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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시철우 YTN 촬영기자

YTN 기획탐사팀이 찾은 지역의료의 길

2023. 07. 20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최근 중증 응급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갈수록 의료 현실은 심각하다. 응급실이 없어 인근 도시로 갈 수밖에 없는 일이 허다하게 생긴다. 도시와 시골의 의료 서비스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역의 의료 현실은 어떨까?

지난 8일 <YTN 탐사보고서 기록>은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 방송 보기)을 방송했다. 제작진은 인천 백령도‧전남 진도‧강원도 삼척 등을 찾아 지역 의료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어디에 살든 아프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지난 13일 '우리 동네 주치의-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을 제작한 시철우 YTN 촬영기자와 전화 연결해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시 촬영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지난 8일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이 전파를 탔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뭐든 끝맺음을 하게 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아쉬움보다 다짐 같은 것이 조금 더 강하게 마음속에 자리하는 느낌이에요. 취재하는 동안 많은 분들을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았으면 듣지 못할 이야기이고, 그래서 더 많은 곳 다니면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것들, 혹은 안다고 여겼지만 가려져 있던 것들을 더 많이 발굴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전달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의료 공백, 지역 간 의료 격차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제가 기획탐사팀에 와서 만들었던 다큐멘터리가 ‘10.29 이태원 참사 100일의 기록’ 그리고 ‘강제동원’ 이야기였습니다. 해결이 요원한 문제인데 현재적인 아픔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고, 너무너무 슬픈 이야기들이었죠. 제작하는 내내 제작진도 힘들었고, 시청자 여러분도 눈물이 너무 많이 나고 가슴 아프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때문에 한 번쯤은 어려운 주제이더라도 조금 밝게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기획회의 당시, 첨예한 갈등 상황에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다뤄야 하는 주제를 선택하되 밝고 따뜻하게 풀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취약한 의료 현실을 주제로 선택하게 되었고요. ‘찾아가는 진료’가 왜 필요하고, 지역에 남아 있는 의사들은 왜 ‘지역’을 선택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역 의료 현실과 의료 격차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그려보자는 기획의도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취재는 어느 부분부터 시작하셨어요?

“기획회의 당시는 막연했어요. ‘섬마을 의사 선생님’처럼 인구가 적은 곳에서 의롭게 가서 마을 일을 해결해 주는 영화적이고 만화 같은 의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봤는데요. 그런 사람들을 찾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괜한 기대일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도서·산간 지역 그리고 오지 혹은 시골 벽지 등 병원이 없는 곳에 가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 의사들이 군대 대신 시·군 보건소에서 병역의무를 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었어요. 그래서 공중보건의사들을 수소문했고, 그 지역 의료상황은 어떤지, 공중보건의가 전국적으로 얼마나 있는지, 수급 상황은 어떤지 이런 것들부터 조사했어요.”

시철우 YTN 촬영기자
시철우 YTN 촬영기자

지역 취재 많이 하셨던데 시골과 중소도시의 차이가 있나요?

“시골과 중소도시의 차이도 있지요. 백령도에 있는 의료기관은 저희가 취재했던 백령병원하고 보건소밖에 없어요. 보건소는 진료는 가능하지만 응급상황에 취약하고 CT 같은 정밀검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라 여러모로 병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백령병원은 공중보건의사들이 대부분이지만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어서 24시간 응급실을 열 수가 있어요. 백령도는 특이한 상황이에요.

섬은 주변 중소도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배를 타거나 헬기 타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진도군의 경우 응급실이 한 군데밖에 없는데, 24시간 열더라도 거기에서는 시술까지만 가능하죠. 그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면 중소도시로 전원할 수밖에 없어요.”

의사 부족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나요?

“관점에 따라 의사가 집중돼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지역에선 병원이 사라지고 있고, 수도권에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어요. 인구집중과 인구감소 때문이라고 할 수가 있는데요. 실제로 의사들에게 당사자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지역에 끝까지 있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필연적으로 병원이 없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백령도에 있는 백령병원 이야기로 시작하셨는데 그렇게 구성한 이유는?

“백령도에 계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총 12명이에요. 12명 중에 연세가 많으신 원장 선생님하고 백령병원 안에 있는 치과의사 선생님 빼고는 전부 공중보건의사예요.”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공중보건의사면 자주 바뀔 텐데 그건 괜찮나요?

“공중보건의처럼 의무 기간이 끝나서 사람이 들고 나는 경우 적응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도 진료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사 선생님이 바뀌는 것보단 오래 계시면서 주치의처럼 본인의 상태를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죠.

