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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

“낙하산 사장이 대국민 사과? 어불성설이죠”

2023. 11. 2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난 13일 KBS에 대대적인 칼바람이 몰아쳤다. 주요 뉴스 앵커‧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대거 교체되고 인기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표에서 삭제됐다. 진행자들이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하고 물러난 상황, 야당은 ‘박민의 KBS 점령작전’으로 규정했다.

박민 사장이 취임식에서 "재창조 수준의 개혁"을 언급한 가운데, 지난 한 주 동안 KBS 시청자센터에 박민 사장 '퇴출' 청원이 이어졌고 수신료 '보이콧' 움직임까지 시청자의 반발이 분출하고 있다. KBS 내부 구성원들은 박민 체제 출범과 함께 불어닥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 16일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전화 연결해 KBS 내부 분위기와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강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사장 취임과 동시에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박민 사장이 취임한 지 오늘(16일)로 4일째입니다. 언론 보도 보셨겠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주요 뉴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하차시켰고, 또 시사 프로그램 같은 경우 불방 상태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제 기억에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PD, 기자들 등 내부에서는 분노가 거센 상황이에요. 관련해서 저희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PD협회, 기자협회 등 각 직능단체에서도 비판 성명을 계속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성원들은 지금 부글부글한 건가요?

“그렇죠. 이런 경우 KBS는 편성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 안에서 움직이게 돼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새로 론칭할 때나 폐지할 때, 제작 실무진과 책임자 간부들이 항상 협의하도록 만들어뒀거든요. 그게 노사관계에서의 단체협약, 그리고 편성규약입니다. 방송법에도 그런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요. 근데 박민 사장 취임 후 이런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 채 진행자 교체, 프로그램 폐지를 단행한 거예요.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원칙이 무시되고 상식이 깨진 상황에 대해 제작진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죠.”

박민 사장이 신문사 출신이라 잘 몰라서?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을까요?

“선임 과정에서 드러났듯, 박민 사장은 ‘정권의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이미 뒤집어썼지 않습니까? 그리고 방송의 ‘방’자도 모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장이라는 게 어떤 자리입니까? 최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이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자리지 않습니까?

막 취임한 사장은 디테일한 부분들을 몰랐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사장이 임명한 본부장, 국장들은 KBS에서 20~30년 가까이 재직했던 분들이잖아요. 방송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양반들이 이런 시스템을 모른다? 그러면 그 자격이 없는 거죠. 그리고 박 사장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인지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면 되는 겁니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누리동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 본부가 연 박민 KBS 사장 방송법·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 고발 기자회견에서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누리동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 본부가 연 박민 KBS 사장 방송법·편성규약·단체협약 위반 고발 기자회견에서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사장은 진행자 교체에 대해 구체적 과정을 정확하게 모르고, 개입한 적 없다고 했어요.

“그랬죠. 그런데 사장은 책임지는 자리잖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본부장, 국장들이 그걸 몰랐을 리가 없고 이게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고 방송법과 편성규약을 위반하는 위법적인 상황들이지 않습니까?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꼭 물을 것이고, 그 법적인 책임에 따라 조치하면 됩니다. 사장이 몰랐고 개입하지 않았다고 할 문제가 아니죠.

그리고 이번 조치에는 다분히 그런 위법 정황들도 발견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주진우 라이브> 같은 경우, 진행자 주진우 씨가 청취자분들하고 작별 인사도 못 하고 하차하지 않았습니까? 그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후 제가 SNS 통해서 듣기로 제작진이 작별 인사할 기회를 달라고 재차 얘기했더니 라디오 센터장이라는 사람이 ‘사장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못 하겠다’라고 했다는 거 아닙니까. 이런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요. 저희는 이런 불법 정황들 관련해 근거를 수집하고 있고, 수사기관과 노동청에 고발할 내용을 가려 고발 조치해서 끝까지 책임을 물으려고 합니다.”

* 언론노조 KBS본부는 21일 박 사장,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사장 취임 전에 이런 조치를 한 거잖아요. 그게 가능한가요?

“취임식은 중요한 시점이 아닙니다. 일요일 오후에 박민 사장이 용산으로부터 재가를 받았고, 그 시점부터는 사장의 지위를 가졌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이례적이긴 합니다만 일요일 자정 무렵에 본부장, 주요 국장들 인사를 냈단 말이죠.

계속 <주진우 라이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라디오 센터장이 내정됐다? 인사에 내정됐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근데 당시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이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어서 MC 하차를 종용했고, 제작진이 여기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니까 사규 운운하면서 ‘내가 내일 라디오 센터장이 될 텐데 거부하느냐’고 했어요. 사규를 따지고 보면 그 내정자라는 사람은 징계감이죠. 아무런 자격도 없는 자가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MC 하차 문제에 개입한 사건이죠. 그래서 저희는 반드시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라디오 센터장이라도 진행자 교체에 개입할 순 없는 거죠?

