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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이훈기 전 OBS 기자

민주당 영입인재가 그리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란

2024. 02. 21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13호 인재로 이훈기 전 OBS 기자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1991년 인천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인 이훈기 전 기자는 이후 수도권 민영방송 iTV와 후신인 OBS에서 기자 활동과 언론 운동을 했고 2020년 퇴사했다. 이 전 기자는 iTV 시절 노조위원장을 지내며 대주주에 맞서 방송 사유화 저지 투쟁을 이끌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는 이 전 기자를 영입하며 "전문성과 정책역량을 겸비한 인물로 민주당과 함께 언론자유 실현과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전 기자는 정계 입문에 대해 엄중한 언론 위기 상황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근처 커피숍에서 이 전 기자를 만나 민주당 영입 이후 근황과 국회 입성 시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전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인재로 영입된 이훈기 전 OBS 기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인재로 영입된 이훈기 전 OBS 기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영입 발표 이후 어떻게 지내셨어요?

“영입된 지 한 2주가 됐죠. 지금 영입된 인재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과 미래>란 제목으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사실 정당 활동을 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라 민주당에 대해서 배우고 당원들과 소통하는 행사인데,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영입인재 콘서트 다니며 느낀 게 뭐냐면 지금 정권의 폭정에 대해서 사람들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고 바꿔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하단 점이에요. 민생도 힘들고 경제 상황도 안 좋고 정말 나라가 파탄 나고 있다고 걱정이 많으세요. 때문에 4월 총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의 폭정을 막아야 한다는 열망이 상당히 강하시더라고요.

영입 인재들은 지역구가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저는 큰 틀의 전문 분야가 언론이고 언론에 대해선 경험이 있고 공부도 했지만, 지역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안 돼서 지역구 정치인으로 나갈 때 뭘 해야 할지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 정치권 진출 생각이 있었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제가 30년 언론인 생활하고 나이도 있어서 어느 직업을 선택해도 정년 나이에 가까워지긴 했어요. 그럼 남은 인생에 뭘 할지 고민했어요. 우리 사회에는 지금 정치를 불신하고 또 폄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정치가 제대로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치인들이 진정성을 갖고 일하면서 그런 불신을 극복해야 합니다. 저는 언론계에 오래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언론계가 위기 상황이니까 어려운 일이지만 미력하나마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인데, 그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그런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선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언론인이 현업에서 바로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점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의식도 갖고 있고요. 그런데 저는 언론 현업을 그만둔 지 3년은 넘었어요. 그리고 제가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정치권력에 기대거나 정치를 하기 위해서 언론을 이용한 적은 추호도 없거든요. 순수하게 기자로서의 길을 걸어왔고, 정치는 다른 영역이지만 진심을 다하면 통한다고 생각해요.”

이훈기 전 O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이훈기 전 OBS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정계 입문 이유에 대해 엄중한 언론 상황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지금 언론 상황을 보면 정권이 KBS, MBC를 공영방송이 아니라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국영방송처럼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기자들이 고소, 고발 소송에 힘들어하고 있어요. 정치인은 물론, 언론 운동하는 분들도 같이하고 시민사회도 힘을 모아서 언론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제가 국회 간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방송3법 입법, 그리고 지역방송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유 구조의 문제거든요. 방송법상 1대주주 지분 제한이 40%인데 여기에 조금만 더하면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유 구조 관련 법 개정도 해야 하죠. 또 지금 뉴스타파라든지 여러 독립언론들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이런 중소 언론이나 독립언론 지원을 위한 법안 마련 등 지금부터 준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지역언론인 집안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저희가 인천에 오래 살았는데 3대가 언론인 집안이에요. 저희 17대조가 벼슬을 하셨는데 임사홍의 간악함을 고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서 쫓겨나기도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사신 분이에요. 그리고 저희 할아버지는 1945년 해방 직후에 최초의 지역 일간지 대중일보를 창간하셔서 한 20년간 지역언론에 종사하셨고, 저희 아버지도 대중일보 기자부터 시작해서 26년간 지역언론에 계셨어요. 저희 할아버지는 이승만 정권에 항거하셨고, 또 저희 아버지는 1973년 유신 때 유신 정권이 언론통폐합을 단행했는데 그때 강제 해직을 당하셨어요. 그리고 저도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특히 방송 사유화를 극복하기 위해 많이 싸우고 고생도 했거든요. 언론인 집안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 많이 했습니다.”

