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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오승훈 MBC 아나운서

“PD수첩 전달자로서 매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3. 06. 08 by 이영광 객원기자

“PD수첩이 하고 싶은 이야기, 제대로 잘 전달하겠습니다”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해 현직 아나운서 최초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주목받은 오승훈 아나운서가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MC를 맡아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오승훈 아나운서는 지난 2월 28일부터 <PD수첩>을 진행하고 있다.

오승훈 아나운서에게 <PD수첩>은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박사 과정 중 <PD수첩> ‘황우석 보도’를 계기로 진로를 바꿔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오승훈 아나운서가 <PD수첩> 진행을 맡은 지 3개월이 되었다. 지난 1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오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오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MBC 〈PD수첩〉 진행자 오승훈 아나운서
MBC 〈PD수첩〉 진행자 오승훈 아나운서

MBC <PD수첩> 진행하신 지 3개월 지났는데 어때요?

“2월 28일에 진행 시작했으니까 딱 3개월 됐네요. 저는 원래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적응하고 나면 재밌게 즐기면서 더 적극적으로, 더 발전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적응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적응 기간이 보통 얼마나 걸려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새 프로그램을 들어가면 한 3개월에서 6개월은 적응하느라 바쁜 것 같아요. 방송인으로서는 안 좋은 성향이죠. 왜냐하면 빨리 적응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 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적응하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고, 이제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작년에 전종환 아나운서 대타로 진행 한번 하셨잖아요. 그때와는 다른가요?

“다르지요. 대타할 때와 내 프로그램 들어갔을 때 마음가짐,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대타할 때는 빈자리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조금 더 큰 개념이라면, 지금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거죠. 우선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담당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러 사람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만든 프로그램의 ‘최종 전달자’로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주 다른 사람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가오지요. 대타로 진행할 때 소홀히 한다는 건 아니지만 기본개념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이전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건’이 진로 전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셨는데, 그 사건을 보도했던 <PD수첩> 진행 제안이 왔을 때 어떠셨나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황우석 사건’ 때문에 언론과 MBC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황우석 사건’을 계기로 아나운서직에도 관심 갖게 된 거죠. <PD수첩>의 ‘황우석 사건’ 보도가 없었다면 저는 방송이나 언론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신기하고 기뻤죠.”

진행자 발탁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가 전해 들은 바로는, <PD수첩> 내에서 진행자 선정위원회가 열렸고요. 일선 PD들과 CP까지 포함해 투표도 하는 식의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거쳐 제가 선정돼 아나운서국 통해서 섭외가 들어온 거죠. 저희 국장님이야 당연히 하라고 하셨고, 저는 지시 받긴 했지만 그런 과정이 있다는 걸 추후에 들었는데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분 좋았어요.”

MBC 〈PD수첩〉진행자 오승훈 아나운서 (사진=이영광 기자)
MBC 〈PD수첩〉진행자 오승훈 아나운서 (사진=이영광 기자)

본인이 할 수 있을지 고민은 전혀 안 하셨어요?

“고민까진 아니지만 제가 <PD수첩> 같은 큰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진행할 정도의 역량까지 올라오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해본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굉장히 설레는 일이라 해보겠다고 했죠.”

<PD수첩> 역대 진행자들이 유명한 분들이라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부담감이 없지 않고 지금도 크죠.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잘 알고 있고, 또 그런 <PD수첩> 진행했던 송일준 선배라든지 최승호 선배, 가까이는 한학수 선배, 서정문 선배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선배들은 <PD수첩>에서 어떻게 기여했는지가 뚜렷이 드러나는 분들이죠. <PD수첩>을 만들고 이끌어 온 분들이고, 그러니 ‘진짜 주인’ 중 한 사람이 진행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죠. 시청자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고요.

이전에 <PD수첩>은 어떻게 봤나요?

“‘황우석 사건’ 때 언론의 역할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언론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검증해서 검증된 것만 방송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언론은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어젠다를 던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사람들이 곳곳에서 알고는 있지만 아직 이슈화가 되지는 않은 문제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공론화가 되고, 이후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거나 아니면 해결방안들이 조금씩 마련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게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라는 어젠다를 던지는 일, 언론이 바로 그 시발점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저는 <PD수첩>이 그런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해왔어요. ‘황우석 사건’ 보도가 하나의 예일 것이고요. 그 역할을 지속해서 해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주 중요한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MC로 정해지고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에 톤 잡기를 많이 준비했어요. 시청자들이 듣기 편하면서도 정확하게 들리는 목소리, 화면에 잘 녹아서 제대로 전달되는 목소리 찾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두 달까지는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도 편하고 시청자들 듣기에도 편하고 그다음에 화면과도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톤 찾아가고 있다는 걸 이제야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전까지는 계속 그 준비를 한 거죠.”

MBC 〈PD수첩〉포스터 (사진제공=MBC)
MBC 〈PD수첩〉포스터 (사진제공=MBC)

TV 프로그램 단독 진행은 처음이신데 어때요?

