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간호법 거부권 수순…"당정, 갈등 중재자 역할은 했나" < 비평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비평

윤 대통령, 양곡법 이어 두 번째 거부권 행사 유력 한국일보 "의사협회 눈치보고, '입법독주' 정치 공세만" 한겨레 "책임은 야당에 떠넘기고, 사회적 논의는 뒤엎고"

간호법 거부권 수순…"당정, 갈등 중재자 역할은 했나"

2023. 05. 15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여당이 "사회적 합의가 안 됐다"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여당이 간호법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와 갈등 조정을 위해 제 역할을 한 적이 있느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14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는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을 '입법 독주법'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주의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여당의 건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이은 두 번째 거부권 행사 수순이다. 

지난해 1월 11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를 방문, 레벨D방호복을 입고 코로나위기대응 간호사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 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며 "간호법은 보건 의료인 간 신뢰와 협력을 저해하며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분명하다. 간호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어 "간호법은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 카스트 제도"라며 "간호조무사 학력을 차별하고 간호사만을 위한 이기주의법이며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 의료법 체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없이 간호만을 별도 법으로 제정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는 법을 말한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3명을 돌봐야 하는 현실에서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인권침해 방지,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 조항은 대체로 추상적이다. 때문에 제정안 통과로 당장 현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의사, 간호조무사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직역 간 갈등 문제로 비화됐다. 의사협회는 간호법상 '지역사회 간호'라는 말을 '의사가 없는 곳의 간호사 단독 개원'이라고 인식하고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현행 의료법상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을 간호법이 그대로 옮겨왔다며 반발한다.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업무가 '진료의 보조'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단독 개원은 불가하며 학력제한 조항은 교육부의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사진=연합뉴스) 

15일 한국일보는 사설 <새 협의 전제 없는 간호법 거부, 갈등 더 키운다>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법안이 통과돼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다는 정부 입장을 거론하며 "새로운 협상이 전제되지 않은 지금 거부권 행사는 직역 갈등을 키우고 의료협업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 혼란과 국민 불편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정치권은 법률공포 시한(19일)까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당정이 거부권 행사 건의를 밝히자 간호계는 진료지원 간호사(PA) 업무 거부, 면허 반납 등의 준법투쟁을 예고했다. 의사가 할 일을 법적 처벌 우려까지 감수하며 대신하고 있는 PA가 손을 놓는다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전공의 파업과 맞먹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여당은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짚었다. PA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메우기 위해 수술 보조와 시술 등을 대신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한국일보는 "대선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이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간호협회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후보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다'고 했다"며 "정작 정부 출범 후엔 의사협회 눈치를 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 여당도 민주당이 간호법을 단독 처리하기까지 협상에 나서기보다 방치하며 '입법독주' 정치 공세에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간호법 제정 약속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여당이 막판에 제시한 수정안도 간호계 핵심 요구가 모두 빠져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간호사 4명 중 3명이 최근 3개월 새 이직을 고려했다는 조사 결과처럼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며 "물론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등 직역 갈등을 부추겼다면 정치권은 이 또한 조정에 나서야 마땅하다"고 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간호사의 날인 지난 12일 간호사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23 국제간호사의 날 기념 축하 한마당'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같은 날 사설 <해법 못 내놓고 간호법 ‘거부권’ 건의한 당정, 무책임하다>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정부·여당이 갈등의 중재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간호법 논란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고 , 그동안의 사회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은 간호법 논의 과정부터 최근까지 ‘껍데기 중재안’을 내놓고, 정부가 직접 나서 ‘간호법 우려’를 노골적으로 제기하며 사태를 악화시켜왔다"며 "그래놓고 '국민 건강' 운운하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의 중재안이 의사협회의 이해만 대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대한의사협회 등은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 개원하는 길을 여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간호사들은 고령화 등 의료환경이 달라진 만큼 간호사의 역할을 의료기관 밖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간호사 단독 개원은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동안 당정이 내놓은 중재안에는 일관되게 ‘지역사회’가 제외돼 의사협회 쪽의 의견만 반영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했다.

보수성향 언론에서도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보다 중재 노력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일보는 사설 <간호법 거부권 행사 전에 여야 중재 노력 포기해선 안 돼>에서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간호법을 밀어붙였다. 토론은 생략됐다"면서 "보건 당국도 법 제정에 따른 의료 직역 간 갈등을 방치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앞서 중재안을 찾을 여지가 남아 있다"며 "여야는 끝까지 그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여야정, 간호법 중재안 마련에 머리 맞대야>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국회로 되돌아오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간호사협회 소속 회원의 98%는 거부권 행사에 단체행동으로 맞서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다"며 "한 치도 양보 않는 직역단체들의 싸움과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 갈등 조정 능력을 잃은 국회의 무기력에 국민만 또 골병들게 생겼다. 양곡법에 이어 한 달 만에 거부권 카드를 다시 꺼내 들게 된 대통령도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