iTV와 OBS에서 노조위원장을 6회 하셨더라고요. 12년이면 직업이 노조위원장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법도 한데?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임기가 1년씩이었어요. 그래서 12년이 아니고 6년이었죠. 제가 2001년도에 iTV 3기 노조위원장을 지냈어요. 노조 3년 차에 1년 했는데 그때는 노조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국장 임명동의제, 비정규직 20% 정규직화 제도도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2004년에 iTV 회장과 대주주가 방송을 사유하면서 큰 싸움이 벌어졌어요. 당시 후배가 노조위원장 하다가 저에게 맡아달라고 해서 다시 노조위원장 맡았어요. 그런데 재허가가 취소되면서 회사가 없어지고 다 실업자가 됐거든요. 그때부터 2007년 OBS 만들 때까지 1년 단위로 노조위원장을 하는데 계속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해서 그때 네 번 했으니까 벌써 5번이잖아요.

OBS가 만들어지고 한참 지나서 노조에서 파업했어요. 보통 방송사 파업은 공정방송 목적으로 하는데 당시에 근로조건과 임금, 이런 내용으로 파업했어요. 저희가 공익적 민영방송을 추구하면서 OBS를 만들었는데 그 파업이 주변에서도 동의를 그렇게 많이 얻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회사는 노조를 거의 무력화시킬 정도로 상당한 힘을 갖고 짓눌렀거든요. 그래서 그때 다시 또 노조를 맡아서 잠깐 일했어요. 후배들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제가 맡아서 수습도 하고 그랬죠. 그래서 6번 한 거예요.”

OBS 뉴스오늘 2월 13일 방송
OBS 뉴스오늘 2월 13일 방송

평탄한 상황이 아니라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많이 힘들었죠. 회사가 없어져서 노조위원장 할 때는 잠도 못 잤어요. 실업자가 200명(주변 가족까지 어림잡아 천여 명), 제가 거기 책임자잖아요. 그 사람들의 인생이 다 걸려 있는 건데 어떻게든 다시 만들어서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그 무게감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었죠.”

오랫동안 지역언론에 몸담아 중앙 언론인과 시각차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방송만 놓고 보면 KBS, MBC 같은 데는 훌륭하잖아요. 근데 거기 종사자분들은 경영과 관련해 고민한 적은 없을 겁니다. 지역언론들은 어려운 경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고 공정방송도 해야 하죠. 그래서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고, 저는 그 두 가지 경우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도 수도권 언론사인데 지방보다 낫지 않나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그러나 지역언론 문제는 지역소멸 현상과도 관련이 있어요. 앞서 방송3법 말씀드렸지만, 제가 국회에 들어가려는 이유 중 하나로 지역언론 관련 법에도 관심이 있거든요. 가령 지역신문이나 언론 관련해서 광역 지자체마다 지원 조례가 있고, 강제 조항인데도 안 하고 있어요.

언론은 사회적 공기인데 사적인 영역만 갖고는 역할을 할 수 없잖아요. 저는 지역언론 그리고 뉴스타파 같은 독립언론의 생존을 위해서 관련 입법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런 언론들이 같이 생존할 수 있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내용을 지난번 인재 영입 기자회견문에도 넣었거든요. ‘지역언론, 독립언론이 공존할 수 있는 언론 생태계를 만들겠다. 제가 지역방송부터 중앙까지 두루두루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현실성 있는 입법도 하고 관련 정책도 만들어보겠다’는 말씀을 드렸죠.”

OBS 사옥 [OBS 제공]
OBS 사옥 [OBS 제공]

퇴사 후 진실화해위에서 대외협력담당관으로 활동하셨잖아요. 언론 활동과는 다른 일인데 어떠셨나요?

“2020년 9월에 OBS 그만두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2년 반 정도 일했어요. 거기서 주로 한 활동이 대외협력하고 언론 홍보 일이었어요. 그래서 언론과 관계는 많이 있었죠.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사건이 집단수용시설 3대 인권 사건입니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그리고 서산개척단 사건인데, 진실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잖아요.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경우, 제가 담당할 때 전 국민의 40% 정도는 그 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게 목표였어요.

