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과장된 '습관적 대선 불복' 주장과 박근혜 정부가 할 일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비평] 51%만으로 정국 운영…이상한 셈법 버려야

과장된 '습관적 대선 불복' 주장과 박근혜 정부가 할 일

2013. 07. 16 by 한윤형 기자

▲ 금일(1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기묘한 일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민주당에게 대선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져 묻기 시작했다.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과 이해찬 전 대표의 “박정희가 누구에게 죽었나”와 “당선 무효 투쟁으로 나설 수 있다”에 대한 응대라고 한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먼저 말하자면 민주당의 강경 투쟁 기조가 대선에 승복할 수 없다는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본다. 국정원 선거개입이나 경찰 수사 은폐와 같은 사안이 선거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민주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가 있었던 흐름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새누리당이 집권하는 한 국가기관의 중립화를 기대할 수 없다면 민주당은 그러한 ‘핸디캡’을 안고서라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며,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은 그 자체로 심대한 문제이며 현직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당선 무효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민주당의 대응에 “대선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라고 묻는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지키는 일이기는 커녕 민주주의 절차를 가볍게 여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정치평론의 입장에서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훈수로 “대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처리할 의사가 없어 보이는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청와대와 여권과 보수언론이 별개의 사안을 뒤섞어서 민주당이 ‘못할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무능의 문제와는 별개로, 홍익태 전 대변인의 발언이 과연 그토록 분개할 발언이었나? 이해찬 전 대표의 “박정희가 누구에게 죽었나”가 과연 한국 정치사에서 용납하지 못할 ‘막말’의 전형인가?

“이적을 행한 반역의 대통령”이나 ‘환생경제’의 그 숱한 욕설들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그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운운은 어떤가? ‘적대’와 ‘막말’과 ‘저주’의 굳건한 축이었던 보수언론이 민주당에게 ‘말뽄새’를 고치라고 운운하는 것은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기’가 아닌가?

▲ 금일(16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국정원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당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안이 올 수도 있다는 주장과 박정희에 대한 부정은 분명히 논리적으로 별개의 사안이다. 전자는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존중과 엄정수사에 나서지 않는 여권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서 타당한 귀결이며 후자는 역사의식의 문제다.

그래서 이해찬 전 대표가 두 문제를 엮은 것도 그리 현명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한국의 민주화가 독재정권에 참여한 이들의 피선거권을 제약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87년 체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독재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또 비록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는 관련이 멀었을지언정 일정 부분 민중의 열망과 시대정신을 대변했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국민의 절반 가량은 된다. 순전히 기술적 측면으로만 따져도 박정희를 싫어하는 이들은 이미 국정원 선거개입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박정희를 좋아하는 이들을 분절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에 대한 공격을 퍼붓는 것은 이 사태를 돌파하고 다음 선거를 이기기 위한 올바른 방책은 못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박정희를 ‘귀태’라고 부르고 그가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이 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딸’이라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라 유권자 절반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된 것이다. 생물학적으로야 박정희가 없었다면 박근혜도 없었겠지만 그녀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그 아버지의 존재와는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작동하는 일이다.

민주당이 그녀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도 단지 그래서인데,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존중하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욕을 먹었다고 분개하는 것은 뭔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닌가?

‘대선 승복’은 여권의 윽박지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야당은 선거 때야 51%를 얻지 못하면 정권을 가져올 수 없지만,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데엔 49%로도 족하다. 바꾸어 말하면 선거를 이기는 데엔 51%로 충분하지만 원활한 통치를 위해선 그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선거 기간 내걸었던 ‘100% 대한민국’이란 구호가 무색하게 51%만 동의하면 49%가 따라와야 할 것처럼 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고 성토한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가 그러했고 민주당에서 ‘부관참시’라고까지 분개하는 ‘NLL 대화록’ 정국의 실체도 그러하다.

보수언론의 주장처럼 야당만이 대선을 승복하지 못해 문제인 것이 아니다. 현 정부가 ‘적대’와 ‘막말’과 ‘저주’를 몸소 실천하고 있고 현 정국은 그에 대한 반영인 것이다. 그렇게 보수들이 혀를 내두른 참여정부 못지 않은 ‘전투성’을 발휘하고 있는데도 대통령과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승복을 안해서 문제라고 거들어주는 보수언론이 있으니 얼마나 편할까만은, 이런 식으로 세월을 보낸 후 임기 중반에 이 정부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때 가면 야당이 대선에 승복을 하고 말고는 문제도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먼저 51%만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이상한 셈법과 기묘한 오만을 버려야 한다.

▲ 금일(16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