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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박병길‧정용재 KBS PD

‘각하와 나’ 제작진 “공소시효 없는 취재 하겠다”

2023. 06. 0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3월 전두환 씨의 손자라고 밝힌 전우원 씨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로 규정했다. 이후 우원 씨는 귀국해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다. 전두환 일가의 첫 사죄였다. 또 우원 씨는 SNS,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전 씨가 내지 않은 추징금은 922억 원. 그의 사망으로 멈춘 추징금 환수는 가능할까?

지난 5월 19일 KBS 1TV <시사 직격>이 5‧18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 돈을 말하다’ 편(☞방송 다시보기)이 전파를 탔다. 전우원 씨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우원 씨와 그의 친모 그리고 전두환 씨 장남 전재국 씨 측근의 증언을 통해 전두환 씨 비자금 의혹을 추적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각하와 나’ 편을 연출한 박병길‧정용재 PD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먼저 ‘각하와 나’ 편 방송 마친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용재 PD(이하 정):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들고 마음도 몸도 힘든 방송이었는데, 일단 방송이 잘 나갔고 반응도 좋아서 뿌듯합니다. 또 실제 취재에 응해주셨던 당사자분들도 만족하신다며 감사 인사도 전해주셔서 다방면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병길 PD(이하 박): “미리 준비하고 시작했던 방송이 아니라 전우원 씨가 귀국 후 광주 묘역에 처음 방문했을 때 저희 팀에서 사전 촬영 나갔거든요. 그제야 전우원 씨 섭외가 이루어졌으니 제작 기간이 짧았어요. 그래도 전우원 씨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취재를 같이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고생했던 만큼 새롭게 찾아낸 사실들도 많아서 전우원 씨 역시 보람 있었을 것 같습니다.”

MBC <PD수첩>에서 비슷한 아이템을 한 주 빨리 방송했는데, 고민이 있지 않았나요?

박: “아무래도 전우원 씨가 폭로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송을 만들어야 하니 비슷한 내용이 중복되지 않을까 싶긴 했습니다. 그래서 차별화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던 것 중에 용재 PD가 연출했던 아카이브 촬영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 KBS의 오래된 영상을 활용해서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던 부분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정: “<PD수첩>에서 비자금 위주로 다룰 줄 알았는데 실제 방송을 보니 그런 내용들은 전재용 씨에 한정되어 있었어요. 저희는 전재용 씨뿐만 아니라 전재국, 전재만 등 다른 형제들, 그리고 측근들과 비서들까지 비자금과 관련해 다각도로 취재를 진행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MBC 방송 이후에도 끈질기게 취재를 시도했고 미국 취재도 잘 됐고, 병길 선배가 여기저기 찌르면서 얻은 정보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나중에 진짜 뭐를 버려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많은 재료가 있어서 저희가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어떤 진실에 좀 더 엄밀하게 다가선 듯합니다.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5‧18 특집으로 다른 내용을 기획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아이템을 선택하신 이유는?

박: “5·18 민주화운동 이후 40여 년 가까이 지나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내용으로 방송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했던 내용으로 방송하는 것보다 전우원 씨가 주장했던 내용에 집중해서 기획하면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5‧18특집으로 기획했던 건 아닌데 아무래도 5‧18 직후에 방송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정용재(좌), 박병길(우) KBS 〈시사직격〉 PD (사진=이영광 기자)
정용재(좌), 박병길(우) KBS 〈시사직격〉 PD (사진=이영광 기자)

전우원 씨의 내레이션으로 방송을 시작했잖아요. 전우원 씨는 내레이션 경험이 없을 것 같은데?

정: “전우원 씨의 눈으로 바라본 5‧18이 저희의 기획 의도였기 때문에 당사자 목소리로 직접 전하는 게 시청자들 입장에서 이입도 잘되고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더 힘을 받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우원 씨는 내레이션을 처음 해보시는 거예요. 때문에 기술적인 면을 따지면 더빙할 때 첫 문장부터 읽는 속도라든가 도움 주는 거라든가 이런 것들은 당연히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우원 씨도 자기 페이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앞부분에서 조금 서툴지만 진정성 있게 말하는 그 보이스가 울림 있었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아서 결국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렇게 만든 다큐멘터리가 3사를 포함해 전 방송사 중 저희밖에 없었기 때문에 좋은 느낌을 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KBS에 전두환 정부 시절 전두환 씨와 그의 가족을 찍은 기록영화가 있는 것 같은데 KBS가 찍어둔 건가요?

