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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신다현 KBS '추적60분' PD

“고시원 르포, 서로의 안녕을 묻자는 의미입니다”

2023. 08. 11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요즘 고시원에는 고시생이 없다고 한다. 사법고시가 폐지된 후 고시생들은 고시원을 떠났고, 그 빈자리를 지역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올라온 청년들과 외국인 유학생, 녹록지 않은 삶을 산 중장년층이 채우고 있다. 그들에게 고시원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4일 KBS 1TV <추적60분>‘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방송 다시보기)을 방송했다. 고시원에 대한 오래전 리포트들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고시생으로 고시원에 들어갔다가 27년째 거주하고 있는 원진수(가명) 씨 사연부터 새로운 기회를 찾아 서울로 온 청년들, 고단한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고시텔 주인이 된 박영숙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시원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해당 회차 연출한 신다현 PD를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신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신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방송 끝낸 소회가 궁금합니다.

“이번 방송이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저희는 이분들이 방송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 제작기간 내내 고민이었어요. 인터뷰하신 분들이 ‘우리를 너무 불쌍하게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래서 방송 나가는 순간까지도 걱정 많이 했는데 후기에 ‘존경스럽다, 잘 되셨으면 좋겠다, 긍정적으로 느껴진다’라는 댓글들이 보여서 이제 조금씩 마음을 놓고 있어요.”

고시원이란 공간에 주목한 이유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처음에 어떤 기사에서 출발했어요. ‘서울에 지역별로 각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라는 기사가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고시원’으로 좁혀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취재하면서 보니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너무 다양하더라고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겠다 싶었죠.”

취재하기 전에 PD님은 고시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어요?

“저는 고시원에 살아본 적이 없어요. 대신에 고시촌의 원룸에는 살았었거든요. 고시원 하면 굉장히 협소하고 학생들이나 고시생들이 많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취재해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고시원이라는 공간이 그분들한테는 단순한 방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원룸과 고시원의 차이가 뭘까요?

“많이들 궁금해하시는데 법적으로 봤을 때는 취사 시설의 차이가 제일 큰 것 같아요. 고시원은 방 안에 취사 시설을 둘 수가 없어요. 그래서 공동주방을 사용하고 주로 밥, 김치, 라면 정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룸은 그런 게 없죠.”

신다현 KBS 〈추적60분〉 PD
신다현 KBS 〈추적60분〉 PD

취재는 어느 부분부터 시작했나요?

“일단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 만나 고시원 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고, 방도 많이 보고 했어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지옥고’라고들 하던데 많이 열악한가요?

“주거 환경이 열악한 반지하, 옥탑, 고시원을 묶어서 지옥고라고 하죠. 고시원이 당연히 열악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그 자체로 살 만하다는 느낌을 저는 받았어요.”

어떻게 살 만해요?

“거주자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청년들 같은 경우 집에서 잠만 자니까 괜찮다고 해요. 또 나이가 있으신 분들 같은 경우 고시원 원장님과 소통할 수 있다든가, 보증금 없이 저렴한 가격에 내 한 몸을 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시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고시원도 저렴한 곳이 15만 원, 비싼 덴 100만 원이라고도 나오던데?

“맞아요. 요즘 고시원도 다양해져서 이번에 방송에 나왔던 신림동 고시촌 같은 경우 10만 원대도 있는데 강남이나 잠실, 서초 쪽에 가면 80만 원, 90만 원 정도 하는 호텔급 고시원도 있어요. 고시원이 굉장히 다양화되고 있는 건 확실한 추세인 것 같아요.”

강남 고시원 갈 바엔 원룸 선택이 낫지 않나요?

“저희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고시원의 가장 큰 특징이 보증금이 없단 점이에요. 원룸은 보증금이 필요하잖아요. 보증금이 보통 천 단위로는 들어가니까 그런 목돈이 없는 경우에는 고시원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 같아요.”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첫 부분에 고시원에 대한 예전 뉴스 리포트가 나오던데 그렇게 구성한 이유는?

“고시원이라는 시설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형태잖아요. 과거 뉴스 리포트부터 시작하면 시간에 따라 고시원에 사는 사람도 바뀌고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는 걸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처음에 신림동 고시촌에 대한 뉴스 리포트가 나오는데 사람들이 리어커를 끌고 가는 장면이 있어요. 청운의 꿈을 안고 고시원에 들어가는 모습이 과거의 고시생을 대표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 리포트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과거에 뉴스 출연하셨고 지금까지 살고 계신 분을 연결하기에도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와 지금, 고시원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과거에는 확실히 고시생들을 위한 공간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노인분들이라든가 혹은 수입이 많지 않은 사람들 등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방으로 저변이 좀 더 넓혀졌다고 봐야겠죠.”

