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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민주당의 이중권력, 전략과 목표를 명확히 해야

국정원 국조, 김현·진선미 둘러싼 민주당 혼란 들여다보기

2013. 07. 15 by 김민하 기자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당내 이견이 확산되고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김현·진선미 의원의 제척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측의 요구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일관되지 않은 행보가 이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현, 진선미 의원의 국조위원 사퇴나 사·보임이 오늘 중 결정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두 의원의 교체가 확실하냐”는 물음에 “그렇게 해서라도 국정조사는 가야 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현, 진선미 의원의 자진사퇴를 공식화 한 셈이다.

김현·진선미 국조 위원 사퇴 두고 혼란에 빠진 민주당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답변은 이날 오전 이루어진 지도부와 중진들의 연석회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중진의원들 대다수는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해 김현, 진선미 의원의 국조위원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내 원로 중 한 명인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쇠가 달궜을 때 내려치는 대장장이의 지혜! 왜 민주당은 식었을 때야 내려치나? 지도자는 때로는 신속 잔인한 결정을 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김현, 진선미 의원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 민주당 정청래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위원 제척, 사·보임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분위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한 시간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두 위원의 배제는 전혀 결정된 바 없고 국정조사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진선미 의원 역시 트위터를 통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국정조사 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특위가 두 의원 문제를 당 지도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김·진 의원에 대한 제척이나 사보임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은 화룡점정을 찍게 됐다. 모양만 놓고 봤을 때에는 지도부와 국정조사특위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선 친노

민주당의 이러한 상황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심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참여정부 시기의 문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주류로 분류되는 친노세력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가 “요즘 언론에 나는 안 보이고 문재인 의원만 보인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는 이유도 민주당이 이런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인사들과 당 내 강경파들의 입장에서는 김한길 지도부가 답답하다.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당의 방침을 정하기 위해 몇 차례나 거듭해서 열린 의원총회 등에서 일부 강경한 입장을 가진 의원들은 장외투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이들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도 당 지도부의 방침에 대한 이런 이견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소위 ‘권영세 녹취록’을 공개한 박범계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거사’는 사전에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에 보고되지 않은 채 박영선, 박지원 의원 등 국회 법사위 관련 인사들과만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지도부에 보고되면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김한길 대표 측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이 사실상 ‘이중권력’상태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 측이 김한길 지도부를 제치고 자신들이 정국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처럼 보였던 국정원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당 내·외의 파열음만 시끄럽게 울리는 상황은 새누리당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두개의 지부가 공존하는 민주당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15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결단이 부족하고, 선도(leading)보다는 조정(coordination)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철희 소장은 “일상정치에서 승리하지 않고 선거정치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이라며 “김 대표는 더 큰 구상 속에 ‘사고’ 치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과감한 움직임으로 야권을 재구성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 15일자 한겨레에 실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의 칼럼.

이철희 소장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결국 야권의 재구성은 진보정당 세력 및 안철수 의원 측 세력과의 정계개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안철수 의원일 것이다. 안철수 의원 측은 사실상 제3세력으로서 자신들의 포지션을 명확히 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안철수 의원과 함께 일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안철수 의원의 지지층에 균열을 내 사실상 ‘안철수 신당’을 진압(?)하기 위한 행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안철수 의원이 8일 '정책네트워크 내일' 주최로 열린 국가정보원 재정립을 위한 개혁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하지만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 역시 명확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한길 지도부의 ‘중도적’ 행보는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에 근거한 것이며 안철수 전 의원을 주로 지지하는 중도층에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내의 강경파들이 정국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안철수 의원 측 세력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김한길 지도부의 이런 고민을 이해하더라도 아쉬움은 남는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의 전략을 명확히 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이에 합의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라 생각된다.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는 기한이 정해져있다. 김현, 진선미 의원의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새누리당 측은 계속해서 국정조사의 실질적인 진행을 회피할 것이다. 시간을 끌어서 이득을 보는 편은 새누리당이다. 따라서 실제 국정조사를 진행해서 국정원 관련 사건의 ‘사이즈’를 키우고 새로운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고 하면 김현, 진선미 의원의 사퇴를 도모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결국 전략과 목표의 문제

반면 국정조사를 진행해봐야 실질적으로 얻을 것이 없고 국정조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 새누리당도 잘못했고 민주당도 잘못했고 국정원도 잘못했으니 앞으로 잘해보자는 식의 피장파장 프레임으로 끝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더 버티기를 하면서 실질적인 장외투쟁으로 나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명확해야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쟁취해야 할 ‘목표’이다.

박영선 의원 등은 과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관련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당선무효 소송 등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박근혜 정권이 제대로 하면 이 상황 자체를 점잖게 끌고 가겠지만, 제대로 안 하면 방법이 없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당장 정권의 정통성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지는 않겠지만 그런 사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어떻게는 ‘국정원 개혁’ 수준에서 논란을 끝내고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기도 한 ‘귀태(鬼胎) 논란’은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지금 설정할 수 있는 목표는 당선무효소송과 국정원의 불만족스러운 개혁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쟁취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길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포위망은 점점 좁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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