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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

“어떤 낙하산도 막아낼 공정방송협약이 있습니다”

2023. 07. 13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사영화에 대비해 사측과 고용안정협약을 신설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YTN 대주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지분매각을 공고할 것이란 전망이 지난 5월부터 흘러나왔다. YTN 공공기관 지분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달 지분 매각을 공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이다. 

현재 YTN 지분 매각 상황과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5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고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 (사진=이영광 기자)
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 (사진=이영광 기자)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지분매각 공고가 아직 안 나왔는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현재 한전KDN과 마사회 모두 매각 주관사를 삼일회계법인으로 선정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삼일회계법인으로 선정되는 과정이 매우 석연치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어떤 점이 석연치 않았다는 건가요?

“애초 한전KDN과 마사회 모두 증권사들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었거든요. 공개 입찰에서도 증권사들이 모두 1등을 하거나 아니면 단독 입찰을 통해 선정될 거란 예상이 나왔는데, 한전KDN의 경우 돌연 삼성증권이 매각 주관사 자격을 반납했고 마사회도 단독 입찰했던 증권사가 마지막 날 갑자기 철회했어요. 결과적으로 삼일회계법인이 두 곳 모두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상태예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만약 (정부가) YTN 지분 매각 놓고 특정 자본이나 특정 신문에 주기로 마음먹었다면 불법적인 행위를 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매각 주관사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고려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그렇다면 매각할 곳이 정해졌다고 보세요?

“어디를 정해 놓았을 수도 있고, 매각 과정에서 정치권력이 입김을 불어 넣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죠. 아니면 증권사들이 YTN 지분 매각을 대단히 위험하다고 인식했을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권력은 무한하지 않죠. 정권이 바뀐 후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해서 몸을 사린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YTN 대주주 한전KDN, 한국마사회 로고 이미지
YTN 대주주 한전KDN, 한국마사회 로고 이미지

5월부터 매각 공고 소문만 있고 아직도 공고가 안 났어요. 왜 그럴까요?

“저희가 그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려워요. 이것도 짐작해 볼 따름인데, YTN 지분 갖고 있던 공기업들이 애초에 YTN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자칫 잘못하면 본인들이 매입했던 가격보다 낮게 팔릴 수도 있고, 또는 YTN이 그 이후에 성장해서 경영권 프리미엄 붙여 비싼 값에 팔 수 있는데 혹시 헐값 매각이 될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거죠. 헐값에 매각 되면 나중에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어서 많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그게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지금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석이잖아요. YTN 지분을 사려는 자본 입장에서 방통위가 명확하게 정리돼야 추후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6월 9일 YTN 노사가 지분매각 상황에 대비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단협의 핵심은 뭔가요?

“단체협약의 핵심은 고용안정 장치 마련이에요. 기업의 구조조정, 즉 대량 해고나 분사‧분할‧합병‧외주 배치전환 등을 포함하는 구조조정은 반드시 구성원들의 고용과 연결돼 있기 마련이거든요. 회사가 조합원들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노조와 합의하라는 것이 이번에 마련한 고용안정협약이에요. 언론사 가운데 사실상 최초인데, 제조업 같은 곳에 있긴 있어요.

두 번째로 공정방송 제도를 더 강화했어요. 최악의 경우 사주가 보도에 개입하려고 할 때, 또는 정권의 압력이나 입김에 휘둘릴 때 구성원들이 흔들리면 안 되잖아요. 저희 회사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장을 선임해왔는데요. 이런 사장추천위원회를 비롯한 사장 선임 과정 전반에서 어떤 규정을 바꿀 때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단협에 못을 박았어요.

그다음에 지금 신문 자본들이 YTN을 탐낸다는 소문이 무성하거든요. 보도국장 자격으로 ‘YTN 재직 10년’ 기간이 반드시 있어야 된다는 조건도 명시했어요. 근데 사실 YTN에는 강력한 공정방송협약이 이미 마련돼 있거든요. 그걸 잘 지켜나가야죠.”

이 협약이 비정규직에는 영향 없다고 들었어요.

“YTN은 비정규직 비중이 비교적 낮은 수준이에요. 고용안정협약은 기본적으로 YTN 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협약이라 프리랜서분들은 여기에 직접적으로 영향 받지 못하죠. 왜냐하면 프리랜서는 회사와 계약을 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업장이 그렇듯 팀장이나 부장들과 계약을 하거든요. 근데 이 부분도 저희가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 프리랜서 12명이 회사와 소송해서 이겼어요. 비정규직 비중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 먼저고, 이분들의 고용안정도 노조에서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보도국장 자격조건으로 ‘YTN 재직 10년 이상’을 명시했다 하셨는데 그게 공정방송을 담보해 줄 수 있나요?

“공정방송을 담보해 주는 직접적인 장치는 아니죠. 지금 신문 자본들이 YTN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신문사에서 낙하산 보도국장이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보수성향의 신문들이 제법 있잖아요? 보수성향의 보도국장이 내려와서 YTN 보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견제장치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YTN에 10년 이상 재직했다 하더라도 사주와 마음 맞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YTN에는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라는 게 있어요. 사장이 보도국장을 지명하면 보도국 사원들이 임명동의투표를 진행합니다. 투표에서 찬성률 50%를 넘지 않으면 보도국장이 될 수 없어요. 그런 식으로 사주의 손발 노릇 할 보도국장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분 매각 후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단체협약의 유효성일 것 같은데?

