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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현대차 앞 검은 옷 청년들의 단톡방 소름 돋도록 놀라웠죠”

2023. 10. 19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 ‘새로운 노사문화 글로벌 최고기업’ 같은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줄지어 서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들이 현대차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기 위해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뉴스타파는 지난 8월과 9월 연속보도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지난 13년간 외부 경비업체와 계약을 맺고 경비용역들을 집회 참가자로 꾸며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법이 판시한 이른바 ‘알박기 집회’다. 뉴스타파는 이 경비 용역들이 장소를 선점해 해고노동자 등이 신고한 다른 집회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민간인은 물론 기자들을 사실상 사찰하는 일도 맡았다고 보도했다. (☞ 뉴스타파 보도 바로가기)

보도의 근거는 경비 용역으로 일했던 A씨의 증언과 용역들이 사용한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 대화 내역 등의 물적증거다. 지난 11일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를 만나 해당 보도와 관련한 취재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주간 뉴스타파] 현대차의 집회방해와 '민간인 사찰' 의혹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주간 뉴스타파] 현대차의 집회방해와 '민간인 사찰' 의혹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현대차그룹의 집회 방해와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데 어때요?

“저희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본 권력이 돈으로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 계속 눈여겨볼 계획입니다.”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나요?

“저 말고도 뉴스타파 기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미 알고는 있었어요. 박미희 씨가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지만 하나도 바뀐 게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뉴스타파식으로 이 문제를 한번 취재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제가 상황이 가능해서 하게 됐어요.”

취재는 어느 부분부터 시작하셨어요?

“박미희 씨 관련 보도는 몇 년 동안 많이 나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사를 찾아봤어요. 경향신문, 한겨레, KBS 할 것 없이 많이 나왔거든요. 오래된 사안이다 보니 내용을 검토하다가 똑같은 기사들을 확인하게 됐죠.”

그런 ‘판박이 기사’가 얼마나 많나요?

“제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확인했는데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기준으로, 판박이 보도가 150개 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자료 같은 게 한 번 나오면 특정 언론사들 열몇 곳이 똑같이 보도자료 쓰듯이 써주는 거예요.”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현대차가 보도자료를 뿌렸을까요?

“제가 현대차와 기사를 쓴 기자들한테 연락해 취재 차원에서 질의했을 때 그들은 현대차 보도자료가 아니라고 답변했어요.”

보도자료가 아닌데 어떻게 토씨 하나, 하물며 오타까지 같은 거죠?

“일부 기자들 답변은 보도자료는 아닌데 언론사 내부로 기획 자료가 전달됐고 자기들은 그 윗선에서 쓰라고 지시를 받아 썼다는 거예요.”

기획 자료란 건 뭘까요?

“자료 안에 사진 등이 다 동봉돼 있다고 해요. 근데 이 사진이 기사에 인용됐을 때 ‘독자 제공’으로 기재돼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일부 기자들은 제가 어디서 자료를 받았냐고 물었을 때 실제로 독자 제보라고 답변했거든요. 문제는 그 독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이죠.”

경비 용역 청년들은 왜 ‘검은 옷’으로 통일했을까요?

“저도 취재하다가 알게 된 부분인데 경호원 분들이 일반적으로 경호 현장에서 검은 옷을 안에 많이 입는대요. 다른 현장에서 일하다가 곧바로 현대차 집회에 오기 때문에 다들 검은 옷을 입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불법집회 Out'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 인도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타파)
검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불법집회 Out'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 인도에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스타파)

집회 신고는 누가 하나요?

“집회 신고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명의로 돼 있어요. 회사 차원에서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해놓고 ‘니네는 참여만 해’라며 용역 청년들을 동원하는 거예요.”

현대차는 왜 집회 신고를 할까요?

“이 검은 옷 청년들 집회는 현대차나 기아차 반대해서 하는 집회‧시위를 방해하고 저지하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해고노동자 등 타인이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목적인 거죠. 경찰서에서 집회를 관리할 때, 같은 장소에 신고된 집회 같은 경우에는 행정 관행적으로 참여자 수가 많은 집회를 선순위로 인정해 준다고 해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두 집회가 경합할 경우에는 선순위 집회를 인정해 박미희 씨가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한대요.”

대법원이 용역의 집회 신고에 대해 불법이라고 규정했는데 왜 변화가 없나요?

“대법원이 2018년 청년 용역들이 일반인의 1인 시위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알박기 집회’는 사실상 집회가 아니라 경비업무라고 판시했어요. 국가인권위에서도 이 대법원 결정을 인용해서 관할인 서초경찰서에 현대차그룹 집회에 대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는데 이게 전부 ‘권고’잖아요? 행정적인 집행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대법원의 이런 결정이라든지 인권위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거예요. 그러니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거죠.”

박미희 씨는 10년 동안 시위해 온 거죠. 박미희 씨는 현대차그룹의 이런 처사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죠. 박미희 씨는 내부고발 이후 해고됐거든요. 그분이 일했던 기아자동차 대리점의 판매 비리를 기아차 본사에 고발했어요. 내부고발자면 본사 차원에서 보호해 줘야잖아요. 판매질서 흩트리는 행위를 제보하라고 해놓고 막상 비리를 고발하니 보호해 주지 않은 거예요. 박미희 씨는 이 일로 해고됐고 ‘내부 고발자도 보호해 주지 못하는 회사를 글로벌기업이라고 할 수 있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죠.”

[주간 뉴스타파] 현대차의 집회방해와 '민간인 사찰' 의혹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주간 뉴스타파] 현대차의 집회방해와 '민간인 사찰' 의혹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가짜 집회를 열기 위한 인건비로만 1년에 10억 이상 소요되는 걸로 추정된다고 보도하셨는데, 이렇게 쓰는 건 배임 아닌가요?