그래서 저희가 소아과 전문의로서 백령도에 3년째 계시는 이상훈 선생님에게 포커스를 맞췄는데, 그분은 거기 아이들을 모두 알고 있고 누가 오면 어떤 질환인지 기억할 정도로 지역 사정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환자분 중에 희귀암을 조기에 진단해서 큰 병원으로 전원시켜 건강 찾아드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남 진도의 경우 공중보건의가 상주하진 않는가 봐요.

“공중보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요. 과거에 비해 신규로 임용되는 공중보건의 숫자도 상당히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숫자는 크게 변동이 없거든요. 그래서 모든 보건소에 의사 선생님이 배치될 수가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한 보건소에 의대 출신 의사 한 분, 치과의사 한 분, 한의사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세 분이 짝을 이루어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 분도 없는 지역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 전문의는 공공의료원으로 배치되는 경우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니까 보건소에 계신 분들을 빼서 그쪽으로 넣어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면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선생님이 없는 경우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주민분들이 불편할 텐데?

“언제든 필요할 때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일주일에 한두 번 시간을 정해놓고 진료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차이가 있죠. ‘무의촌’이라고 하는데 보건소만 있고 병원이 없는 지역들이 늘어가고 있거든요.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서 인근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르신 중에는 운전 못 하시는 분들도 있고 거동 불편하신 분들도 많지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인이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해 사는 곳과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것과 1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나가서 진료를 받는 건 대단히 큰 차이가 있어요. 젊은 분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어르신들에게는 아무래도 힘든 일이죠. 게다가 어르신들에겐 필연적으로 만성질환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약을 타려면 의사 선생님의 처방이 필요하잖아요. 의사 선생님이 가까운 곳에 없으면 약도 받을 수 없는 경우들이 생기는 거죠.”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치료가능 사망률이 전국에서 충북지역이 50.6%로 가장 높던데 이유는 뭘까요?

“응급의료기관이 적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구급대원 인터뷰를 했잖아요. 급성 심정지 환자의 경우, 신고 받고 구급대원이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서 어느 정도 심장이 뛰는 상태로 이송 시작했는데 그 지역에 그 응급상황을 케어할 수 있는 응급실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 보면 다시 심정지가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역에 그 지역 주민을 위한 응급실이 꼭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러면 치료가능 사망률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지역 의료문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셨을 것 같은데?

“분명한 건 지역에 병원이 있어야 하고 의사 선생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 문제는 민간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게 저희가 만난 많은 분의 의견이었어요. 정부가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새로운 병원을 짓고 생활 인프라를 늘리면 의사 선생님이 지역에서도 일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실제로 그런 사례를 진도에서 저희가 목격했어요.

진도에 있는 한 민간병원 이야기입니다. 민간병원이니 공간 인프라가 갖춰져 있죠. 시설이 있지만 선생님이 안 계셔서 진료를 못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이 오셨어요.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인건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소아과 전문의가 지역으로 왔고, 그래서 진료가 시작된 거예요. 인구가 적은 지역에 병원을 새로 짓는 건 민간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입니다.”

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닌가요?

“맞아요. 그러니까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장기적인 국가 플랜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사람이 살려면 지역에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양질의 교육기관, 그리고 병원과 의사 선생님이 계셔야 하죠. 이건 짧은 기간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YTN 탐사 보고서 기록] ‘우리 동네 주치의 - 지역 의료, 길을 묻다’ 편

악순환인 것 같거든요. 지역에 사람이 없으니까 인프라 구축이 안 되는 거고, 인프라가 없으니까 사람이 나가는 거고요.

“반대로 생각할 수 있죠. 인프라는 있어요. 예전에 지역 대학이 많았고 양질의 교육이 가능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떠나요. 이유는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지기보다, 어떻게 하면 지역에 사람이 가서 살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겠지만 짧은 기간에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밖에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 의견이에요. 지역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말씀들 하시죠”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어떤 문제나 분리되어 만들어진 게 아니고 다 톱니바퀴처럼 인과관계가 연결되어 있어요. 그러니 하나하나 잘라서 생각하면 안 되고 연결 지어서 생각하고 해법을 찾아야 해요. 그러려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이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역문제나 인구문제는 시작부터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듯합니다.”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항상 물리적인 시간과의 싸움이 제일 어렵죠. 왜냐하면 많은 분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방송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또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사람 만나는 문제가 어려웠죠.”

취재했는데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나요?

“많습니다. 공중보건의로 내려가셨다가 지역에 자리잡은 의사 선생님 몇 분에게 좋은 말씀 많이 들었는데 그분들의 사연을 아름답게 그려내지 못했고요. 지역의료원들이 처한 현실, 또 지역에서 보고들은 미담들도 다 담아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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