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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이창용 EBS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장

“'다큐멘터리K'는 머뭇거림에 대한 죽비가 되겠습니다"

2023. 06. 29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3년 EBS가 콘텐츠 대혁신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 <다큐멘터리K>(☞방송 다시보기)가 지난 4월부터 전파를 탔다. Keyword, Knowledge, Korea 세 가지 단어를 내세운 <다큐멘터리K>는 인구 절벽, 독서율 저하, 교육격차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이창용 EBS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장을 만나 <다큐멘터리K> 기획과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BS 1TV 다큐멘터리K
EBS 1TV 다큐멘터리K

4월 19일부터 <다큐멘터리K> 시리즈가 방송되고 있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대단히 공영적인 아이템인데 시청률이 생각보다 잘 나오고 있어요. 오늘(21일) 확인해 보니 ‘교육격차’ 편 경우 EBS 홈페이지의 VOD 조회수가 8만 5천 정도 나왔고, 그 외 다른 아이템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희가 SNS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시청자들이 그걸 퍼 나르면서 맘카페 같은 데 입소문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응이 좋은 이유는 뭘까요?

“저희도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왜 많이 볼까 생각해봤어요. 저출생 같은 부분은 여러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고 정부 정책도 나오고 있죠. 현상적으로 관심도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은근히 많은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격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격차 부분을 생생한 인터뷰 등 통해서 확인하게 되니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였단 점을 환기하게 된 듯합니다.”

이창용 EBS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장 (사진=이영광 기자)
이창용 EBS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장 (사진=이영광 기자)

EBS에서 인구 절벽, 독서율 저하, 교육격차를 한국 사회가 처한 3대 위기로 꼽았던데 이들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제 명함 보시면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이라고 나오죠. 작년 4월에 만들어진 EBS 방송본부의 별도 조직인데,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의 기본적인 업무가 사회 공익적인 아이템을 다루는 본격 다큐멘터리 제작이거든요. 작년에 EBS에서 정한 세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저출생 문제, 독서 문제 그리고 교육 문제예요. 이 세 가지 큰 아이템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로 다루자고 해서 이 조직이 만들어진 거죠.

EBS가 <교육대기획>이라는 이름으로 10년 훨씬 전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거든요. 교육 아이템은 그대로 쭉 이어 나가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낮은 출생율을 기록하고 있고, 이렇게 가다 국가가 소멸되는 것 아닌가란 걱정도 많이들 하고 계시죠. 많은 정책도 나오고 있지만, EBS는 공영방송이니까 그에 맞는 방식으로 제작해서 보여주면 일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방송 보면서 ‘저출생 문제는 어려워’ 혹은 ‘해결되지 않을 거야’라고 여겼던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함께 이야기하며 대안도 모색해 볼 수 있고요. 그렇게 인식을 조금씩 바꿔보는 역할을 EBS가 하면 어떨까 해서 잡은 거고요.

또 하나가 독서인데요. 한국인들이 점점 책을 안 읽잖아요. 최근 자료를 보니 중국보다도 책을 읽지 않고, 성인 절반 정도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물론 다른 매체가 많아서 그렇다는 통계 조사가 있기는 해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책을 안 읽다가 최근 문해력 문제가 심각해졌죠. 문제는 독서 부족이 문해력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단 점입니다. 지금은 상대방이 낯선 용어를 사용하면 ‘저 사람은 나하고는 다른 사람이야’라면서 집단을 나누기도 하고,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모여 대화를 하니 확증편향 문제도 생기죠. 그러니까 (독서 부족 문제는) 사회갈등 발생 문제까지 연결되는 것 같아요.