“최대 주주가 바뀐다고 해서 단체협약이 깨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법에 그렇게 나와 있어요. 근로기준법 5조에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단체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강행규정으로 나와 있고, 단체협약은 회사 사규보다도 위에 있어요. 그리고 근로기준법보다 좋은 조건으로 맺어진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보다 더 효력이 강합니다. 그러니까 단협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하는 자치적 노동법규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사주가 바뀐다고 해서 단체협약을 무력화할 수는 없어요.”

‘희망펀드 1.5’ 프로젝트는 뭔가요?

“1.5라는 게 YTN 지분 1.5%를 매입하자는 거거든요. 지분 1.5%를 소유하면 소액주주의 권한이 본격적으로 작동해요. 0.1% 지분만 가져도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하고, 0.5%를 소유하면 이사 해임 청구권을 가질 수 있어요. 1%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고 1.5%에 도달하면 임시 주총을 소집할 수가 있고요.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권한도 있습니다. 일종의 행동주의 펀드처럼 기능할 수 있는 거죠.

지금 우리사주조합이 YTN 지분을 0.22% 정도 갖고 있거든요. 시민사회나 노동단체들의 연대를 통해서 이 지분을 1.5%까지 높이자는 캠페인이에요. YTN이 함부로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할 수 없도록,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방파제를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지금 얼마나 모였나요?

“아직 본격적으로 모금 시작을 안 했어요. 근로복지기금 적립된 게 있어서 그걸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하면 지분이 좀 더 늘어날 것이고요. 일단 우리 자체적으로 해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게 안 되겠다 싶으면 언론노조, 시민단체 쪽과 연대해서 의결권 확보할 방법을 만들어 가려고 해요.”

공기업 지분 매각 반대 기자회견하는 YTN 노조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공기업 지분 매각 반대 기자회견하는 YTN 노조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제공]

YTN 지분이 매각될 경우 보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매각이 된다는 건 YTN의 최대 주주가 바뀐다는 의미고요. 그 최대 주주가 누구고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YTN 지분을 매입했는지 확인이 돼야 보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겠죠.

다만 자본에 넘어간 언론사들의 선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울신문이 있죠. 서울신문 동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호반건설에 매각된 이후 서울신문 보도가 많이 망가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잖아요. 지역 민방들도 건설자본에 넘어간 뒤에 기자들이 사주의 호위무사 역할을 한 사례들이 많이 있어요.

자본의 특성을 볼 때 이윤을 추구하려면 권력과 척을 지면 안 되거든요. 친권력적일 수밖에 없는 게 자본의 속성인데, 그렇다면 ‘보도’라는 칼을 가진 자본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죠. 지분이 매각되면 결국 친권력적인 방향으로 보도라는 칼을 쓰려고 할 거거든요. 그런 자본의 특성과 다른 언론사 선례들을 볼 때 저희는 ‘선한 자본은 없다’는 점을 전제로 지금까지 투쟁해 온 것이죠.”

지금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어수선하거나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예상보다 적어요. 저희 조합원들이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단체협약 맺고 조합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가 똘똘 뭉쳐 있으면 최대 주주가 어떻게 바뀌든 공정보도 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동조건 역시 훼손되지 않게 할 자신감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고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보를 ‘방송장악 기술자’라고 규정하셨던데?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홍보수석에 대변인을 지낸 이동관 씨는 최시중 씨와 함께 MB표 언론 장악의 핵심 인물이죠. 이동관 씨의 주도로 종편이 탄생했고 보도전문채널도 하나 더 생겼고, 미디어 진영이 급변했어요. 무엇보다 YTN과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면 저희는 이동관 씨가 ‘해직사태’의 주범이라고 봐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구본홍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니까 이동관 씨가 당시 국회에 나와서 ‘YTN은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라고 자신했어요. 그리고 6명이 해직되고 난 뒤에는 ‘YTN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한 사람이에요. 이동관 씨 지시를 충실히 따랐던 홍상표 씨라는 당시 보도국장은 해직사태를 주도했고요. 그 홍상표 씨는 나중에 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 됩니다.

이외에도 이동관 씨는 <돌발영상>이 사실상 폐지되는 데 압력을 넣었고요. 국정원 불법 사찰 관련 검찰수사 문건에도 YTN 기자들의 성향을 ‘좌파, 위험하다’는 식으로 분류해서 관리하고 탄압하려고 한 증거들이 차고 넘쳐요. 그래서 언론계에서 ‘방송장악 기술자’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동관 씨가 방통위원장이 되면 분명히 비슷한 일을 벌일 거라고 짐작하는 거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상황과 지금이 같다고 보세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상황이 너무나 똑같죠.”

국민의힘 측은 지금 권력이 언론 장악하려고 해도 장악될 상황이 아니고, 지난 정부에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에 언론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때도 집권세력이 똑같은 말을 했어요. 기자 6명이 해직되고 나서 YTN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이동관 씨가 얘기했다니까요. 그때도 언론 정상화하는 거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YTN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어요. YTN의 주요 의사결정, 경영상의 의사결정은 대주주 이사회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것만 놓고 보면 공영방송이라고 볼 수 없어요. 하지만 시민들이 YTN을 공영방송이라고 인식하고 ‘준공영 방송’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저희가 해직사태 등을 겪고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쌓아온 역사 때문이거든요. 저희는 그 역사를 통해서 공정방송 제도와 다양한 견제장치들을 만들어 놨어요. 어떤 낙하산이 오더라도 견뎌내고 곧고 올바르게 보도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지난 투쟁의 역사는 YTN의 공정성과 공영성의 핵심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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