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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KBS '추적60분' 윤선영 PD

“환영받지 못한 아이도 기회 주는 국가라면 저출생 극복가능하겠죠 ”

2023. 10. 27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6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수원 냉장고 영아 살해’ 사건. 이 사건은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 중 출생아 관리 허점이 드러났고 정부가 일부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가정집 냉장고에서 발견된 수원 영아들처럼 ‘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기들이 있다. 이 ‘출생미신고’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죽거나 버려지거나 혹은 상품처럼 가격이 매겨져 거래되기도 한다.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지난 13일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방송 다시보기)을 방송했다. 수원 영아 사건 취재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출생미신고 영아 매매의 실태를 추적하고 최근 도입한 법 제도의 쟁점을 짚었다. 지난 16일 해당 회차 연출한 윤선영 PD와 전화 연결해 방송에서 못다 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유령 아기 추적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지난 6월 감사원에서 보건복지부 정기감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출생미신고 아동 1%를 표본조사한 결과 사망 또는 유기 사례들이 발견됐고 이후 전수조사로 확대되었어요. 저와 서지원 PD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망 사건이 드러날 때만 반짝 뉴스로 뜨고 심층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아직은 없더라고요. 저희가 심도 있게 다뤄보고 싶어서 이 아이템을 선정하게 됐습니다.”

PD님은 출생미신고 아기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저도 사실 이번 뉴스를 보고 처음 알게 됐어요. 그동안 출생신고 과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했는데,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아기 출생 사실을 파악할 방안이 사실상 없었더라고요. 법망에 빈틈이 있었다는 걸 이번 취재를 계기로 알게 됐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으로 방송 시작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이 건이 표본조사에서 발견된 사망 사례 중 하나거든요. 이 사건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커서 전수조사로 확대된 계기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 방송을 여는 사건으로 선택했어요.”

PD님은 이 사건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아무래도 충격적이었죠. 본인이 낳은 자녀를 둘씩이나 살해한 것도 모자라서 기존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지내고 있는 집안 냉동실에 시신을 넣어두었다고 하니까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가족은 아무도 모르고 있던 건가요?

“일단 조사 결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검찰이 남편에 대해서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자 했어요. 그래서 두 달간 보강수사를 진행했는데 최종적으로 증거가 없어서 불송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친부 말이 임신 사실을 몰랐고 이후에 낙태한 줄로 알았다는 건데 가능할까요?

“실제로 증거가 없어서 불송치되었기 때문에 제가 이 부분에 대해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실제로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실제로 증거가 나오지 않았어요. 때문에 법적으로는 처벌받지 않겠지만 저는 그렇더라도 이 상황에서 몰랐던 것도 죄라고 생각해요. 아내와 같이 세 아이를 낳아서 기른 아버지인데 가족관계에서 그 무지와 무관심 자체가 죄라고 생각합니다. 피임하지 않은 것 또한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고요. 가족계획과 피임은 사실 부부 공동의 책임이잖아요. 아내가 몰래 낳았다고 해서 남편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자녀계획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무분별하게 생명을 만들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하고요. 법적으로 심판받지 못하더라도 먼저 간 두 아기한테 평생 속죄하며 사셔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윤선영 PD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윤선영 PD

영아 매매 실태를 취재하셨는데 실제로 얼마나 이뤄지나요?

“영아 매매는 적발이 어려운 범죄입니다. 피해자가 아기잖아요.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죠. 피해자가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해야 수사가 이뤄지는데 그게 매우 어려운 범죄인 셈이죠. 그래서 실제 규모에 대해서도 사실상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합법적인 입양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금이 오고 간 경우를 법적으로 아동 매매로 분류하고 있어요. 나라에서 허가해준 정식 입양기관 외에 입양 행위를 알선한 것으로 봐서 금전이 오고 가는 아기 매매는 불법행위입니다.”

영아 매매 브로커에 접근하셨잖아요. 브로커가 자기 주민번호로 병원 진료 받으라고 하던데 왜 그런 거죠?

“아기를 매매하려는 임산부들은 대부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현행법상 입양기관을 통해서 정식으로 입양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꼭 해야만 하거든요. 브로커가 이 틈을 파고든 거죠. 산모의 출산기록이 남지 않도록 자신의 명의로 아기 낳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유혹해서 매매를 성사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타인 명의로 출산하는 게 가능한가요?

“실제로 산모 바꿔치기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산모를 바꿔치기하려고 시도했다가 눈썰미 좋은 의료진이 신고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힌 사건이었는데, 이런 식의 시도 정황들이 있었죠.”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병원에서 신분증 확인할 텐데?