정: “대부분은 KBS가 찍은 게 아니에요. 그때 정부 기관에서 부르니까 가서 결혼식도 찍고 한 건데요. 당시엔 방송사들이 정부 기관처럼 움직였던 거죠. 그중에 KBS도 있었을 거고 MBC도 있었죠. 원래 청와대에 보관돼 있던 건데 정권 바뀌면서 새 주인이 계속 보관하기가 부담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공영방송에 맡기면 가치 있게 쓸 수 있고 안전하게 보관되니 수원 아카이브 센터로 이관됐다고 해요.”

사적인 내용이 많던데 왜 찍었을까요?

정: “사실 왜 찍었는지는 전두환 씨만 알겠지요. 아마도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대통령이었는지 알리고자 이후 다큐멘터리로 만들든 아니면 회고록 쓸 때 참고하든, 혹은 전두환 기념관을 만들 때 전시할 목적으로 찍었을 거라고 예상할 수는 있어요. 왜냐하면 나무 상자 위에 쓰인 것들을 보면 ‘조국 평화 통일을 위한 헌신’ 등 굉장히 장황한 글들이 많거든요. 그런 문구를 보면 본인의 업적 높이기 위한 기록물을 만들기 위함이란 걸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죠. 거기 보면 사적인 내용도 많고 공적인 내용도 매우 많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80년대는 전국적으로 시위가 끊이지 않았을 때인데 기록영화에 나오는 전두환 일가는 세상 평온한 모습이에요.

정: “사실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든 전두환 씨는 성공적으로 진압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것이 북한에 맞서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을 정리하는 애국이라고 믿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두환 씨 입장에서 5‧18이란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참혹한 사건이 아니라 굉장히 잘한 일인 거죠. 전우원 씨도 마지막 인터뷰에서 ‘가족에게 그날은 억울한 날’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전재용 씨가 전도사로 있다는 교회로 찾아가셨는데, 전우원 씨는 전재용 씨와 연락이 전혀 안 되고 있나요?

박: “전우원 씨가 교회만 찾아간 것처럼 방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저희가 전우원 씨와 함께 전재용 씨의 집 앞에 네 번 정도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어요.”

전우원 씨도 모르는 주식이 많은 것 같던데 대부분 가족회사로 보여요. 페이퍼 컴퍼니일까요?

박: “지금 웨어밸리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다 폐쇄되거나 해산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운영했고 어떤 경제적 활동을 했는지 알 방법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 등본에 나오는 임원 명부만 봐도 아무런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입니다. 예를 들면 박상아 씨의 가족이 대표로 있다거나, 전우원 씨 어머니도 스스로 인터뷰 때 밝힌 것처럼 자기가 대표로 있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바지 사장을 앉히고 거의 페이퍼 수준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 회사가 운영됐던 건 확인되었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전재국 씨 만났는데 얘기는 못 듣고 온 것 같아요?

박: “전재국 씨는 다른 언론사에도 거의 대응한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공식적으로 화면에 나왔던 건 예전에 대국민 사과하고 추징금 자진납부하겠다는 기자회견과 전두환 씨 장례식 때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만나는 것조차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날 주차장 쪽에 다른 팀이 전재국 씨를 만나려고 대기하고 있었고, 저는 혹시나 몰라서 주차장 반대쪽 문에서 기다렸어요. 근데 주차장 쪽을 일부러 피한 것인지 제가 있는 쪽으로 나오더라고요. 전재국 씨는 평소 주차장 쪽 문에 차를 대기시켜 타고 나가는데 그날은 반대쪽 문으로 차를 돌아오게 하고, 차 도착할 때 맞춰서 나오는 순간에 저희가 접근했던 거고요. 예상했던 대로 인터뷰 요청에 아무 답변 없이 저를 밀치고 뒷모습만 보이고 떠나버렸습니다.”

