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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송현준 KBS 창원총국 기자

'시사기획 창'이 전한 골병라인과 힐링라인

2023. 10. 25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 우면산터널, 거가대로, 용인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 마창대교의 공통점은 민간투자제도로 만들어진 시설이란 점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본격 도입된 민자사업. 지난 30년 동안 진행된 민간투자사업은 모두 818건, 금액으로는 137조 원에 이른다. 민자사업은 그동안 어떻게 진행돼왔을까? 민간투자제도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난 10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방송 다시보기)을 방송했다. ‘골병라인’ 오명이 붙은 김포골드라인과 한산한 공항철도를 차례로 보여주며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민자사업의 30년 역사를 들여다보고 제도의 문제점을 짚었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KBS 창원총국 송현준 기자를 만나 민자사업 취재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송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방송 마쳤는데 어떠신가요?

“국민들이 민자사업에 대해서 알고는 있으시죠. 2000년도에 인천공항철도나 용인 경전철, 그다음에 지하철 9호선 등은 당시 너무한 거 아니냐며 사회적으로 반발이 컸거든요. 이번에 민자사업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제작하게 됐는데, 어렵고 딱딱한 내용일 수 있어서 많이 부담됐어요.”

민자사업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공항철도나 마창대교 같은 게 만들어지면서 2000년부터 사람들이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당시 민자로 하면 예측 통행량의 80%~90%는 무조건 정부가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했고 불만이 터져 나왔죠. 이걸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MRG)라고 얘기하는데 2009년도에 제도 자체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소급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이전에 체결했던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는 거예요.

이후 비용보전 방식이 또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그것도 큰 틀은 변함없어요. 이런 제도가 유지되고 있고, 또 민자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국민들이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내용을 알아야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요구할 수 있잖아요. 그런 취지로 취재하게 된 거죠.”

기자님은 민자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셨나요?

“제가 2005년에 KBS 입사해서 기자 생활 시작했는데요. 그때 경남에서 처음에 나왔던 게 부산김해 경전철이었어요. 그다음에 마창대교인데 거기도 MRG가 그대로 적용되고요. 수요 예측이 상당히 부풀려져서 세금으로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되는 돈이 1년에 수백억씩 됐었죠. 그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엔 저도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송현준 KBS 창원총국 기자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송현준 KBS 창원총국 기자

취재는 어느 부분부터 하셨어요?

“일단 정확한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확인했어요. 그동안 전국에서 총 818개 민자사업이 진행됐거든요. 종류도 다양합니다. 도로, 다리, 전철, 열차, 그리고 상·하수도 처리 시설, 학교 건물, 군부대 시설도 있어요.”

1969년 처음 민자사업을 했다고 나오는데 방송 제목은 ‘민자사업 30년’입니다. 왜 30년인가요?

“민자사업이 산발적으로 추진됐었어요. 근데 1994년 김영삼 정부에서 민자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해서 법안을 만들거든요. 그때 지금과 같은 토대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30년이 되는 겁니다.”

민자사업 하면 ‘맥쿼리’가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 맥쿼리가 민자사업을 많이 했죠. 물론 맥쿼리만 한 건 아니고 우리나라 건설사들도 많이 했었거든요. 맥쿼리는 건설회사가 아니잖아요? 투자자들한테 돈을 모아 투자자금 운용해서 수익 남기는 회사인데, 초기엔 정부에서 발주할 때 건설사와 맥쿼리 같은 투자사를 같이 불러서 했었어요. 근데 IMF 이후에 MRG가 만들어지니 맥쿼리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거죠.”

프롤로그에서 김포골드라인과 공항철도를 교차편집했는데, 이유는?

“김포골드라인은 세금으로 지었고, 공항철도는 민자로 지은 거죠. 근데 한창 논란이 된 것처럼, 김포골드라인은 개통 2년 뒤부터 승객이 너무 많아서 다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항철도는 사람들이 안 타니 텅텅 비어 다녔었거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사업비를 보면 김포골드라인이 1조 5천억 원 정도 들었어요. 공항철도의 경우 4조 6천억 정도가 들어갔고요. 근데 김포골드라인은 사람들이 많이 탈 걸 알면서도 예산 아끼기 위해서 (역을)아주 작게 지은 거예요. 하지만 공항철도는 사업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거죠. 정부에서 어차피 채워주니까 여유 있게 지을 수 있었던 거죠. 왜 민자사업에는 정부가 이렇게 사업자들에게 많은 편의와 여유를 제공하는지, 두 사례를 비교해 보면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겠다 싶어서 교차편집했어요.”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왜 그렇게 할까요?

“그래서 저는 민자사업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항철도 수요 예측이 70만 명이었는데 70만 명이 타는 건 불가능한 거거든요. 근데 그 불가능한 숫자를 토대로 정부가 계약하고 지금 사업자에게 돈을 주고 있잖아요.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김포골드라인의 경우 열차가 두 량인데 늘릴 수 없나요?

“그게 왜 안 되냐 하면 김포골드라인은 애초 역사를 두 량 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예산 아끼려고요. 만약에 그때 역을 네 량 기준으로 만들었으면 열차 붙이면 되거든요. 그러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가 있죠. 근데 당시 역을 딱 두 량으로 맞춘 거예요. 그러니까 이 부분은 불합리하다고 보는 건데 민자사업 같은 경우는 예산 아끼려고 타이트하게 잡지는 않아요.”

지금 공항철도는 아직도 그렇게 여유가 있나요?