“편성위원회라든지 규범화된 절차가 있고, 그걸 거치는 게 상식적인 거죠. 근데 지금 라디오 센터장이란 사람의 문제는 라디오 센터장이 되고 나서 이런 일들을 벌인 것도 아니란 말이에요. 라디오 센터장으로 임명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연인 신분에서 왜 방송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밀어붙였냐는 게 더 문제가 되는 거죠.”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요?

“이유야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박민 사장이 재가받았으니, 어찌 됐든 간에 빨리 MC 교체하고 눈엣가시였던 프로그램 바꾸려고 했겠죠. 쿠데타 같은 작전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려던 마음이 앞섰던 거 아니겠습니까?”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뉴스 앵커 돌연 교체, 박민 KBS 사장 "재창조 수준 개혁" (MBC 뉴스데스크 11월 13일 보도화면 갈무리)

박민 사장 인사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예전에 역사에 기록된 자들이 다시 부활한 것 아닙니까? 그 인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는데?

“박민 사장이 무슨 자격으로 대국민 사과를 합니까? 취임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본인이 KBS에 대해 얼마나 알 것이며, KBS의 과거에 대해 관여한 바가 있나요? 사과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본인이 지금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데, ‘편향성의 상징’이라는 걸 어떻게 달리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편향성의 상징인 낙하산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해요.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비전이나 가치를 제시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KBS를 정쟁의 무대에 올려놔 버린 것 아닙니까.

도대체 어떤 기준의 편파성입니까? 자기들과 생각이 달라서, 다르게 해석하는 것들이 다 편파성입니까? 보수의 시각으로 재단한 그런 편파성이라면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박민 사장이 문화일보 재직할 때 썼던 기사들 보면 이미 특정 정치세력에 매우 경도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게 드러납니다. 근데 그런 분들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 국민들이 정확하게 평가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민 사장은 KBS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했는데,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언론 신뢰도 관련해 여러 기관에서 진행한 객관적 지표가 있습니다. 매년 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수용자 조사를 하는데 KBS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신뢰도 1위를 기록했어요. 물론 과거 KBS는 취재 현장에서 로고를 달고 다닐 수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돌팔매 맞으면서 취재 다녔어요. 근데 적어도 2017년 이후에 KBS가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신뢰를 상실했다는 게 어떤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고, 그 연장선상에서 편파성을 얘기하는데 그렇게 해석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를 ‘불공정 보도’ 사례로 꼽았어요.

“당시 그 이슈 자체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었고, 그 보도를 안 했던 언론사가 어디 있습니까? 당시 보도를 안 했다면 그 언론사가 이상한 언론사인 거죠. 다만 인용 보도할 때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느냐가 중요하겠죠. 그 부분에 있어서 KBS는 반론 요구라든지 전문 요구 같은 노력을 충분히 했습니다. 그래서 KBS는 사실 국민의힘 측 고발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근데 방심위가 떠안아서 뉴스타파 인용 보도를 가지고 과징금 3천만 원 때린 거 아닙니까. 저희는 이 과징금 제재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KBS에 과징금 3천만 원 때릴 것 같으면 조선일보에는 더 때려야죠. 이건 진정한 심의가 아니라 언론 탄압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9>에서도 신임 앵커 박장범 기자가 사과했는데.

“KBS 메인뉴스 앵커가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갑작스럽게 교체됐어요. 이소정 앵커가 <뉴스 9>를 4년 정도 진행했는데요. 새로운 앵커가 등장해서 오프닝에서 느닷없이 정체성, 공정성 운운한 건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습니다. 박장범 앵커 역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보도의 정파성을 말하고 무엇에 대한 공정성 훼손을 얘기하는 겁니까.

14일에는 <뉴스9>를 통해 앞서 말씀하신 김만배 건, 생태탕 보도 등 4개 보도를 특정하고 박제화시켜 가짜뉴스로 프레임화 하는 시도를 했단 말이죠. 근데 이런 부분이 오히려 기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 모두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같이 따져 물을 예정인데요. 지금 KBS에선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14일 박민 KBS 사장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 앞에서 박민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14일 박민 KBS 사장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 앞에서 박민 사장 사퇴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민 사장 출근 저지 투쟁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출근 저지 같은 투쟁 방식이 아니라, 박민 사장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는 스탠스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근 저지한다고 해서 사장이 출근 안 합니까? 하나하나 기록하고 대응하고 또 싸워 나가는 과정인데 그런 투쟁의 방식을 가지고 잘했니 못했니 하는 평가 자체는 지금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고자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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