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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검찰발 ‘미디어 이벤트’ 한계 있지만 타산지석 삼아야

전두환 압수수색, 삐딱하게만 봐야 할까

2013. 07. 17 by 한윤형 기자
▲ 검찰이 16일 오후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허브빌리지의 압수수색을 마친 후 불상을 옮기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연희동 자택에 대한 압류를 실시하고 시공사 등 17곳에 대해서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뉴스1)

검찰이 추징금 환수를 위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강제집행 압수수색했다. 미술품을 190점이나 들고 왔고 아들들이 운영하는 회사들도 수색했다. 누리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한다면, ‘털었다’라고 불러도 될 판이다.

물론 삐딱하게 바라볼 수 있다. 검찰수사에 행정부 수반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국정조사, ‘NLL 회의록’ 정국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시선이 가능하다. 실효적 효과보다는 미디어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미디어 이벤트’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삐딱하게 보기’를 ‘삐딱하게’ 봐야 할 이유

실제로 법조인들은 검찰이 이번 압류 압수수색의 ‘뒷감당’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곧바로 압수수색에 대한 이의신청을 내거나 향후에 전두환 추징 시효 연장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을 거란 예측에서다. 자택의 미술품을 압수하고 친인척들의 주거지를 샅샅이 훑고 있지만 해당 물품들이 전두환 비자금으로 구매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상황이기도 하다. ‘중수부 폐지’ 이후 정부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일선검사들의 ‘과잉 경쟁’이 만들어낸 촌극이란 비평이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삐딱하게 보기’가 혹시 개혁세력의 약점을 숨기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는 아닐는지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아야 한다. 민주정부 십 년 동안 검찰을 개혁하고 경찰에 힘을 실어주느라 검찰을 다른 권력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상황은 현 여권의 과오라기보단 현 야권의 패착이다. 실제로 어떤 야권 지지자들의 반응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했고 저들이 저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질투심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의 정권교체와 개혁을 위해서는 그 질투의 원인을 겸허히 인정하고 향후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수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삐딱하게 보기’에 대한 ‘삐딱하게 보기’가 필요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정치비평적 시선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번 사건에 느끼는 혼란은 보수세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환상이 생각만큼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야권지지자들은 보수진영이 하나의 기득권을 이루고,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단지 이권을 위해서만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보수진영이나 사회 기득권 세력도 ‘어느 정도만’ 그럴 뿐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 금일(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보수세력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현실의 괴리

모든 종류의 권력이 그렇듯 기득권 세력도 단지 막강한 적대세력이 있을 때에만 연합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경우 어쩌면 사회운동과 개혁세력의 역량이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기득권 세력 역시 다른 사회의 기득권 세력에 비해 충분히 연합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는 단지 정치권력의 측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 각 영역의 조직레벨에서도 그러하다. 가령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 잠깐 동안 호남인맥이 유입되엇던 시기를 제외한다면, 한국 사회 각 기관의 조직 내부에서 권력의 균형을 가져오는 것은 ‘TK라인’과 ‘PK라인’의 ‘영원한 투쟁’ 덕분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한 보수세력이나 기득권세력 역시 단지 사익을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종종 공익을 위해 투쟁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기득권세력이 워낙 사익집단의 성격이 강했고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그런 기득권세력 중에 서도 특히 사익을 추구했던 분파가 집권한 것이었기 때문에 야권 지지자들은 그들은 사익 이외의 동기로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우에서 보이듯 그들 역시 모종의 애국심에 의해 행동하기도 한다. 그 애국심은 ‘NLL 대화록’에 대한 왜곡과 오독을 만들어낼 만큼 맹목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대체로 우습게 여기지만 보수진영 역시 그런 동기들로 행동하기도 하기 때문에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도, 그런 흔치 않은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박근혜 대통령의 ‘캐릭터’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야권 지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실제로 본인의 집권에 대해 전두환에 대해서도, 이명박에 대해서도, 국정원에 대해서도 ‘빚이 없다’고 느낄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그녀는 실제로 전두환이든 이명박이든 국정원이든 자신이 ‘개혁’할 수 있고, 어쩌면 해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진보언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아무에게도 빚진 바 없는 자수성가 대통령”이라고 불렀지만 어떤 의미에선 박근혜 대통령도 유사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는 생물학적 ‘아버지’이자 정치적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산이 너무나 방대하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진 ‘빚’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녀가 주로 ‘아버지’에 대한 비난에 유달리 강하게 반응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면 ‘정치적 은인’이라 여길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가혹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한 대통령의 태도는 야권 지지자들의 조소와는 약간 다른 의미에서 ‘제왕적’이거나 ‘전근대 사회의 귀족 정서’에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바로 그런 사람이 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이고 그 사람이 추구할 수 있는 모종의 개혁은 이 시기에 추진되는 것이 대한민국에 조금이라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본인이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더 중하게 여길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녀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쨌든 우리 공동체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존중한다.

▲ 금일(17일)자 한겨레 1면 기사

어쨌든 우리의 대통령이 박근혜라면...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득권세력의 ‘은폐 공작’ 내지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로 치부하는 정치적 독해를 역으로 해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신념적이면서 정치적이다. 87년 이후의 대통령의 선택들, 하나회 해체든 금융실명제든 6.15 공동선언이든 한미 FTA 추진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이 ‘김대중이의 노벨상 욕심 때문에’ 일어난 헛짓거리라고 믿는 ‘TK 거주 70대 노인’이나 ‘국정원에서 댓글다는 정직원’의 환상 정도는 넘어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의 성격상 할 수 있는 종류의 개혁이 있고 할 수 없는 종류의 개혁이 있을 것이다. 가령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박근혜 정부가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여줄 거라곤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일은 개혁정부가 들어섰을 때 시민사회진영과 진보진영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지지했을 때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강경한 조치는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있는 종류의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런 종류의 조치들에 대해선 ‘삐딱하게 보기’보다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유익한 일이다. 정국 전환용이든 무엇이든 이런 조치들로 정국 전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중에 다른 종류의 개혁들도 추진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결국 이런 경우엔 ‘삐딱하게 보기’가 급진적 시선이기는 커녕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악수일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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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9 14:06:10
밀수품 -> 미술품
명예훼손고소크리
하뉴녕 스토커 2013-07-17 17:46:29
의미있는 전략..
동충 2013-07-17 17:09:50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꺼벙이 2013-07-17 16:34:50
시의적절하고 좋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