원진수(가명) 씨 같은 경우 27년 고시원에 거주하셨는데 가족이 없나요?

“그분은 다른 제작진이 만났거든요. 나중에 제가 촬영본을 봤더니 본인 이야기하는 걸 되게 꺼리셨어요. 그런데 이분뿐만 아니라 실패를 겪은 중년분이라든가 재기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과거 혹은 가족이나 본인 이야기하는 걸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엔 고시원이 많다고 나오던데 왜 그럴까요?

“옛날부터 있었던 고시원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겠죠. 신림동은 예로부터 사법 고시생들이 많았던 지역이에요. 그때 생긴 고시원이, 거주자는 바뀔지언정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신림동 말고 다른 지역 고시원은 어떤가요?

“영등포 지역엔 외국인 노동자가, 신촌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고 강남의 고시원엔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해요. 그런 특별한 몇몇 지역을 빼고는 거주자 대부분이 중장년층 혹은 노년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여러 고시원을 돌아다니면서 총무님이나 원장님들 만나서 어떤 분들이 사시냐고 여쭤봤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신촌 고시원엔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나 봐요?

“신촌 지역에 있는 고시원을 돌아다니면서 원장님께 여쭤봤는데 ‘우리는 다 외국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연세대 한국어학당이나 그 옆에 서강대 한국어학당 다니는 학생들이 신촌에 살죠. 특히 개인적인 공간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숙사 대신 외부에서 살기를 선택해요. 또한 외국에서 들어오면서 보증금 몇천만 원씩 가지고 오기가 힘들잖아요. 그러니까 에어비앤비 같은 곳에서 장기숙박 형태로 많이 살고 계시더라고요.”

서울 말고 지방 고시원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셨어요?

“이번에는 못 알아봤어요. 지방에도 고시원이 분명히 있고 서울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나타날 것 같아서 다음에는 지방 고시원들도 취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분들 만나 보니 어때요?

“생각보다 긍정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고시원에 있지만 다시 준비해서 더 좋은 삶, 더 나은 삶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의지가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강조해 달라고 제작진에게 부탁하기도 하셨고요.”

고시원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외로움이 문제일 것 같아요.

“그렇죠. 외로움이 제일 큰 문제죠. 그래서 이영우 신부님 같은 경우 센터를 세워서 독거 중장년층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셨죠. 또 저희 방송 제일 마지막에 나온 고시원 원장님은 닭죽을 끓여서 같이 식사도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엔딩에 이하이의 ‘한숨’이란 노래를 사용했는데 의도가 있을까요?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를 마지막 멘트와 같이 깔았어요. 방송 마지막 멘트가 ‘고시원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물어봐 달라. 그 사람들의 안녕을 묻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라는 거예요. 이하이 ‘한숨’이라는 노래에 ‘당신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란 가사가 있는데, 각자의 고단함과 힘듦을 같이 이해하고 서로의 안녕을 물어가면서 살자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2023 고시원 르포>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방송 마지막 멘트와 ‘한숨’이라는 노래 가사에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의 고시원에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서로 물어보고 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저희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평소 고시원에 대해서 생각 안 해보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보니 TV에서 보던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 ‘삶’이 보이더라고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시원 사람들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이야기가 있어요. 각자의 공간인 이 고시원 방 안에서라도 마냥 힘들지 않고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제작하며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저희가 취재하고 편집하고 방송 보내면서까지 제일 신경 썼던 부분이 이 사람들을 불쌍한 시선으로, 감정적으로 보지 말자는 거예요. 그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저희가 관성처럼 보여주던 그림, 늘 하던 멘트 대신에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이 사람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그 의도대로 될까라는 걱정이 항상 있었죠.”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KBS 1TV 〈추적60분〉 ‘2023 고시원 르포, 7제곱미터의 삶’ 편

처음에 접촉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분들이 많았죠. ‘뭘 물어보냐, 얘기 안 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많으셨는데 저희가 ‘안 좋게 쓰려는 게 아니고 그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방송까지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방송에 담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마지막에 나온 고시원 원장님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방송엔 고시원 방문들 두드리면서 닭죽 퍼주시고 거주자분 병원 동행하는 정도가 나왔는데, 이분의 개인사만 해도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데 못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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