“아니요. 공항철도가 2007년도에 개통됐거든요. 개통 이후 한동안 이용객이 많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말 그대로 공항철도는 공항과 서울을 연결하기 위한 철도니까 승객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인천 쪽에 주거단지가 상당히 많이 개발됐잖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많이 늘었고, 거기도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근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천공항철도 같은 경우 수요 예측 숫자가 70만 명이에요. 하루 수요 70만 명이라는, 불가능한 수치로 예측했기 때문에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량 대비해서 아직도 28%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예요.”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그럼 공항철도는 왜 수요 예측을 그렇게 높게 했나요?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MRG)가 있기 때문이에요. 사업 전에 수요를 예측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통행량은 예측치보다 안 나와요. 그러면 실제 수익에 못 미친 나머지 부분을 정부에서 채워주는 건데, 예측치를 높게 잡으면 당연히 정부에서 보장해 주는 금액도 올라가겠죠. 그러니까 사업자 입장에서만 볼 때는 수요 예측을 많이 하면 좋죠.”

물론 사업자 입장에선 좋겠지만 문제는 정부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부도 70만이 이용할 거라고 판단했으니 OK 한 거지 사업자 말만 듣고 그렇게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IMF 구제금융 상황에서 정부 재정여건이 안 좋으니 그렇게 제도를 만들었던 거죠. 그리고 수요 예측을 정확하게 한다는 자체가 어렵다고 봐요. 그러니까 10년 뒤, 20년 뒤에 이 시설을 몇 명이 이용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IMF 당시 세계은행에서 오신 분이 그런 얘기를 해요. ‘예측은 불가능한 겁니다. 불가능한 예측을 토대로 수익 보장하는 건 안 됩니다’라고요. 근데 당시 정부가 일단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MRG 주기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투자자들이 투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제도를 꼼꼼하게 만들기 힘들었을 거고요. 정부도 정확하게 몰랐던 거죠.”

그렇다면 미니멈으로 해줬어야 하지 않나요?

“예측과 실제의 차이가 나는 만큼을 주는 게 아니라 미니멈으로 하자는 얘기가 97년도에 나왔었어요. 그래서 2009년도에 MRG가 없어지면서 지금은 운영비용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는 바뀌었는데 이것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요. 시설 규모 문제인데요. 만약 전철이라고 치면 5량짜리로 할 거냐, 8량짜리로 할 거냐도 결국 예측의 문제잖아요. 근데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뭐가 더 비용이 많이 들겠어요? 당연히 8량짜리죠. 이것도 마찬가지로 비용을 보전해주니 사업자는 8량짜리로 하고 싶어 할 거예요. 그렇게 하면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탈 거예요’라고 예측이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2009년 이후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죠.”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경남 합천의 호텔 민자사업은 사기 사건인가 봐요?

“합천군은 사기를 당했어요. 지금 사업자는 횡령으로 잡혀서 재판을 받을 거예요. 합천군이 이것저것 합쳐서 손해 본 액수가 263억 원 정도인데 합천군은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가 아니거든요. 합천군이 263억 원이란 돈을 갚으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될 거예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민자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가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사업자가 ‘우리가 이거 할래’라고 하면 하는 거예요. 민주국가엔 삼권분립이 돼 있잖아요. 왜냐하면 서로 견제하게 만들어야 실수라든지 과도한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지금 민간투자제도는 지자체든 정부에서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부실해요.”

방송 보면 민자사업은 정보공개가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그런가요?

“법을 만들 때 해당하는 기업의 정보가 알려지면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판단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정보들을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거죠. 협약서에 민자사업의 수익이나 정부 부담액 같은 핵심 정보는 비공개로 처리돼 있어요. 예측을 과연 몇 명이라고 했고 그러면 세금을 얼마나 줘야 되는 건지 숫자가 없으니까 검토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거예요.”

민자사업제도는 어떻게 손봐야 할까요?

“크게 세 가지인데요. 민자사업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다 공개해야 된다는 점이에요. 그다음에 민자사업을 추진할 때 사전에 객관적으로 이것들을 검토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합니다. 합천 사건 같은 경우도 합천군이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업체가 조사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거란 말입니다. 업체는 당연히 사업을 하고 싶으니까 ‘이 사업을 하면 이렇게 이렇게 좋아집니다’라고 했겠죠. 지자체는 그런 내용을 신중히 검토해야 해요. 왜냐하면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니까요. 세 번째로 민자사업에 대해서 사후 검증을 해야 돼요.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KBS 1TV 〈시사기획 창〉 ‘주식회사 대한민국 - 민자사업 30년 해부’ 편

취재하며 느낀 점 있으시다면?

“불행하게도 민자사업은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특히 세금을 납부하는 인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도로 같은 시설은 한 번 지어놓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계속 관리해야 하잖아요. 관리엔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비용을 과연 정부가 다 감당할 수 있냐 하면 아니에요. 그러면 제일 손쉬운 방법은 민자로 넘기는 거죠. 사업주한테 넘기고 민자사업자가 관리하고, 그다음에 국민들이 그 시설에 대해서 이용료를 내도록 만들겠죠. 그렇기 때문에 민자사업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민자사업제도를 고민하고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나요?

“꽤 있어요. 가령, 지금 이 정부는 어떠한 민자 제도를 고민하고 있는지, 전국에 우리 국민들이 내는 민자 시설의 이용료가 얼마가 되는지, 그다음에 실제로 민자사업과 재정 사업의 차이를 돈으로 따졌을 때 과연 어떻게 나오는지 같은 부분인데요. 내용이 복잡하기도 하고 제한된 분량 때문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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