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시사직격이 목격한 층간소음의 ‘진짜 가해자’는 < 인터뷰 < 뉴스 < 큐레이션기사 - 미디어스

상단영역

뉴스Q

기사검색

주요메뉴

본문영역

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정용재 KBS PD

시사직격이 목격한 층간소음의 ‘진짜 가해자’는

2023. 04. 27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언제부터인가 뉴스에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한 형사 사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웃 간 말다툼으로 시작해 폭행 사건, 협박에 살인까지 이어진 극단적인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 용산구의 100억 원대 초고가 아파트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분쟁이 보도되며 화제가 됐다. 급증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단순히 이웃 간 갈등 문제로 봐도 될까?

지난 14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방송 다시보기)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살펴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을 취재한 정용재 PD와 지난 17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먼저 ‘층간소음 공포’ 편 방송 마친 소회 부탁드립니다.

“일단 <시사 직격>에서 다뤘던 아이템 중에 제일 힘들었던 회차였던 것 같아요. 제보자분들은 본인의 편에서 방송을 만들어 주길 원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피해 주장하는 분이 가해자로 지목한 분들의 반론도 들어봐야 하거든요. 저희는 중립을 지키는 건데 양쪽에서 다 컴플레인이 들어왔죠. 그리고 저희가 인터뷰했던 전문가분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이라는 게 다들 있으세요. 그런 차이들을 조율하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를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이번 작업을 같이 한 전혜란 PD가 실제로 층간소음 문제를 겪고 계셨거든요. 관련 아이템을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따라붙었어요. 저도 대학시절 층간소음 고통을 받았던 경험도 있어서, 공감되는 방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PD님도 층간소음 경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떠셨어요?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였는데, 윗집에 인터넷 방송하는 방송인 분이 살았어요. 잠자리 들려고 할 때, 새벽 시간마다 소음을 내고 해서 너무 괴로웠거든요. 결국 제가 이사 갈 수밖에 없었죠.”

층간소음 갈등이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거든요. 이유가 뭘까요? 기술이 발달하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잖아요.

“아무래도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런 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많아진 게 사실이에요. 또 옛날에는 어딘가에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해서 구제받아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원래 공동주택에서 이 정도 소리는 나지’라고 여기고 넘어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것도 분명 사회적 문제고, 피해를 호소해서 적절한 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민원 건수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첫 화면으로 ‘헌법 제35조 1항’을 내보내셨는데 의도가 있나요?

“층간소음 문제가 이웃 간 분쟁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자 했습니다. 모든 것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고, 또한 국가가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고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진행자 멘트로 ‘층간소음, 진짜 가해자는 누구입니까’라고 마무리하잖아요. 물론 가해자들이 있지만, 거시적으로 이런 포맷을 만든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가해자라고 생각해서 ‘헌법이 이런 내용을 보장하는데 국가가 좀 더 일을 해달라’라는 의도로 제35조 1항을 담았습니다.”

이웃 간 발생 문제에 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보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데 첫째로 방음 안 되는 집 같은 경우는 건설사가 제대로 못 지은 게 맞아요. 두 번째는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사후확인제 등을 권고가 아니라 강제 사항으로 규정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지금의 병폐가 해소되기 어렵단 점입니다.

또 이웃 간의 다툼이 있으면 권위 있는 기관이 나서서 중재하고 문제 원인을 찾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환경부 분쟁 관리위원회 같은 곳에서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물론 현재 일하시는 분들이 너무 열심히 하시지만, 인력구조나 비용 문제 같은 것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접수해도 몇 주를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다고 해요. 분쟁 조정 같은 경우는 접수하고 나서 거의 7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뭐라도 결론이 나오는 상황이라 둘 다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예은(가명) 씨 집의 사례를 가장 앞에 구성하신 이유는?

“가장 전형적인 사례였어요. 그러니까 윗집에서 들리는 발망치 소리와 아이를 뛰는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례였어요. 촬영하러 가서 들어봤는데 너무 소음이 심해서 저희가 가장 공감할 수 있었죠. 또 하나는 이 집이 건설사의 문제를 짚어내기에도 적절했던 사례였습니다. 이 아파트의 경우 1~2등급으로 홍보했는데 3~4등급으로 지어놓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례자분이 층간소음에 관한 입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어요.”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인가요?

“지은 지 2~3년 정도 된 것 같고, 엄청 신축이에요.”

정용재 KBS 〈시사 직격〉 PD
정용재 KBS 〈시사 직격〉 PD

신축인데 층간소음이 문제 되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런데 신축이든 구축이든 상관이 없어요. 왜냐하면 결국에는 벽식 구조에서 쓰는 인정 바닥 구조는 변한 게 없기 때문인데, 저희도 그게 아이러니했습니다.”

이예은 씨의 거실과 욕실에서 수차례 기준을 초과하는 수치가 나왔다고 하던데 거실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욕실은 왜 그럴까요?

“욕실은 거실보다 소음에 더 취약한 공간이에요. 배관, 수관 같은 것들이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배관을 타고 소리가 내려오거든요. 거실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욕실에서 한번 소음이 나기 시작하면 그건 되게 빨리 내려온다고 하더라고요.”

아래층의 보복소음도 있던데, 보복소음이란 게 윗집 소음에 대한 대응인 건가요?