“주민등록증 사진은 대부분 어릴 적 사진이어서 본인 얼굴과 다른 경우가 있고 어느 정도 비슷하게 꾸미거나 해서 속일 수 있다고 보는 거죠. 만약 신분증을 제대로 대조해보려면 지문 같은 걸 확인해야 할 텐데 의료기관에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기 때문에 신분증으로 속이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전직 브로커 말로는 신생아일수록 매매가가 높게 형성되나 봐요?

“맞습니다. 전직 브로커도 그렇게 설명했고, 저희가 생각해 봤을 때도 구매자 입장에선 신생아를 희망할 것 같습니다. 구매자들이 출생신고 안 된 아기를 데려가면 결국 본인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주민센터를 속여야 됩니다. 서류를 잘 위조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아기의 개월 수가 너무 높다면 주민센터에서 먼저 범죄를 의심하겠죠. 통상 생후 한 달 전에 출생신고를 마치거든요. 그런데 3개월, 4개월 된 아기 출생신고 하러 온 사람이 있다고 하면 공무원들이 의심하겠죠. 그런 이유로 한 달 이전 아기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도 높아지는 거라 판단됩니다.”

출생신고 할 때 증명 같은 건 없나요?

“출생신고 할 때 병원에서 떼주는 출생증명서가 있어야 해요. 지금은 그 서류가 있어야지만 출생신고를 할 수가 있어요. 인우보증이라고 해서 혼인신고를 증인이 있으면 할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아이 출생신고도 증인이 있으면 의료기록이 없어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법안이 강화되어서 제대로 갖춰진 서류가 있어야 해요. 저희가 만났던 구매자 중에 출산에 관한 서류를 위조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이를 팔려는 사람은 대부분 미혼모인가요?

“미혼모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혼자도 있고 미혼부도 있으니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부모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미혼모가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죠. 일단 수적으로 미혼부보다는 미혼모가 훨씬 많거든요. 혼자 뱃속 아기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미혼모들이 이런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영아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도 접촉하셨는데 공통점이 있을까요?

“겉으로 보이는 인성이나 가정환경 등은 제각기 달랐어요.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 땅에 태어난 모든 아기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입양 또한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요. 그래서 입양가족 같은 경우에는 정식 입양기관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입양 전 양육에 대한 교육도 받거든요.

그런데 영아 구매자들은 이러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돈으로 쉽게 아기를 데려오려고 하는 거죠. 문제는 그렇게 데려간 아기를 과연 잘 양육할지 아니면 또 다른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구매자들의 공통점은 입양 목적을 알 수 없고, 또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미 자녀 네 명을 키우는 구매 희망자도 있던데 왜 아이를 불법 입양하려는 걸까요?

“그분은 아기들이 브로커에게 팔리면 더 나쁜 일을 당할까봐 걱정돼서 본인이 데려와 양육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어요. 제가 그분의 속마음,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만약 말씀하신 의도였다면 아기를 구매하거나 불법 입양하실 게 아니라 매물로 내놓은 임산부를 미혼모 센터 같은 복지기관에 연결시켜 주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했었야겠죠. 상대방이 불쌍하다고 해서 사적 구제를 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불법적인 방식의 사적 구제는 있어서는 안 되고요.”

국회에서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통과됐는데, 보호출산제는 문제가 있나 봅니다.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둘 다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근데 보호출산제가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안이거든요. 그래서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마지막에 입법되었던 보호출산제의 우려점만 남아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보호출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또 다른 입법이 필요한가요?

“추가적인 입법보다 해당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운용되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영아 매매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친부모가 아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영아 매매나 유기 고민하는 부모들이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유도하고 복지제도 같은 것도 마련해서 지원해야겠죠. 이런 부분들이 선행되어야 유령 아기 막을 목적으로 마련된 법적제도의 실효성이 커질 것입니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또 법망을 비껴가거나 위법 감수하고서라도 아기를 버리거나 매매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 조성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뭘까요?

“저는 위기의 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분들은 복지제도가 있어도 어떤 지원책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도움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특히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도 적은 데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해서 경황이 없는 상태거든요. 그러다 보니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친절하게 손 내미는 영아 매매 브로커를 만나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영아 매매의 고리를 끊으려면 먼저 미혼모 관련 복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영아 매매가 일부 불우한 아기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의 저출생 현상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가 간절하게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태어난 아이는 모두 국가가 동등하게 책임지고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환영받지 못한 채로 이 땅에 온 아기들에게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 주는 국가라면 누구든지 마음 편히 아기를 낳지 않을까요?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아기들을 살피는 일은 그 아기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아기를 위한 일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KBS 1TV 〈추적60분〉 ‘죽거나 팔리거나, 유령 아기 추적기’ 편

취재하며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유령 아기 문제는 주로 암수범죄다 보니 실태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어요. 아기들이 피해자인데 신고를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감춰져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과연 취재가 될까란 의심도 많이 했고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래도 의도 했던 내용이 어느 정도 방송에 담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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