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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관료 출신 득세하는 박근혜 정부, '소신'과 '정파성'의 갈림길

유진룡 문화부 장관 내정자...이창동인가, 유인촌인가?

2013. 02. 13 by 김완 기자

참여정부 초대 국무위원 명단의 하이라이트는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국무위원 명단 역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가장 많은 이야기꺼리를 낳았다. 문화부 장관은 정권의 공보기능을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용의 폭이 넓은 자리여서 정권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 문화부 장관은 정권의 공보기능을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용의 폭이 넓은 자리여서 정권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사진은 참여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창동(좌), 박근혜 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지명된 유진룡(가운데),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유인촌(우).

이창동 장관의 기용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참여정부의 모토를 확실히 보여줬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영화판에서조차 비주류에 가까웠던 이창동 장관의 기용은 이후 ‘창의한국’과 ‘새예술정책’이라고 하는 불세출 보고서의 발간으로 이어졌다. 국가 정책의 문화적 재구성을 목표로 한 ‘창의한국’과 예술 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목적으로 했던 ‘새예술정책’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정부 역사상 가장 완성도가 뛰어났던 보고서들로 평가된다. 보고서 작성에 참가했던 한 문화계 인사는 “통섭과 융합에 입각한 수준 있는 보고서가 가능했던 이유는 관료 출신이 아니었던 이창동 장관의 유연함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유인촌 장관의 기용은 정반대의 맥락이었다.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명박 역할을 연기했던 것으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유 장관은 드라마 속에서 대통령을 연기했던 것을 넘어 현실에서도 대통령의 '아바타'로 기능하며, ‘완장’과 ‘좌파색출’로 대변되는 군림의 길을 걸었다. 유인촌 장관은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분류되는 기관장들을 찍어 밀어내는 작업을 행정의 이름으로 전개했고, 일방적인 정권 홍보에 문화와 예술 그리고 언론을 재동원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유인촌 체제 문화부는 사회적 장악과 권력의 이해관계 관철이라고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박근혜 당선인이 13일 6개 부처에 대한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워낙에 ‘보안’을 강조했던 까닭에 어떤 자리가 발표되는지를 몰라 별다른 하마평조차 없던 인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면이 새로운 인사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사란 것이 본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의외성에서 화제와 의미가 발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야기꺼리가 적고, 초대 국무위원이라는 상징성에 비해 그 의미 역시 별다르지 않아 보인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유정복 의원이 박 당선인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전행정부 장관에 기용된 가운데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해당 부처에서 수십 년간 공직생활을 한 이들로만 채워졌다.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조차 낯선 이름들이 대부분이지만, 경력을 보면 그럭저럭 납득은 가는 그런 인선이다. 그나마 주목할 점은 유정복 의원과 황교안 전 고검장을 제외하면 모두 참여정부를 마지막으로 공직을 끝냈던 이들이란 점 정도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고령의 퇴직 관료들을 다시 중용할 수밖에 없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 지난 2006년 8월, 유진룡 당시 문화부 차관의 경질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은 서로 상반된 보도를 했다. 당시, 조중동은 유 전 차관을 청와대의 부적절한 인사 청탁을 거절한 '의인'으로 묘사한 반면 한겨레는 신문법 등 일련의 개혁에 저항했던 보수적 관료라고 평했다.

관료 출신들의 재등용 속에서 역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내정된 유진룡 카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이다. 13일 발표된 인물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대중적으로 익숙한 이름이기도 하다. 이런 유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 때 그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에 의해 ‘의인’이라고 칭송받던 인물이었고 동시에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로 인해 처벌 대상으로 지칭되던 인물이기도 하다. 차관에서 물러난 이후 선거 때마다 ‘공천설’이 돌았던 인물인 동시에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에 내정됐다가 스스로 고사해 물러난 이력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다. 유 내정자는 문화부 사상 가장 유능했던 관료라는 평가와 함께 참여정부의 신문법 개혁을 방해했던 관료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유 내정자의 특이한 그리고 엇갈리는 이력 가운데 박 당선인이 어떤 점을 주목했던 것인지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색깔이 드러날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이창동 장관을 지명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면모에서는 자유주의자적 색깔이 드러났다. 행정 경험이 일천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장점으로 봤던 역발상의 성공이었다. 반면, 유인촌 장관을 지명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서 비판을 무시하고 반대자를 배제하는 독단주의자의 면모가 배어있었다. 권력을 접수의 문제로 인식했던 발상은 임기 내내 사회적 갈등의 원천이었다.

유 내정자는 유능한 문화 관료이면서 동시에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이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을 ‘의인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즐겼던 정파적인 사람이다. 그들은 유 내정자가 반대했다던 신문법 개혁의 대상자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소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내내 승승장구했던 참여정부를 임기 말 느닷없이 버리며 경력을 탈바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검증을 통과할 사람을 찾는 것이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공공연한 가운데 6년 전 부적절한 인사 청탁을 폭로하며 문화부 생활을 마감했던 유 내정자의 장관 귀환은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칼라’를 보여주는 인선일 수 있다. 차관시절 유 내정자는 청와대의 인사 관여를 “불법적인 일”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이였다. 그나마 공정한 방식으로 평가되는 공모제조차 “청와대가 미는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폄하했던 이였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 들어갈 뻔했던 상황을 고사한 이유에 관해선 “정치적 충성을 요구한다”는 말로 우회 비판하기도 했었다.

이런 소신 있는 관료의 면모가 유 내정자 귀환의 이유라면 박근혜 정부에게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져도 좋겠단 생각이다. 하지만 신문법 등 참여정부의 언론 개혁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일상적인 인사협의를 어느 순간 과문한 청탁으로 몰아가며 정치적 선택을 극대화했던 보수 인사에 대한 각광이라면 이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그가 유능하고 소신 있는 관료라는 평가에 걸 맞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길, 그리고 유인촌 장관처럼 ‘누군가의 배를 째는’ 악역을 맡진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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