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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보수정권의 언론장악, 개별 언론으로 접근한단 말이죠"

2023. 06. 23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5월 30일 경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MBC 뉴스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 남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또한 정부는 조작 가능성이 제기된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근거로 TV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일련의 상황은 우연일까?

최근 격랑에 휩싸인 언론계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6일 변상욱 전 CBS 대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변 전 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변상욱 전 CBS 대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에까지 이른 언론계 상황, 어떻게 보세요?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언론을 우호적인 언론과 적대적인 언론으로 갈라놓고, 우호적인 언론과는 관계를 돈독히 하고 적대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통제와 압박을 통해서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계속 눌러왔어요. 그다음 이도 저도 아닌 언론들이 결국 정부와 가깝게 지내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서 우호적인 언론으로 끌어들이는 게 기본적인 전략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서 가짜뉴스라고 일단 몰아붙이면서 압박한다든가, 모든 언론이 다 같이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보도했다 하더라도 MBC만 압박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언론 통제를 해왔던 거죠.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총선이 다가왔다는 겁니다. 총선 국면으로 완전히 접어들면 어떤 조치도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사실 지금부터 연말까지가 총선과 관련된 이런저런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간이에요. 총선 국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언론 상황을 구축해놓으려는 조급함 같은 것들이 최근 계속 내비쳐지고 있는 거죠.”

결국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여권의 전략이란 거죠?

“총선과 그다음에 이어질 대선에서 정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가려면 여권으로선 언론을 움켜쥐고자 시도할 수밖에 없어요. 더군다나 현재는 여소야대 구도이기 때문에 숫자상으로 야당이 유리하죠. 이런 국면에서 정부가 정책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불만이 있다면 이걸 해소할 방법은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서 상황을 뒤집는 것뿐이에요. 그런 점에서 최근 일련의 상황은 일단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민주당 정부도 언론들로부터 비판 공세에 시달린 적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인데 지금과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요?

“진보적인 정권은 언론을 상대할 때 언론계의 시스템을 주로 보면서 접근해요. 언론계가 지금 이렇게 흐트러져 있으니 이런 식으로 바로잡자는 전체 시스템으로 접근하죠. 그런데 시스템으로 접근하면 모든 언론에 불리한 측면이 많아요. 그러니까 언론이 다 반발하죠.

그러나 보수적인 정권은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개별 언론으로 접근한단 말이죠. 우호적인 언론, 반발하는 언론으로 나누고 개별적으로 대응하니까 전체 언론의 반발이 줄어들죠. 언론 탄압 정도는 실제로 더 강한데도 불구하고 언론의 반발은 확 줄어들어요. 우호적인 언론들이 다 빠져나가고 반발하는 몇 개 언론만 상대하게 되니까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나서서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거나 그 지위를 박탈하는 행위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방송통신위원장의 신분은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방통위 설치법’에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독립적 운영이 보장되어야 하고, 그래서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이 목적이라고 제1조에 명시돼 있거든요. 이 기관을 총괄하는 수장이 방송통신위원장이에요. 그러니까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가 보장돼야 되는데, 어떤 문제로 기소가 됐다고 해서 그 기소가 옳은지 틀린지 법원이 판단하기도 전에 자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건 법에 명시돼 있는 설립 목적을 정부가 위반하고 있는 거죠.”

국민의힘 입장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왜 안 나가고 있냐는 건데?

“그 말 자체가 오류이고 논점의 일탈이에요. 논점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기 내에 제 일을 제대로 하느냐인데, 일을 제대로 하건 말건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은 나가라는 건 말이 안 되죠. 정권이 바뀌는 순간에 모든 기관장은 다 나가야 한다든지 그걸 아예 룰로 만들어놨으면 모를까, 규칙에도 없고 법에도 없는 주장을 하는 건 국민의힘이 오버하는 거죠.”

방통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인데, 위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그건 법을 잘못 만든 거죠. 방송통신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만들려면 국회 밑으로 들어가게 하거나 아니면 정부 조직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국민 전체가 통제하고 감독하는 기구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여당과 야당이 나눠먹기식으로 처리했어요. 결국 정치적으로 종속된 방송통신위원회 구조를 만들어놨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가라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죠.”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영향을 미치는 건 위원회가 다루는 모든 사안이죠. 여당과 야당 위원이 반반이고 거기에 방송통신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조정해야 해요. 위원들이 자기 분야를 나눠 맡아서 간단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중요한 사안은 전원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위원은 여야 명수가 똑같잖아요. 그러니까 마지막에 방송통신위원장이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확률이 큽니다. 지금 상황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고, 민주당이 진작 추천한 위원은 대통령이 아직 임명을 안 해서 여야구도에서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들어간 거죠.