학교만 보더라도 도무지 단어에 대한 이해가 너무 떨어져서 그거 설명하느라고 선생님이 수업 시간 다 보낸다고 하거든요. 학교 현장이 이런 상황인데 통계적으로는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책을 점점 더 안 읽어서 독서인구 비율이 많이 떨어지는 걸로 나오죠. 청소년기 학습은 물론 대학진학이나 사회진출 이후에도 문해력 문제는 이어집니다. 성인 두 명 중 한 명이 한 권도 채 읽지 않는 독서 문제, 거기에서 비롯된 문해력 격차가 가속화되는 부분들이 결국은 큰 문제이고 그래서 이런 주제는 EBS가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D님은 이전에도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국장 되기 전에 <지식채널e> 프로그램을 한 2년 정도 했는데, 그때 저출생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심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출생이 결국 지역 소멸 문제와 연결되잖아요.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지만 그나마도 수도권에 집중돼서 지방은 소멸돼 가고 있죠. 조금 완곡하게라도, <지식채널e>의 감성적인 터치로 다뤄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련 아이템들을 비교적 많이 다룬 걸로 알고 있어요.”

EBS 1TV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
EBS 1TV 다큐멘터리K ‘교육격차’ 편

<다큐멘터리K> 제작하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 있을까요?

“바뀌지는 않았고요. 저희 PD들이 기획하고 만든 걸 계속 시사하고 논의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새로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청년문제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들어보니까 예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정말로 생생하게 와 닿아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 소개에 “<다큐멘터리K>는 머뭇거림에 대한 죽비와 같다”라고 나오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저출생 문제가 여러 미디어를 통해 특집 기사로 계속 쏟아지고 있죠. 모두가 대단히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기에 여러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고는 있어요. 제가 국장으로 왔던 지난해보다 기사량이 훨씬 더 많아졌고 정부에서 새로운 정책들도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몇 가지 원인을 짚는다고 달라지지 않거든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오랫동안 누적돼 온 결과이기 때문에요.

정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뭘 하긴 해야 하는데 너무 복잡한 상황인 거고요. 그렇다고 뭘 한다고 해도 몇년 내로 뚜렷하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다들 열심히는 하고 계신데 뭔가 소극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머뭇거린다’란 표현을 썼는데요. 독서도 마찬가지죠. 지금 정부와 지자체에서 ‘독서대전’ 같은 행사를 열심히는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역시 당장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죠.

방송은 일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시청각인 부분들로 구성되잖아요.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방송이라는 미디어 통해서, SNS를 통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많은 담론들이 재생산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EBS는 학술 다큐를 굉장히 많이 해온 방송사라 어떤 문제들을 취재하고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메커니즘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큐 쪽에 특화가 돼 있어서 이런 주제로 만들었을 때 또 다른 울림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알고는 있지만 ‘이건 해결되지 않을 거야’라는 비관주의가 팽배했던 부분들에 대해 개선할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죽비’란 단어를 쓴 거죠.”

EBS 1TV 다큐멘터리K  ‘교과서 혁명’ 편
EBS 1TV 다큐멘터리K ‘교과서 혁명’ 편

<다큐멘터리K>의 K 이니셜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먼저 K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미에서 Korea의 K입니다. 요즘은 K팝, K푸드, K컬쳐 등등 곳곳에서 난리잖아요. EBS가 그래도 잘하는 게 다큐멘터리인데 다큐멘터리에 K가 붙어 있는 건 없더라고요. 한국 사회문제를 다루기로 했으니까 <다큐멘터리K>로 하자고 했죠. 그리고 PD들이 욕심이 있잖아요. EBS가 또 지식채널 EBS로 불리기도 하니 지식, Knowledge의 K 이니셜이고요. 그다음에 근본 문제라는 의미에서 Key가 좋을지 Keyword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타이틀에는 Keyword로 썼어요.”