“재미있어요. 스튜디오에 혼자 있는데 계속 혼자 잡히면 화면 자체가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PD들이 동선을 주거든요. 혼자 진행하니까 그런 시도들이 많은데 움직임이 많아지는 게 재밌기도 해요. 근데 사실 부담도 있어요. 포스터가 만들어졌는데 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찍혀서 나오니까 거기에서 부담감이 가장 컸어요. 이제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의 전달자가 오승훈이라는 느낌을 포스터로 명확하게 주는 거예요. 그거 보면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야외 촬영도 하던데 스튜디오 촬영할 때와는 다를 것 같아요.

“다르죠. 야외 촬영 같은 경우에는 더 잘 외워가야 돼요. 왜냐하면 뉴스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프롬프터가 있잖아요. 기본 멘트가 있고 거기에서 크게 벗어날 이유도 없지만 어쨌든 운용이 가능하거든요.

근데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은 토씨 하나 잘못 전달되거나, 달리 표현된 단어 하나에도 상처받거나 이 전달에 대해서 반감을 갖거나 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 고려를 하느라 실제로 촬영하기 전까지 대본 문구 하나 때문에 수정을 계속 거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야외 촬영 때는 그런 경우까지 대비해서 웬만하면 철저하게 미리 준비한 멘트 외워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굉장히 어려웠죠.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돼서 오히려 야외에 나갈 때 좀 더 기분 좋은 면이 있어요.”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의 피해자 메이플 씨 재판할 때 대전까지 가셨던데.

“대전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는데 그 법원 배경으로 야외 촬영했어요. 그리고 사실은 정명석의 성전이라고 표현하는 JMS 월명동 본부 앞에 가서 촬영도 했어요. 큐카드에 <PD수첩> 쓰여 있으면 그쪽에서 싫어할 것 같아서 큐카드 없이 몰래, 촬영 아닌 것처럼 촬영했죠. 근데 방송상 내용에서 빼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못 나갔어요.”

멘트는 누가 쓰나요?

“기본적인 멘트는 작가님이 쓰세요. 작가와 PD가 의논해서 쓰고 그다음에 토요일 시사할 때 제가 들어가요. 그때는 의견을 내요. 예를 들어 ‘클로징에 이런 멘트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같은 의견이요. 그러면 바로 반영하기도 하고 의논을 더 거쳐서 조정하기도 하죠. 그런 식으로 의견을 주고받아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MBC 〈PD수첩〉최근 방송 목록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MBC 〈PD수첩〉최근 방송 목록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아이템 선정할 때 참여하시나요?

“제가 아직 그 정도까지 욕심을 부릴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제작진과 진행자 간의 신뢰도 갖춰져야 하는 문제겠죠. 앞서 제가 적응이라고 표현했지만, 서로 믿음을 나누는 것도 적응의 한 가지 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제작진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되고 믿음을 갖기 시작한 것 같고, 앞으로는 당연히 저도 ‘이런 아이템 했으면 좋겠는데요’라고 의견 제시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실제 취재 과정에서 저에게 제보가 온 경우도 있었어요. 그럼, 제가 그걸 취재하고 있는 PD에게 ‘이런 제보가 있었는데 만나보세요. 제가 어느 정도까지 메이킹을 해보겠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죠. 그런 역할들을 해봤습니다.”

지난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셨는데 <PD수첩> 진행에 도움이 되나요?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법률적 이슈가 있는 사안이면 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굉장히 도움이 되지요. 프로그램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실질적으로 법률 검토를 해서 네다섯 페이지로 작성해서 드린 경우도 있었고, PD가 직접 ‘이건 문제가 될까요?’ 했을 때 의견을 드리기도 했어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간단하게 의견을 드리거나, 제가 공부해서 정리한 내용을 드리거나 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어떤 진행자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PD수첩>에 매회 최선을 다한 진행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진행 자체에만 최선을 다한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제작 과정에서 같이 논의하고 최종 전달까지 모든 과정에서 꾸준히 고민하는 진행자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선배 중에 <그것이 알고 싶다>를 떠올리면 김상중 씨가 바로 떠오르는 것처럼, <PD수첩> 하면 오승훈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덕담해주고 조언을 해주신 분도 계세요. 그런 길은 저에게 굉장히 과분한 길이기도 하고 영광스러운 길이죠. 그렇게 오래 진행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보다 <PD수첩>이란 프로그램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잘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던 진행자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언젠가 제가 <PD수첩>을 떠날 때 ‘<PD수첩>에 그런 진행자가 있었다. 그 시절에 <PD수첩>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였는지 명확하게 잘 들렸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는 평가가 따른다면 저는 매우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론인으로서 늘 성실하게, 목표했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초심 잃지 않고 묵묵하게 걸어가겠습니다. 저도 그리고 저희 <PD수첩>과 MBC도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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