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빨간날'이 아닌 제헌절에 묻는 '헌법'의 의미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기자수첩]기념일 체계 전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빨간날'이 아닌 제헌절에 묻는 '헌법'의 의미

2013. 07. 17 by 김완 기자

65주년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에 제정, 공포된 <헌법>의 제정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하지만 ‘빨간 날’이 아니다보니 이제 의미를 기억하다거나 그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풍토는 많이 옅어진 것 같다. 여전히 국경일이지만, ‘무휴 국경일’이다보니 사람들에겐 훨씬 덜 중요한 국경일로 인식되고 있다.

제헌절이 ‘무휴 국경일’로 지정된 것은 지난 2006년, 참여정부의 일이었다. 공공기관 주40시간 근무제가 전면화하면서 “휴일이 너무 많다”는 단순한 이유로 식목일과 함께 공휴일에서 제외 됐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국민학교’시절 이른바 4대 국경일이라며 ‘3.1절, 광복절, 제헌절, 개천절’을 달달 외웠던 세대에겐 제헌절이 ‘공휴일’이 아니라는 건 뭔가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65주년 제헌절 경축식 행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따라 국가가 규정되고, 헌법 정신에 따라 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명문화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의 중요성을 더할 나위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근간을 이루는 토대이며, 나와 당신이 살아가는 질서를 규율하는 최상급의 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이렇듯 헌법에 기반 한 공화국에서 그 헌법의 제정일을 ‘강도 높게’ 기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렇다면 어떤 의미일까. 특히, ‘40시간 근무’와 같은 문제에 치여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것은 또 어떤 시사점을 갖는 것일까. 단순히 제헌절에 쉬고 안 쉬고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기념일 체계 전반에 대한 재사고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문제는 언제나 개인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기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것이고, 개인적으로 의미를 반추해낼 수 있어야 어떤 정치적 지평도 생기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기념일을 규정하고, 그 기념의 의미를 말하는 것은 그 기념일을 개인들에게 어떤 각성과 환기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또 완성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헌법의 제정과 공포를 기념하는 행위가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 긴요한 문제라고 한다면 응당 이 필요성을 개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제헌절의 문제도 여기서 다시 바라봐져야 한다.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민주주의 헌법을 기념하는 하루를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무휴’로 지정해버리고, ‘주 40시간 근무’의 생산성과 맞바꿔버린 상황은 사회 전체가 헌법 정신과 동떨어진 질서로 살아가도 별 이상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현재의 천박한 상황이 어디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인지를 단적으로 웅변하는 이상 징후일지도 모른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문제 그리고 언론사들의 불공정한 보도 행태와 이 문제를 ‘NLL 논란’으로 치환해 정치 쟁점화해 버리는 정치권의 얄팍한 물타기. 그리고 이 모든 사안에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도 아버지의 문제만 나오면 ‘발끈’하는 대통령까지. 우리사회의 헌법 정신은 확실히 전복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애매한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시, 헌법을 기념해야 한다. 제헌절은 주 40시간 근무를 하니 일을 해야할 만큼 간단한 날이 아니다. 불과, 몇년 전 한국 사회는 87년 체제 이후 헌법의 문제에 대한 선무당 같은 얘기들이 난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우 만들어놓은 민주주의 헌법 체계의 현재성을 다시 물어야 할 만큼 뭔가 대단히 어수선해진 상황이다. 다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헌법의 의미와 헌법의 현재성을 재확인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sd 2013-07-17 20:03:34
d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