두 번째는 언론사에서도 주목하지 않고 있는데 포털 같은 경우 통신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할 사항들이 되게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포털 통해서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선거 국면에서 사실은 중요할 수도 있어요. 벌써 ‘다음 뉴스’ 같은 경우 댓글 기능을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바꿨잖아요. 사실 다음이나 네이버 포털의 댓글 게시판은 국민들이 서로의 의견을 표출하고 공유하고 하는 언론의 장인데 그런 기능을 하는 광장을 없애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죠.”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철회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실이 ‘분리징수와 경영진 교체는 별개의 문제’라며 거부했죠.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KBS 사장이 사퇴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어요. KBS 사장을 내보낸다고 KBS가 장악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요. 그 문제는 KBS 사장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수신료라는 건 기본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이기 때문에 EBS에도 훨씬 더 많이 분배해야 하고 공적기금으로도 더 거뒀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뤄졌어요. 지금 수신료는 현실적이지 않아요. 정부가 갑자기 그 문제를 조정하려고 나서면 수신료를 올려줘야 돼요. 그러면 국민 반발이 있고, 정치권에선 그런 이유로 건드리지 않았던 문제란 말이죠.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 수신료 문제를 전체 시스템을 개선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KBS를 용이하게 통제하기 위해, KBS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접근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거죠. 정권이 이미 KBS를 압박하려고 접근했는데 KBS 사장이 ‘저만 나가면 되나요’라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에요.”

대통령실이 거부한 상황인데 김의철 사장은 물러날까요?

“KBS 사장은 나가면 안 되고, 그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뚜렷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의철 사장이 사퇴하면 결국 ‘KBS 사장은 정권 바뀌면 나가는 것’으로 관례화시키거나 관행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데 공영방송사 사장이 그런 태도를 취하면 안 되지요. 수신료 제도를 바꾼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소신껏 정부와 논의하든지, ‘분리징수는 죽어도 안 된다’ 생각한다면 국회 찾아다니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려놓든지 방법을 찾고자 애를 써야겠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 임모씨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왼쪽)이 5월 30일 상암동 MBC 사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 임모씨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왼쪽)이 5월 30일 상암동 MBC 사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5월 30일 경찰이 한동훈 장관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MBC 뉴스룸’ 압수수색을 시도했어요.

“일단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라고 했는데, 왜 압수수색이 문제가 되느냐 하면 언론사 편집국엔 정부와 사회의 각종 기관과 그 기관에 종사하는 인물들의 정보가 상당히 축적돼 있어요.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정보이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기밀 정보죠. 기자가 뭔가 문제 있는 보도나 행위를 했다면 그 기자의 노트북, 기자수첩 같은 것을 압수수색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기자가 속한 MBC라는 방송사, 특히 보도 제작을 담당하는 부서에 들어가서 그 전체에 연결된 걸 다 뒤져보는 것은 과잉이에요.

그리고 노출된 정보가 문제 있다는데, 그 정보는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생긴 개인정보란 말이죠. 인사청문회에서 모두에게 공개되도록 나와 있는 정보죠. 거기에 무슨 민감한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장관이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정보 중에서 언론사를 압수수색할 만큼의 행위에 비례되는 정도의 정보가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만큼 중요한 정보가 도대체 뭐냐는 거죠. 인사청문회 정보 유출과 MBC라고 하는 공영방송사를 압수수색을 하는 것이 과연 형평이 맞냐, 절대 맞는다고 볼 수가 없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도 MBC를 압박하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거죠. 그 의심은 타당성이 있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방통위원장 내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민주화 이후 이명박 정부 때 언론 탄압이 가장 심했어요. 당시에 일단 공영방송 이사들을 가능한 한 자기들 사람으로 빨리빨리 바꿨죠. 그렇게 사전 정지작업을 한 다음에 낙하산 사장을 들여보내고요. 그 사장은 인사를 통해 정권에 유리한 사람들로 채우고,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해 잘라내든지 아니면 멀리 보내버리든지 하는 방법을 썼어요. 그다음에 정부 여당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여권에 불리한 언론 보도가 가능하면 안 나가도록 큰 틀을 짰단 말이죠.

그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고, 그 5년 중에서 ‘3년 5개월’ 동안 이동관 특보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로 청와대에서 언론정책 관련 일을 맡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결국 이 작업은 거의 다 이동관 특보 작품이에요. 그 증거로 나온, 당시 국정원이 행한 언론감시‧언론탄압 문건들을 살펴보니까 맨위에 ‘청와대의 대변인 또는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이란 기록이 있는데 그때 그 홍보수석 또는 대변인실의 책임자가 이동관 수석이에요.

물론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죠. 그런데 명령을 받았으니 그 골치 아프고 예민하고 자칫하면 국정원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작업을 했겠죠. 국정원이 알아서 충성을 다했겠어요? 청와대에서 책임지겠다고 하니까 수행하는 거죠. 그런 문제에서 이동관 특보는 책임을 빠져나가거나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어요.“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아들 학폭‧은폐’ 문제보다 언론장악이 더 큰 문제 아닌가요?

“학교폭력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고 그 도의적 책임이 인사청문회에서 이러한 중요한 직책을 맡길 만한 사람인가 판단하는 데 고려사항은 될 수 있죠. 그러나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받아 진짜 인사청문회에 들어간다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람인지가 제일 중요해요. 그다음에 방송통신 정책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고 과거 언론에 대해서 어떤 일을 해왔냐가 중요해요. 이 두 가지를 짚어봐야 하는데 언론에선 아들 학폭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언론이 왜 이 특보 아들 학폭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냐면 그 문제는 과거에 이미 끝난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언론에서 계속 학폭만 문제 삼으니 정작 중요한 ‘정치적 중립과 언론 탄압 경력’ 문제는 주목도가 떨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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