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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정혜인 기자 "희망적인 것은 청년들이라 회복력이 좋다는 점입니다"

출발점이 다른 MBC '은둔형 외톨이' 취재기

2023. 09. 15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의 가해자들이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지면서 고립 청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연이은 범죄에 고립 청년에 대한 '잠재적인 범죄자' 낙인찍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MBC <뉴스데스크>는 고립·은둔 청년의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MBC 박소희, 정혜인, 박솔잎 기자가 함께 기획, 취재한 이 보도에선 당사자와 전문가들 이야기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실태와 원인을 짚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정혜인 기자와 만나 뉴스에서 다하지 못한 취재 후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혜인 MBC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정혜인 MBC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기획보도 하셨는데 취재 마친 소회가 어떤가요?

“먼저 이 보도는 저, 박소희 선배 그리고 박솔잎 기자 등 3명이 같이 기획했어요. 저희 3명이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거든요. 한 달 넘게 준비했는데, 나의 기사라기보다 우리의 기사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겠지만, 복지 아이템의 경우에 섭외하는 게 어렵잖아요. 한 달 반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저희가 고립·은둔 청년 10명, 그다음에 고립 청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 이 문제를 연구해 오신 교수님들 그리고 현장에서 실제 이 청년들을 지도하는 전문가 등 한 20명 정도를 설득해서 섭외하고 만나서 인터뷰를 했어요.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인 취재이기 때문에 더 보람차죠.”

연이어 발생한 범죄사건 때문에 고립·은둔 청년 취재를 하신 건가요?

“그렇진 않고요.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한 달 반 전에 기획했어요. 그때 왜 시작했냐면, 보건복지부가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거예요. 여태까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올해 여름에 시작해서 하반기에 발표하겠대요. 그렇다면 정부가 주의 깊게 보겠다는 신호잖아요. 저도 청년 중 한 사람으로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마침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얘기가 나와서 기획한 거예요.

근데 마무리 돼가고 있는 시점에 하필이면 이런 범죄가 발생했고 고립·은둔 청년들이 같이 이야기되면서 잘못된 편견 같은 걸 바로잡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내게 된 거죠.”

기자님은 은둔 청년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나요?

“기존에 기사들도 나온 게 있고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도 MBC 들어오려고 취업 준비를 오래했거든요. 그런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에 공감도 되고 애잔한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기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고 정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저도 한번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럼 취재하며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나요?

“두 가지 정도가 생각이 나는데요. 이런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민간 단체들이 많아요. 서울시 내에도 제가 직접 취재를 다녀온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처럼 청년들의 회복을 도와주는 기관이 있다는 걸 취재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됐어요. 또 하나, 방 안에서만 생활하던 청년분들이 요즘 유튜브를 하는 거예요.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취재하면서 굉장히 예상외란 생각이 들었어요.”

취재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처음에는 우선 당사자를 만나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청년들 도와주는 센터에 찾아가서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청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연결 받아서 제가 제일 먼저 취재한 분은 한 2~ 3년 가까이 그렇게 방 안에서만 지내온 분이었고, 지금은 그래도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단기 일자리 체험을 하던 분이었어요. 그분을 시작으로 다른 청년들 만나면서 이야기했죠.”

[집중취재M]
[집중취재M] "15년째 집에만‥" 스스로 숨어든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8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고립·은둔 청년의 정의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의하기가 어려운데요. 제가 만난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우선 친구나 동료 같은 사회적 관계가 없고, 그다음에 가족 같은 지지체계가 없고, 주로 방이란 특정 공간에서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을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한다고 해요. 그런데 고립과 은둔이 약간 달라요.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상황을 6개월 이상 지속하면 그게 ‘은둔’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고립보다 은둔이 조금 더 심각한 상태인 거예요.”

고립과 은둔은 같은 상태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기간’의 차이가 가장 다른 점이에요. 주변에 만나는 사람이 없고, 혼자 방에서만 지내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걸 고립을 넘어 은둔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가족과 같이 살아도 고립이나 은둔이 가능한가요?

“저도 가족과 같이 살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제 부모님들 인터뷰를 해보니까 같이 산다고 해서 가족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전혀요. 오직 자기 방에서 하루 종일 지내고 가족을 마주치는 건 유일하게 화장실 갈 때죠. 그리고 밖에서 밥을 안 먹어요. 부모님이 나가시면 그때 잠깐 나와서 밥을 먹거나 한다고 합니다. 인터뷰했던 한 어머니는 아들이 3년간 은둔하고 있는데 3년 동안 집에서 두 번 봤대요.”

고립·은둔 청년이 최대 54만 명이 될 것이란 추정만 있고 정확한 통계가 없다던데 그동안 조사를 안 한 건가요?

“우선 이 청년들은 본인을 드러내지 않다 보니까 통계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근데 조사를 아예 안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이미 추정치는 나와 있거든요. 전체 청년 인구의 5% 정도가 고립·은둔 청년일 것이란 추정치는 있지만, 아마 그 청년들이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정확한 통계 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실태조사도 전수조사를 한다기보다는 그 청년들 돕는 민간센터가 있다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그런 센터 다니는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거예요.”