“저희가 매일매일 들어가는 비용을 토대로 한 해 10억 정도 들어간다고 추산하긴 했는데 이 자금의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어요. 배임으로 규정하려면 용역 비용이 정확하게 어디서 나왔는지, 배임이 성립될 만큼 얼토당토않은 큰 금액인지 등등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은데 그 정도까지는 파악하지 못해 배임이라고 판단은 못해요.”

경비 용역으로 일했던 분 인터뷰는 어떻게 하셨어요?

“그분은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았어요. 옳지 못한 일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셔서 저희한테 제보를 주신 거예요. 너무 감사했죠.”

보통 인터뷰와 달리 이 분 인터뷰는 요약본을 먼저 보여줬는데 왜 그렇게 했나요?

“8월에 보도했을 때 <주간 뉴스타파>로 나갔는데, <주간 뉴스타파> 특성상 유튜브에서 1, 2편 연달아서 나갔거든요. 사람들이 1편만 보고 끝낼까봐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인터뷰 풀 버전이 뒤에 있으니 꼭 보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맛보기로 그렇게 구성했죠.”

경호 자격증이 있는 사람과 알바생이 따로 있나요?

“제보자 분의 말에 따르면 대다수는 자격증이 있는 정식 경호원들이고 일손이 부족해 바쁜 날에만 잠깐잠깐 알바를 부른대요.”

경호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직원인가요?

“현대차 보안팀에서 사설 경호업체에 집회 관련 외주를 줘요. 경호원들은 그 경호업체에 속해 있는 직원들이죠.”

"시위자·기자 동선 보고"...현대차 용역의 '사찰' 증언 (뉴스타파 보도영상 갈무리)

현대차 보안팀은 이 업체가 자기네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던데?

“저희가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던졌는데 자기들과 상관없다고 주장했어요. 근데 저희가 나중에 내부 단톡방 자료를 입수하고 나서 현대차 보안팀이 무관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용역 청년들은 출퇴근이 아니라 현대차에서 숙식을 하는 건가요?

“보통 경호 현장은 12시간씩 근무를 한대요. 근데 현대차 현장에는 24시간 동안 사람을 세워놓기 때문에 이 용역 청년들이 현대차그룹 본사 빌딩 안에 위치한 보안팀 휴게실에서 숙식을 해요. 근데 이 사람들의 근무시간 형태가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고,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고 이걸 24시간 반복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사실 숙식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죠. 이런 식으로 쪽잠 자면서 짧게는 3~4일 길게는 6일씩 버티고, 하루는 옷 갈아입으러 집에 갔다가 다시 온다고 해요.”

야간에는 집회 안 할 텐데 왜 24시간 용역을 세우는 걸까요?

“제보자 증언에 따르면, 야간이나 새벽시간에 예를 들어 스피커를 틀고 하는 집회를 하진 않지만 박미희 씨나 노조 관계자들이 와서 천막을 설치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24시간 이렇게 세워놓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현대차그룹 본사에 기자들 연락처가 있다고 나와요. 잠입 취재를 막기 위해 기자 자료를 관리하는 건가요?

“제보자 분에 따르면 진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과거에 기자들이 위장 취업해서 했던 보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업체에서 알바생 뽑을 때 일단 전화번호부터 검색한다고 해요. 기자 리스트랑 서류에 적힌 전화번호를 매치해 보는 게 제일 먼저 하는 업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통과돼야 면접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 한 명이 기자들의 대화를 엿듣고 단체 대화방에서 그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 한 명이 기자들의 대화를 엿듣고 단체 대화방에서 그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기자님 개인정보도 있을 거란 생각하면 기분이 어때요?

“감시당하고 있단 생각이 들죠. 예를 들어서 제가 박미희 씨와 얘기하고 있는데 그걸 다 엿듣는다거나 아니면, 제가 어디로 갔다 이런 부분을 다 감시하고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 끼치죠. 감시당하고 있는 거니까요.”

용역들의 단톡방 대화록을 입수하셨잖아요.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단톡방 대화 일부만 입수했는데 그 내용을 확인해 보니까 정말 일거수일투족을 적은 거라서 놀랐어요. 일반 기업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점에서 기가 막혔죠. 기업 홍보팀에서 통상적으로 기자들 명단을 관리한다는 건 들었지만, 기업에서 자기들 이익에 반한다고 시위자나 기자를 사찰한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잖아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민간인 사찰하는 것도 범죄가 되는데 민간 기업이 일반인, 민간인 사찰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서 소름 돋도록 놀라웠어요.”

홍우람 기자가 용역업체 현장 관리자 만났잖아요. 어떻게 만났다고 해요?

“저희가 입수한 단톡방 대화에 근무할 때 꼭 지켜야 하는 지침 사항, 보고라인 같은 게 상세하게 나와 있었어요. 근데 그 관리자가 보고라인으로 올라와 있었던 거죠.”

만났지만 그 관리자는 답변을 거의 안 했던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으니까 무조건 잡아뗄 수밖에 없었겠죠. 이게 적법하지 않다는 걸 자기들도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업체 간부 김모 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길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현대차 위장집회 용역업체 간부 김모 실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길 거부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앞으로 취재 계획은?

“저희가 8월과 9월 두 번 보도했는데 그 이후 현대차그룹 본사 주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보도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보도와 무관하게 이번에 현대차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어떤 액션을 보일지도 지켜보려고 해요.”

취재하며 어려웠던 점은 뭘까요?

“워낙 기업 내부의 일이다 보니 제보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고, 취재에 그런 한계가 있단 점이 어려웠어요. 물론 감사하게도 한 분이 제보를 주셨지만 그 이외에는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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