“맞아요. 윗집에서 소리가 나서 아랫집에서 천장을 친다든지 아니면 우퍼 스피커를 설치해서 위로 소리를 올려보낸다든지 하는 식의 보복이 이루어지는데 그분들도 이해가 되죠. 그러니까 그분들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요. 윗집에 말해봐도 소용이 없어서 한다고들 하는데, 저희 사례자 중에 한 분은 아랫집에서 사전에 협의라든가 대화도 없이 대뜸 바로 우퍼를 설치해서 했다는 분도 계셨어요. 다양한 양상의 보복소음이 있는 것 같아요.”

보복소음 낸다고 윗집에서 아랫집에 항의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죠. 아랫집에서는 윗집이 시끄러워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주장이고, 윗집에서는 ‘우리는 사실 할 수 있는 방법 다 해봤고, 그렇게 시끄럽게 사는 것도 아닌데 아랫집에서 우퍼 공격을 한다. 우리는 피해자다’라고 해요.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민감한 분쟁을 조정하기가 참 까다로운 부분인 것 같아요.”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층간소음 갈등 기간이 짧게는 4개월, 길면 10년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오래 고통받으면서 왜 이사를 안 가죠?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갈 수 없는 이유가 다양하게 있었어요. 첫 번째로 요즘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죠. 집이 팔려야 하는데 원하는 가격에 팔리지 않으니 이사할 수 없는 경우가 매우 많았고요. 또 하나는 아이 교육문제 때문이죠. 또 어떤 분은 ‘내가 피해자인데 쟤네가 나가야지, 왜 내가 나가냐?’ 하면서 ‘내가 나가는 건 도저히 자존심이 상해서 안 되겠다. 나는 절대 못 나간다.’라는 경우도 꽤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층간소음으로 인한 형사사건 판결문 분석하셨는데,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공통적인 건 평균적으로 갈등 기간이 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전에 전조증상들이 있었어요. 갑자기 ‘못 참겠어’라면서 형사 사건에 입건될 만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거든요. 그 와중에 갈등을 효과적으로 중재하는 기관도 보이지 않고, 두 당사자가 함께 대화로 풀거나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없었죠.

사실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고 권한이 있는 제3자 기관이 와서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권한이 있는 기관이 없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주민들 간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감정이 섞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화를 참지 못해서 형사 사건까지 가는 거죠.”

층간소음은 아파트 지을 때 대비할 수 있는 거죠?

“충분히 대비할 수 있고, 실제로 지금 성능 테스트도 다 하고 있는데 지금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슬라브 두께를 높인다든가 아니면 더 좋은 방음재를 쓴다든지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들이 있고 지금도 개발 중이에요. 그런 건축자재로 짓고, 또 마지막에 성능 테스트했을 때 기준 등급이 나오지 않으면 준공 허가나 입주 허가를 안 해준다고 하면 건설사가 마음대로 지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규정을 만들었는데, 지난 8월부터 사업 승인을 신청한 집부터라고 하니까 적어도 한 4~5년 정도 뒤에 지어질 집들부터 적용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등급이 안 나올 경우에는 입주를 못 하게 한다는 조항이 아니라, 향후 어떻게 조치할 건지 계획서를 제출하게끔 ‘권고’한다는 내용이에요. ‘권고’ 규정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의 문제라, 국가가 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큰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죠.”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결국 단가 문제인가요?

“저희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건설사 인터뷰에도 있었듯이, 층간소음이 아예 없는 집에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지으려면 돈이 더 들겠죠. 그 돈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데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라고 얘기하잖아요. 그러니까 돈 때문인 거죠.”

입주자 입장에선 비싸도 층간소음 없는 집에서 살고 싶지 않을까요?

“기업들이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관련 추가비용을 기업이 다 부담하느냐면 그렇지 않거든요. 그 비용을 그대로 분양가에 반영해서 모집 공고할 거란 말이죠. 그러면 예를 들어 A라는 아파트는 똑같은 평수가 비슷한 위치에 브랜드 가치도 차이가 없는데 9억이고, 어떤 아파트는 8억에 나왔어요. 그러면 누구나 8억짜리를 사겠죠. 그럼 9억짜리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니까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 비용을 소비자한테 전가해도 손해 보는 구조가 나오죠.”

소음 측정방식이 뱅머신에서 임팩트볼로 바뀐 거잖아요. 건설사 로비 가능성 있을까요?

“저희가 취재한 모 전문가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방송에선 정확히 밝혀진 팩트만 말씀드려야 하잖아요. 실제로 제가 로비 현장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확답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죠.”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KBS 1TV 〈시사직격〉 ‘내 집이 지옥이 되다-층간소음 공포’ 편

취재하며 느낀 점 있으시다면?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문제가 심각한데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 이분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거죠. 이사 갈 때 좋은 이웃 만나기를 바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더 답답하고 더 괴로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이 층간소음 아이템을 한 편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계속 주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할 때 특히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집이라는 것이 워낙 사적이고 예민한 공간이잖아요. 제발 취재해달라는 제보는 많이 들어왔는데 막상 자기 집에 오는 건 싫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미 약속을 다 잡아놓고도 촬영 당일에 ‘방송 나가게 되면 더 큰 보복을 당할까봐’,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왕따가 될까봐’ 혹은 ‘우리 아파트 집값이 떨어져서 내가 욕을 먹을까봐’ 두렵다며 방송 촬영을 취소하신 분들도 여러 명 있었어요. 심지어 방송 직전 혹은 촬영한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전화해서 ‘너무 죄송한데 저희 촬영분 쓰시는 걸 다시 한번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하신 분들도 계셨어요. 층간소음 사례자를 찾는 건 너무 쉬웠으나 실제 카메라 앞에 나서주실 분을 모시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