은둔 청년은 예전부터 있었을 텐데 그럼 실태조사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요?

“취재한 교수님들께 저도 같은 질문을 했어요. 물론 과거에도 있었을 거고,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청년들은 아닐 거잖아요. 다만 그 청년들을 바라봐 주고 인지하고 주목한 시기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요.”

[집중취재M] 이들은 왜 은둔에 들어갔나?‥
[집중취재M] 이들은 왜 은둔에 들어갔나?‥"배신당하고 버려진 느낌" (8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지금 그 청년들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아무래도 사회가 예전과 같지 않잖아요. 우리 사회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해왔고, 가족 구성도 과거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점점 나눠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줄 기회가 점점 줄어들죠. 하지만 교육 수준은 높아져서 청년들이 해야 할 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왔는데 정작 일자리는 계약직이 많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성취라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좌절감과 박탈감이 크다고 하더라고요. 공부만 열심히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부모님이 이야기했는데, 막상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 취업하려는데 실패를 반복하죠.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 커서 고립·은둔 청년도 늘어났다고 보는 점이 하나 있고요.

그리고 청년들이 힘들다는 부분에서 우리가 간과한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청년은 육체적으로 건강하죠. 그러니까 누가 도와줘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가 없는 대상이잖아요. 그런 시각 때문에 청년들의 어려움은 주목받지 못한 것 같아요.”

최근엔 1인 가구가 많아졌는데 그 영향도 있을까요?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핵가족화도 영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건 더더욱 자기 가족과 멀어지는 거니까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은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인가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나 서울시에서 자체 연구한 바로는 취업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고 나와요. 제가 만난 청년들도 대부분 오랜 기간 취업에 실패하면서 숨게 된 것 같더라고요.”

은둔 청년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경우 경제적 가치가 7조 원 넘을 거란 추산이 나왔던데 엄청나네요.

“이 7조 원이라는 게 연간 발생하는 비용이거든요. 엄청난 거예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 청년들이 사회로 나가지 않아서 생기는 경제적 비용이 있을 거고요. 또 집에만 있으니까 많이 아프다고 해요. 그런 질병으로 인한 비용이 있어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초생활수급 비용 같은 걸 받을 수 있잖아요. 이런 사회보장제도에 들어가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으면 관련 경제적 비용이 더 발생하는 거잖아요? 이런 전반적인 부분을 계산해본 결과 매년 7조 2천억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번에 저희 보도를 통해서 처음으로 공개된 거죠.”

[집중취재M]
[집중취재M] "가시 돋친 존재지만‥나가고 싶어" 은둔 청년들의 탈출기 (9월 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그럼 어떻게든 사회로 나오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 건 이 청년들을 방에서 나오게 하고 회복시켜 줄 도우미들이에요. 지금 그런 역할을 민간센터에서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한 센터에 가서 하루 종일 직접 체험을 해봤거든요. 고립·은둔 청년들과 함께 아침에 산책 나가고, 점심엔 요리를 같이해서 먹고, 오후에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상담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을 제공해줘요.”

기자님 리포트 보니까 게임 하면서 음성 채팅을 한다고 나오던데, 그건 은둔 상태는 아니지 않나요?

“약간 어려운 부분인데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근데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온라인 소통은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고립·은둔 상황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어떤 중요한 일이 생길 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관계는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소통을 한다고 해서 고립‧은둔 상태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극심한 경쟁 체제의 결과’란 전문가 진단,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대부분 청년은 IMF 세대잖아요. IMF 이후에 빨리 회복해야 하니 경제적 성장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있었고요. 또 핵가족화나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 형태도 많이 바뀌었어요. 청년들은 유치원 때부터 경쟁을 시작한 상황에서 입시를 거쳐 취업 전선에 나서게 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구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그 박탈감과 자존감 하락이 극심한 세대라고 이야기하셨던 거고요.

그다음에 고립·은둔 청년이 많아진 건 사회가 낳은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해요. 개개인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정하고 청년들도 아프다는 걸 이해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 거죠. 사회가 책임지고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저도 고립 은둔까지는 아니지만 취업난도 겪었고, 비슷한 세대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죠. 한창 꿈을 향해 달려갈 나이인데 너무 빨리 자신의 젊음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서 안타까웠죠.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건 청년들이라 역시 회복력이 엄청 좋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오래 은둔해도 조금만 도와주면 몇 달 안에 금방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들 청년들에게 조금만 관심 갖고 끌어올려 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회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이 청년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 미래의 문제인 거잖아요. 이 청년들이 취업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하지 않으면 결국에 사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죠. 지금이 그나마 이 청년들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인 것 같아요. 먼저 이 청년들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취재할 때 어려웠던 점은?

“제일 어려웠던 건 섭외요. 이렇게 고립 은둔하신 분들은 외부와 소통을 안 하려고 하시는데 저희는 카메라를 들고 가잖아요. 얼마나 싫으시겠어요. 그래서 섭외하는 게 정말 오래 걸렸고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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