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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

"내 봉급 내가 올리겠다"는 CBS 노조위원장의 진심

2023. 07. 06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3대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장에 김중호 기자가 선출됐다. 김중호 기자는 지난 4월 28일 재적인원 329명 중 263명이 참여한 집행부 선거에서 85.9%의 찬성률로 노조위원장에 선출됐다.

2004년 공채 24기로 CBS에 입사한 김중호 기자는 중국 베이징 특파원과 법조팀장 등을 지냈고 22대 CBS지회에서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 지부장을 만나 소회와 함께 CBS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지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CBS지부장 취임 한 달 되어가는데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노조 집행부가 완전히 구성되지 않아서 업무 파악이 아주 순조롭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사무국장이 아직 선임 안 돼서 적임자를 계속 찾는 중입니다. 일단 조합원들 만나 뵙고 여러 얘기도 듣고, 전임 지부장에게 인수인계 받느라 되게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이영광 기자,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
이영광 기자, 김중호 언론노조 CBS지부장

노조위원장 출마 계기가 있으신가요?

“요즘에 조합원들 만나면서 농담조로 그렇게 얘기해요. 사심 가득한 의도를 가지고 왔다고요. 그 사심이 뭐냐면 내 봉급 내가 올리겠다는 거죠. 그게 노조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말씀 못 드리겠지만 CBS의 임금 수준이 좀 심각한 것도 사실이고요. 제가 출마의 변에서 임금 인상이 아니라 ‘임금 현실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얘기했어요. 왜 ‘현실화’라는 말을 썼냐 하면, 반대로 현재 임금이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전제가 있었던 거죠.”

이유가 뭘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죠.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CBS 조직 자체가 사실 오너십이 강한 조직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실책을 범한 점도 있고,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CBS는 공영방송과 비슷하게 오너가 없는데 그 영향도 있을까요?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어요. 사실 모든 회사에 사주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대부분이 주식회사 아닙니까? 주식회사 같은 경우 주주들이 경영적인 효율성이나 성과 같은 걸 요구하고, 부족하면 CEO를 교체하기도 하니까 일종의 컨트롤이 되지요. CBS는 목사 출신 사장에서 사원 출신 사장으로 체제가 바뀐 이후 계속 내부 인사들이 임명됐는데 그분들이 열심히는 하셨지만 일반적인 주식회사나 사주가 있는 회사와는 다른, 많은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조직 자체가 애매하죠. 재단법인의 성격도 유지하면서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적인 성격도 가져야 하다 보니 중간에 낀 듯한 느낌이 있는 조직이기도 해요”

85.9%의 찬성률로 당선되셨습니다. 조합원들이 찬성표 던진 이유가 있을 텐데 뭐라고 보세요?

“전임 위원장에 비하면 훨씬 낮은 지지율이었습니다. 제가 최근 6년간 목동 사옥에 거의 없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전임 위원장보다는 조합원들과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선배 조합원들 같은 경우에는 예전부터 같이 일해왔으니까 얼굴도 알고 하지만 후배들은 저를 거의 모르죠. 그래도 찬성표를 던진 건 제가 지금껏 CBS 기자직을 수행하며 쌓아왔던 신뢰가 다른 직군 선후배들에게도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 Ⓒ연합뉴스

‘임금 현실화’와 ‘사내 벤처 제도 도입’ 추진을 공약으로 제시하셨는데 이유는?

“공약이 두 가지인데 다 만만치 않죠. 사실 2년이란 기간도 그렇게 충분하지 않다고 봐요. 저는 그렇게 펼쳐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 두 가지 정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사내 벤처는 CBS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이 뉴미디어 쪽이라는 점에서 별 이론의 여지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CBS 자체가 너무 올드합니다. 이런 올드함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벤처를 제시한 거죠.”

10년 전만 해도 CBS가 디지털 분야에서 앞서 나간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봐요. 한 20년 전 노컷뉴스 런칭부터, 당시에는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랐죠. 조직도 지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젊었고요. 조직 자체가 굉장히 젊고 역동적이었고 뭔가를 해보자는 분위기였어요. 미디어도 노컷뉴스뿐만 아니라 케이블 PP도 들어오고 DMB부터 해서 굉장히 확장적으로 나갔고, 실패로 끝났지만 경인방송 인수까지도 참여했거든요. 조직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던 때였죠. 그런데 시간이 20년이나 지났지 않습니까? 많이 노쇠화가 됐죠.”

기업은 신입사원이 계속 들어오잖아요. 노쇠화란 게 이해가 잘 안 돼요.

“제가 약속한 임금 현실화하고도 맞닿아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력이 해마다 최소 몇 명 이상씩 정기적으로 보충됐다면 조직 노쇠 부분에 문제가 없었겠죠. 저희 조직에서 27년까지 한 100여 분이 정년퇴직으로 나가십니다. 대단한 숫자죠. 조직 전체를 놓고 봤을 때 20% 가까운 숫자가 정년퇴직하시는 거예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력 정책을 방만하게 운영한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있어요.