<다큐프라임>이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다큐프라임>이 예나 지금이나 EBS의 대표 프로그램이죠. 일단 <다큐프라임>은 <다큐멘터리K>보다 덩치도 크고 제작비도 조금 더 많고 제작 기간도 더 길어요. 그리고 <다큐프라임>은 자연이나 환경 다큐도 하고 있고, 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등 학술적인 영역, 그다음에 인권 같은 부분들도 다루고 있어요. 즉 아카데믹한 베이스에서 여러 장르를 고품격으로 만들고 있죠. 그런데 다큐도 사람들이 워낙 안 보니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다큐의 형태가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실험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또 내용상으로 그런 부분을 상당히 유연하게 열어놓고 가는 EBS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입니다.

<다큐멘터리K>는 대단히 공익성 높은 아이템들로 구성됐어요. 공영방송 EBS가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역할을 고민했고 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공익적인 주제들은 <다큐멘터리K>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다큐프라임>은 학술적인 베이스나 실험적인 베이스를 중심으로 기획하기 때문에 일단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어요.”

EBS 1TV 다큐멘터리K  ‘대학혁신’ 편
EBS 1TV 다큐멘터리K ‘대학혁신’ 편

EBS를 ‘다큐 명가’라고들 하는데 그런 평가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부담이 엄청 많죠. 최근 시청자들 눈높이가 높아졌잖아요. 넷플릭스만 가도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다큐가 많이 있죠. EBS가 다큐 잘한다고 했는데, 와서 보니까 예전하고 똑같으면 누가 EBS를 보겠어요? 일단 달라진 시청자의 눈높이에 대한 부담이 있고요.

그다음에 <다큐멘터리K>에 한정해서 본다면, 공익적인 내용을 잡았고 그만큼 많은 전문가와 기자분이 심층 취재하고 토론해서 여러 대안도 제시해주는데 EBS가 그런 전문성이나 취재의 깊이 부분에서 오류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좀 더 나은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고민이 있어요.

그리고 EBS가 재정 상황이 굉장히 안 좋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는 상황이거든요. PD들도 많이 투입돼 있고요. 내부에서 자원과 인력을 많이 쓰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부담도 사실은 있어요. 그래서 프라이드는 조금이고 반면에 부담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죠.”

'교육격차' 5부작을 시작으로 '교과서 혁명' 3부작, '대학혁신' 5부작을 방송했고 지난주부터 '초저출생' 10부작을 시작했어요. 이렇게 라인업 하신 이유는?

“‘교육격차’ ‘교과서 혁명’ ‘대학혁신’, 이 세 아이템은 저희 교육비전프로젝트 국이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기획됐던 프로그램이에요. 애초 <다큐프라임>에 들어갈 아이템이었는데, 작년에 이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기왕에 준비했던 것들을 <다큐멘터리K> 쪽으로 몰아서 배치했어요. 그 뒤에 나오는 저출생 아이템이 저희 조직이 만들어진 이후에 기획돼서 준비한 거니까 순서대로 방송이 나가고 있습니다.”

얼마나 준비한 건가요?

“교육격차는 제가 알기로는 재작년 8월경부터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과서 혁명은 외주 제작이거든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작년 초부터 준비했을 것 같고, 대학혁신 기획은 재작년 말에 이루어졌고 저희 조직 만들어진 이후에 팀들이 투입돼서 제작한 상황입니다.”

EBS 1TV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편
EBS 1TV 다큐멘터리K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편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저희가 다큐 통해 굵직하게 던진 어젠다가 잘 세팅되어 사회적으로 좀 더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요. 저는,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고 ‘선한 영향력’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EBS가 이런 노력을 해서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좋아지는 쪽으로 기능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그래서 내년 내후년에도 더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들이 더 많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K>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교육격차, 저출생, 독서율 문제는 거대 담론이고 어렵고 특별히 대안도 보이지 않는 주제들이죠. 하지만 끈질기게 탐구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보여드리면 조금씩 논의가 이루어지고 국민들 생각이 자연스럽게 모아지면서 사회가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계기를 만드는 것? 이게 <다큐멘터리K>가 전하려는 메시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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