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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규모 설문조사, 주52시간제로 어려운 사업주는 '14.5%' 사업주 85.5%는 '애로사항 없다'… 경향신문 "탁상 노동개혁 사과해야" 정부, 일부 업종·직종에 추진 의지 여전… 한겨레 "국민 원치 않아" 보수·경제지는 '맹탕'이라며 정부 비판… 장시간 노동 현황 외면

정부도 한발 뺀 '노동시간 유연화', 원안 추진 요구하는 보수언론

2023. 11. 14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발표했던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이 '탁상공론'에 불과했다는 게 정부 설문조사 결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진영의 주장과 달리 주52시간제는 현장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보수언론은 노동시간 유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만한 노동자 민생 대책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부가 '노동개혁 1호'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언론비판이 제기된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및 향후 정책 추진 방향' 브리핑을 개최했다. 지난 3월 '주69시간제' 장시간 노동 정책을 발표해 역풍을 맞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수정방향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6월~8월 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최근 6개월간 주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사업주는 14.5%에 불과했다. 사업주 85.5%는 '애로사항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현행 근로시간 제도에서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업주도 33%에 불과하다.

이 차관은 "설문조사 결과를 전폭 수용해 주52시간을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노·사·정 대화를 통해 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조업, 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 등을 중심으로 '주60시간제'가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노총에 사회적대화 복귀를 요청했고, 한국노총은 5개월 만에 돌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4일 한국일보는 사설 <‘주52시간제’ 개편안 사실상 폐기··· 현실 벗어난 개혁 교훈 삼길>에서 "정부가 올해 초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최대 주 69시간으로의 근로시간 개편이 실상은 현실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 뒤로 가는 ‘개혁’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늦게라도 잘못된 ‘개혁’ 방향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현장 파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정책을 추진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이번에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면서 "특히 주 52시간제로 인한 어려움을 추가인력 채용으로 대응했다는 비율이 36.6%에 이르는 점으로 볼 때, 근로시간 늘리기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노동시간 개편 원점 회귀, 정부 ‘탁상 노동개혁’ 사과해야>에서 "정부 주장에 힘이 빠졌는데도 일부 업종 및 직종에 한해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문제가 뭔지를 모르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금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약속했던 포괄임금 오남용 규제방안도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정부가 '공짜 야근'과 과로의 주범인 포괄임금을 근절하지 않은 채 장시간 노동의 제도화에만 골몰하는데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난맥상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계와의 대화가 필수적인데 그간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했으니 잘될 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국민 원치 않는데, 노동시간 유연화 기어이 추진하려는 건가>에서 "정책을 철회하는 대신 선별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노동개혁 1호’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인가"라며 "특정 시기에 필요한 경우라면 현행법상으로도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된다. 정부가 언급한 업종만 유연화를 허용하더라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 사실상 정책을 재추진하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게다가 ‘노사가 원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미조직 노동자가 대다수인 현실을 고려하면 사용자 일방이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추가적인 건강권 보호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정부 스스로도 장시간 노동 유발과 그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지난해 기준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190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49시간이나 많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보수·경제지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비판 여론과 정부 차원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재계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사설 <‘근로시간 개편’ 8개월 끌다 노사정대화에 ‘맹탕안’ 던진 정부>에서 "조사 결과 근로시간 유연화가 시급한 업종과 직종이 나왔는데도 구체적인 대상 업종과 연장근로 관리 기간이 빠진 맹탕안을 노사정 대화에 떠넘긴 이유가 뭔가"라며 "일이 많을 때 바짝 일하고 나중에 몰아서 쉬는 근로시간 유연제는 선진국에선 보편적인 근로 방식이다.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주 단위로 경직되게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노사로 떠넘긴 근로시간 유연화, 노동 개혁 후퇴 안 된다>에서 "문제는 근로단위 유연화정책의 골자인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점"이라며 "정부가 1년 반이 지나도록 혼선만 빚다가 두루뭉술한 방향만 제시한 것도 한심하다"고 썼다. 

주요 선진국이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주 단위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선진국에서 연장근로를 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가 내세운 선진국 사례는 프랑스, 독일, 영국으로 각 국의 연장근로 규제 단위는 12주, 24주, 17주다. 그러나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이다. 12주를 평균으로 1주에 44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는 불가하다. 독일은 일일 단위 법정 근로시간이 우리와 같은 8시간이고 연장근로는 일일 최대 2시간까지 할 수 있는데 24주 이내에 일일 평균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영국은 1일 최대 8시간, 주 최대 48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일부 예외 업종에 한해 주48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은 연장근로에 대한 기준이 없이 노사 간 합의하도록 했다.

제도의 운용 결과는 연간 노동시간에서 나타난다. 이들 국가의 연평균 노동시간을 보면 1300~1400시간 정도로 2022년 그나마 연평균 노동시간이 줄어 1904시간을 기록한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를 향해 주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청년 활동가들이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관리 우수 사업장 노사 간담회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를 향해 주69시간제 폐기를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는 사설 <근로시간 유연화, 노동자에겐 이만한 민생 대책이 없다>에서 "3월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 삶을 통째로 갈아 넣으라는 법'으로 매도했다. 정의당도 '노동자 죽이는 개편안'이라며 폐기를 외쳤다"며 "하지만 그런 경직적인 태도가 정작 더 일해서 더 벌고 싶어하는 근로자의 민생을 더 궁핍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8개월 끌더니 근로시간 개편 맹탕, 이래서 노동개혁 되겠나>에서 "현행 주 52시간제는 너무나 경직적이고 획일적이다. 단 한 주라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면 불법이 된다"며 "정부가 이렇게 한 건 내년 총선에서 표를 잃을까 봐 겁이 나서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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