형제복지원 사건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진실이 규명돼 국가가 폭력을 인정했고, 피해자들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알리고자 했죠. 왜냐하면 진실규명이 돼도 피해자들은 그걸 바탕으로 또 소송을 해야 하거든요. 제 목표가 40%였는데 형제복지원 진실규명 보도가 방송3사, 뉴스전문채널 그리고 종편 메인뉴스까지 해서 시청률이 약 30% 나왔어요. 그리고 신문에도 다 나오고 외신에도 많이 보도가 됐지요. 그래서 40%를 초과 달성했어요.

그리고 아주 직접적으로 인권과 관련된 위원회라 인권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국가폭력 사건이 많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 과정에서 또 하나, 진실규명 이후 조례 제정 또는 재개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배정해 지원하는 피해자 구제까지, 일종의 정책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건 기자회견 자리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참석해서 공식 사과를 했어요. 사과한 후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배정해 전국에서 최초로 피해자 지원을 했습니다. 이어 형제복지원도 제정된 조례에 근거에 예산을 배정하는 결과를 만들었고요. 서산개척단의 경우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례제정의 중요성을 설명 드리기도 했습니다.”

진실화해위 활동이 정치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많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이런 생각도 했어요. 인권 문제가 정말 중요한데 지금 민주당도 그렇고 이재명 대표도 검찰 프레임에 갇혀 있잖아요. 우리 뉴스 중에 검찰 뉴스는 일부여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검찰 프레임과 인권 프레임은 아주 극과 극이잖아요. 저는 민주당에서 이런 인권 문제에 관심 갖고 민주당이 인권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저는 그런 부분에도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형제복지원, 최악의 인권유린”…‘피해 회복’은 언제? (2022.08.24. KBS 뉴스9 보도)
“형제복지원, 최악의 인권유린”…‘피해 회복’은 언제? (2022.08.24. KBS 뉴스9 보도)

인터뷰 보니 ‘공익적 민영방송’이 필요하다고 하셨더라고요. 관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iTV 시절 회장이 방송을 선거캠프화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대주주가 방송을 사적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이용했던 부분에 문제제기를 했죠. 그 문제의식을 갖게 된 후에 그럼 어떤 방송을 만들 거냐에서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게 공익적 민영방송이거든요.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은 세 가지예요. 첫 번째로 소유 구조 문제입니다. 민영방송의 소유 구조는 대주주가 40%를 갖는데, 거기에 조금의 지분만 더하면 절대적 지배자가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소유 구조 개편이 가장 큰 과제였는데, iTV는 대주주가 막대한 부를 창출하려 했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대주주에게 요구한 내용이 ‘방송을 통해 갖게 되는 부가 있다면 사회에 환원해라. iTV도 MBC 방송문화진흥회의 공익적 구조처럼 그런 재단을 만들어서 거기에 상당한 돈을 넣어라’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소유 구조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익적 구조를 가져가는 소유 구조 개편이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제도 개혁이었어요. 20년 전 저희가 내세웠던 제도 개혁은 ‘사장 공모 추천제’, ‘본부장 공모 추천’이었는데 지금은 일부에서 하고 있지만 그 시절에는 없었어요. ‘국장 임명동의제’와 ‘비정규직 20% 정규직화’ 같은 제도 개혁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 개혁이었어요. 민영방송이지만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 이 세 가지가 공익적 민영방송의 핵심이었어요.”

민영방송 하면 사적 소유 구조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이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저는 궁극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유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본은 방송을 사적 도구로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거든요. 공익 성격의 방송이나 언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도나 정책이 있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공익적 민영방송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유 구조 관련 문제가 법 개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가 가장 관심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권력에 맞선 언론독립 ‘행동하는 언론인’ 이훈기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권력에 맞선 언론독립 ‘행동하는 언론인’ 이훈기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정치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민주당에서 저에게 붙여준 타이틀이 ‘행동하는 언론인’입니다. 제가 30년 동안 언론인 생활하면서 현업도 했지만 언론 민주화 운동도 했고, 방송이 없어진 상황에 3년 고생해서 방송도 만들어냈고 공익적 민영방송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런 요인 때문에 ‘행동하는 언론인’을 붙여줬다고 생각하는데 정치를 하면 진짜 ‘행동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어요. 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가슴으로 법안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자 합니다.

또 하나, 미래세대가 정치 불신이 크잖아요. 미래 세대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젊은 정치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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