분명히 이관된 기록물을 왜 국가기록원에서 아직 찾아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통령 기록관의 기록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 왔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에서 이제와 회의록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는 국가기록원에 대해 회의록 관리 과정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었다는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임상경 기록관리비서관, 김경수 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1부속실 행정관. (뉴스1)

이에 대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냈던 임상경 전 국가기록원장은 “국가기록원이 본문 검색까지 했다고 하지만 실제 지정기록은 본문검색이 불가능한 환경과 구조를 갖고 있다”라며 “공개기록 등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검색이 필요한데 비해, 지정기록은 보지 말라는 취지로 만든 제도로 검색대상 기록에서 제외된 기록”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상경 전 원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정확히 열람하기 위해서는 이지원의 재구동이 필수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기록 관련 비서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누군가의 음모인가?

하지만 그러한 방법도 이제는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지원에 불법적으로 로그인 한 기록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홍영표 의원은 2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재단이 사료를 편찬하기 위해 지난 2월 국가기록원 측에 백업돼있는 이지원을 구동하기로 하였지만 이 때 두 차례 로그인한 기록을 발견했다면서 “어떤 불순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이 시스템에 들어가서 훼손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지도 않았는가”라고 발언했다. 즉, 이지원의 기록도 신뢰할 수 없는 상태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과거 정권의 누군가가 엄청난 음모를 만들어서 첩보 영화에 준하는 비밀작전을 실행한 것처럼 들린다. 위의 상황이 가능하려면 국가기록원을 점령해 세 명의 관계자들이 보장해야 접속할 수 있는 PAMS를 건드려 기록을 삭제한 후, 따로 백업된 이지원까지 재구동해 임시로 삭제 기능을 만든 후 기록을 삭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이지원에는 삭제 기능이 없다며 이지원을 구동하기만 하면 쉽게 기록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에 대한 반론이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이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 사업계획서’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 때 이지원의 자료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점을 공개했다. 결국 이는 새누리당 일각이 제기한 참여정부가 애초에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넘기지 않았다는 의혹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참여정부가 이지원에 삭제기능을 추가해 일부 기록을 없앴다는 보도를 실은 22일자 동아일보 지면.

참여정부에서 안보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한 조명균 전 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발언도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조명균 전 비서관은 지난 1~2월 정문헌 의원 등이 NLL관련 사건에 연루돼 고발됐을 당시 검찰 수사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작성해 보고했더니 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 때문에 후임 대통령도 봐야 하니 국정원에서 관리하고 청와대에 두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결국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원본을 갖고 있는 것은 국정원이 유일하게 된다.

▲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에서만 관리하도록 지시하고 청와대에서는 없애라고 했다는 진술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친노책임론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나?

이런 상황이 되자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확인하자고 호기롭게 주장한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과 친노세력은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결국 이들의 지나치게 과감한 행보 때문에 민주당이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이 돼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 국가정보원의 'NLL 대화록' 공개 발표에 대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다루는 행위에 대해 반드시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 (뉴스1)
당 내에서는 친노책임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한길 지도부와 가까운 신주류 측 한 의원은 “일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책임질 일이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않고 가만히 있느냐. 문 의원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곤란한 상황을 당 내 계파갈등에 이용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이 사건을 둘러싼 참여정부 인사들이 충분히 비판받을 만큼 아마추어적이었다는 것이다. 애초에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공개하자는 주장을 할 때에도 청와대에서 마지막 순간에 해당 기록을 어떻게 처리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했었어야 했다. 한 번 모여서 얘기라도 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메신저로 그룹채팅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문제를 제기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이후의 언론 대응 등에 대해서도 앞·뒤를 맞춘 발언들을 내놓지 못했다.

더군다나 정치적 프레임이 ‘NLL대화록 진실공방’으로 가면서 민주당에게 유리했던 국정원 관련 이슈에서 완전히 말려버린 것은 정치적으로 너무나 큰 실책일 수 있다. 만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본을 사실상 국정원만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국정원 관련 논의는 정치적인 힘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논리적으로야 두 사건이 별개의 문제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 이미 조성됐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늘 적에게 빌미를 주며 상상하기 싫은 패배를 안겨주는 법이다.

물론 내일이 되면 또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기술적인 증거들이 나오거나 음모를 모색한 기록이나 녹음 파일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 펼쳐질 국면은 결국 지루한 공방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는 8월 15일이고 이를 연장하려면 다시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의 합의란 결국 주고받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측은 민주당일 것이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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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객 2013-07-25 13:56:06
오호/ 폐기 지시했다는 조명균 기사가 허위기사로 판명되었소. 한미디 하셔야죠.. 님이야말로 정권의 교활함에 투항하는 관제형 시민이 아니겠소
오호 2013-07-23 05:12:47
이보게 친노패권 홍위병! http://bit.ly/1bXmR5i 이 링크의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노무현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국가기록원의 NLL 대화록 원본이 삭제됐다는 진술이 확인된 상황이라네. 문재인이 이걸 몰랐을 수가 없지? 그런데 무슨 생각으로 국정원본이 원본이 아니라며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보자고 난리쳤을까? 국가기록원의 기록은 왜 삭제를 해대셨어? 설마 불리해지면 국정원본이 조작이라고 선동하려고?
오호 2013-07-23 05:03:44
요 아래 친노패권 홍위병이 발끈하는 꼬라지 보니, 대략 노빠들의 정신승리 패턴이 예상이 되는군요.
두루객 2013-07-22 22:54:33
중앙일보 기사를 사실로 단정짓고 서술하는 김민하 기자, 당신에겐 누가 훔쳐서 폐기했는지에 대한 것이 궁금하지 않는가 봅니다. MB 박근혜가 폐기한 것이라면 야권에게 기회가 되는 것을.. 야권이 어떻게 프레임을 잡느냐에 따라 핵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미리부터 자학하는 김민하 기자의 기사가 민주당 특정계파적의 이해관계가 아닐 것으로 제발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