전재국 씨 측근 인터뷰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박: “전재국 씨 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은닉 관련해서 기사 자료를 찾아보다가 핵심 인물이 몇 명 있다는 점이 확인됐는데, 그중 한 분의 연락처를 저희 작가가 찾아내서 연락했죠. 저희는 그분이 공범처럼 엮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 당연히 취재 거부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자신이 그 사건 때문에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그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고요. 특히나 이번에 전우원 씨가 폭로하고 있는데, 그 일가가 모두 전우원 씨를 약쟁이라든가 정신병자로 몰고 있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계셨어요. 그 부분 때문에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말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도 말씀은 그렇게 했지만 계속 걱정하셨나 봐요. 아무래도 지금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갖고 있는 상태가 아니니 인터뷰 했을 때 본인에게 미칠 파장 같은 것도 우려하셨고요. 그래서 처음에 하기로 했다가 며칠 전화도 안 받고 문자 연락도 없고 하다가 촬영 막판에서야 비로소 결심하셨어요. 사실 그분이 발언해 주신 더 중요한 내용도 있는데 저희가 좀 더 취재해서 후속 방송할 때 담아보려 합니다.”

전두환 일가가 연희동 자택을 지키려는 의도를 보면 자신들은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 “마지막 인터뷰에서도 나왔지만 전두환 일가는 ‘잘못한 것 없고 증거도 없으며 그 일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어요. 오히려 혼란을 진압하고 국가의 안정을 이루어낸, 굉장히 잘한 일인데 여기에 대해서 ‘조금 선을 넘었다고 평생 욕을 먹는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또 그러면 매년 5월 18일에 뭘 했냐고 물었어요. 어쨌든 5‧18이 되면 언론의 관심도 주목되고 이런 엠부시(ambush, 매복) 취재도 있을 수 있고 하니 그 전후로 해서 조용히 다니자는 움직임이라도 내부에 있었냐고 물어보니 그런 것조차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전두환 일가는 아예 신경도 안 쓰는 날이었던 것 같고, 그렇다는 것은 ‘우리는 정말 떳떳하다. 연희동은 역사적 공간이다’라는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KBS 1TV 〈시사직격〉 ‘각하와 나-전우원, 전두환 일가의 검은돈을 말하다’ 편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정: “두 가지를 느꼈는데, 먼저 저도 5‧18 세대가 아니라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전두환 씨 일가에 대한 분노에 완전히 공감이 되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 편을 3~4주 정도 제작하면서 우리 현대사를 바로 알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를 검토하고 많은 장면을 만들어내야 하는 악조건에서 제작을 했거든요. 밤도 많이 새웠고 그 와중에 정말 치열한 토론도 하느라 긴급 아이템보다 더 힘들었죠. 그런데 결국은 제작 과정에서 고민이 치열하게 이루어질수록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편하게 만드는 길도 있겠지만, 머리 싸매고 치열하게 만드는 이런 과정이 정말 값지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박: “취재하면서 계속 아쉬웠던 게 법의 테두리로 인해 안 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전두환 비자금 관련해서는 공소시효 등 우리나라 법 제도상 불가능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정말 중요한 진실들이 왜곡되고 역사 속에 묻히려 할 때, 마지막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건 언론밖에 없겠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방송에서도 ‘공소시효가 없는 언론 취재를 하겠다’고 말했는데, 법이 못한다면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다뤄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인 실효성이 없을지라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나중에 법 개정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 부분도 있을 거고,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성하는 계기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방송을 통해 법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조명해서 시청자들에게 알려드렸단 점이 가장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법의 한계로 수사나 처벌이 불가능한 이슈에 꾸준히 관심 갖고 취재해야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시 하게 됐습니다.”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내용이 있을 것 같은데?

박: “일단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방송에 담았어요. 저희가 관심 갖고 있는 미공개 증언들은 취재를 통해 내용의 진위가 확실해지면 그때 방송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직 사실관계가 다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려울 것 같고요.”

무슨 사안인지만이라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 “이번 방송은 2세까지만 방송한 셈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희가 그분들의 다른 가족들과 그분들의 얘기도 제보받은 내용이 있어요. 제보받아 놓고 취재 안 하면 인지해 놓고 수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 인지됐던 제보 내용들 더 취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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