또 일부 경영진은 경영성과가 좋지 않으면 인력 충원 ‘포기’ 카드를 너무 쉽게 뽑아 드셨어요. 3~4년간 채용을 안 한다거나 이러다 보니까 공백기가 생기고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업무가 과중해지죠. 그러니 또 일하던 구성원 중에서 과중한 업무를 못 견뎌 이직하기도 하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인력 부족 문제가 만성화됐죠.”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내부에서 어떤 분들 같은 경우에는 동의 못 하실 것 같긴 한데…(웃음)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최소한 20년 전에 보유하고 있던 영향력은 굉장히 쇠퇴한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인정해야죠. 참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CBS가 한국 언론사 중에서 굉장히 특이한 구조를 가졌고, 그로 인해 일선 현업자들이 다른 언론사에선 보기 힘들 정도로 큰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영악화 상황이 계속되면서 노컷도 영향력 면에서 쇠퇴 일로에 처하게 됐죠. 그렇다면 새로운 방향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런 것도 저희가 준비를 못 했어요.”

이미지 출처=CBS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CBS 홈페이지

사원들 사이에선 업무가 과중하다고 하는데 어때요?

“다들 힘들죠. 어느 회사나 물어보면 자기네 회사 업무가 쉽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없긴 해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이죠. 사실 외부에 알리기조차 부끄러운 일이긴 합니다만 지금 CBS가 공중파 라디오방송인데 제작을 빼놓고 음악 채널에 배당된 차장급 PD들 수가 5명밖에 안 되거든요. 큰 문제죠.”

이직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직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CBS가 이런 상황에 오게 된 데 대해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봤을 때 CBS는 목마른 사람들이 우물을 파야 되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누가 제일 목마르겠어요? 우리가 우물 파봅시다’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지난해 김진오 사장의 보도 개입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 사건 이후 경영진 측에서 직접적으로 보도에 관여한다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제가 지부장 맡은 지 3주 정도 됐는데 적어도 그동안에 없었고, 전임 지부장 때도 그 논란 이후로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CBS는 독특하긴 한 게 있죠.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데 데스크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조직이란 점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현업 기자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타사와는 다른 분위기라고 봐요.

저희는 기사에 대한 데스크 차원의 지침 같은 건 사실상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 개인별 편차는 확실히 나타나는 편이에요. 신문 같은 경우에는 지면 편집 자체가 그런 경향성을 나타낼 수 있잖아요. 그런데 노컷뉴스는 기사 자체가 편집된다기보다는 개개별로 나가는 데다가 데스크 권한도 다른 매체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기자들의 관점이나 시각이 상대적으로 세게 드러나죠.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방향성이나 논조 등을 조율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장점일 수도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있고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CBS 구성원들 의견을 들어 보니 노조가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그런 지적은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구나 PD나 기자들은 약간 자영업자 같은 면이 있어요. 특성상 한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모이기가 쉽지 않은 조직입니다. 분명한 점은 노조가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있고 조합원들도 존재해야 한다는 거죠. 역할을 어떻게 구현하고 관심도를 이끌어갈지는 사실 노조의 과제겠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좀 거칠게 얘기하면 노조의 가장 큰 책무는 임금 문제 아니겠습니까. CBS 같은 경우는 특히 더 그렇고요. 다만 절실함은 각 단위마다 다를 거예요. 조합원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노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측과 관계 설정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회사의 특성 상 사장을 강하게 견제할 만한 세력이 없어요. 저는 노조의 원칙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노조의 원칙이라면 제일 첫 순위가 임금 문제, 두 번째 순위는 회사 견제 쪽이죠. 그래서 ‘불가근불가원’이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원칙적으로 교섭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너무 멀어질 수는 없는데, 또 강력하게 비판하고 견제해야 되는 대상이라 너무 가까워져도 안 되고 그 밸런스를 잘 맞춰야겠죠.”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 책임 전가 규탄 현업언론단체 긴급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방송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재 방송계 상황에 대해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현 체계 자체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에서 언론의 책임이 굉장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언론이 책임져야 하고 계속해서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실정을 언론 탓으로 ‘퉁’ 치는 전통이 생기는 것 같아 우려됩니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도록 만들어 버리면 모든 정치적인 갈등 상황이 해결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죠.”

CBS는 민영방송이니까 정권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롭겠지만 아예 없진 않을 것 같거든요?

“저희 쪽에서도 지금 많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바코 같은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당연히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거고요. 굉장히 걱정들이 많죠. 언론사의 경영적인 측면을 어렵게 만들면 경영진은 생존을 위해 권력이나 자본에 의지하려 들 것이고, 그런 분위기가 현역 기자들한테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없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참 많습니다.”

지부장 임기가 2년이잖아요. 노조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이세요?

“2년 동안 제가 말씀드린 약속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에요. 그래서 지금 조합원분들께 많이 도와달라고 읍소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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