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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로봇 시대 살아남기』 출간한 염규현 기자

MBC 기자가 제안하는 로봇시대 ‘생존법’

2023. 04. 21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곧이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행했고, 이제 사람들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앞에서 기대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불과 30년 만에 ‘로봇과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사회 전 영역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상황에서 4월 초 『로봇 시대 살아남기』란 책이 출간되었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코너 ‘로드맨’을 진행했고 지금은 MBC 사내벤처 딩딩대학을 운영 중인 염규현 기자가 쓴 이 책은 세계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본 역사서이자 미래지침서이다. “포에니 전쟁이 로봇을 만들었다?” “2001년 9.11테러가 ‘로봇시대’를 부추겼다?” 등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로봇 시대의 생존법을 모색한다. 『로봇 시대 살아남기』 출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염규현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염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로봇 시대 살아남기』 출간한 염규현 MBC 기자(사진=이영광 기자)
『로봇 시대 살아남기』 출간한 염규현 MBC 기자(사진=이영광 기자)

『로봇 시대 살아남기』 출간하셨는데, 첫 책 출간 소회가 궁금합니다.

“부끄러운 마음이 가장 큽니다. 주변 지인 중에 책 내는 기자들이 많거든요. 그때는 ‘다들 자기 관심 분야 책 쓰는구나, 대단하다. 고생하셨네.’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써보니까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이 뿌듯함보다는 부끄러움이었어요.”

왜 그럴까요?

“어떤 생각이나 주장, 이런 것들이 제 이름을 달고 낱낱이 공개되는 거잖아요. 그렇다 보니 나를 다 보여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이게 괜찮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설렘도 있지만 부끄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 것 같아요.”

이 책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요?

“제가 <굿모닝 FM 장성규입니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3년 넘게 매일 아침 출연하고 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우연한 계기로 특집 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의 궁금증을 받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거든요. 벌써 그게 재작년이에요. 거기서 ‘미래에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좀 걱정돼요’라는 사연이 있어서 그 고민을 이야기해보자는 계기가 있었어요. 사실 그와 유사한 고민을 저도 해왔었거든요. 그래서 라디오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방송했는데, 그때 일부 소개가 되면서 청취자분들께서 잘 들었다는 반응도 해주시고 그랬어요.

그 방송을 계기로 출판사와도 인연이 닿아 관련된 얘기를 좀 길게 다뤄보면 어떠냐고 제안이 왔어요. 제가 그 이후에도 학교나 지자체 등에서 강연을 진행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얘기들, 그런 글감이 모여서 이번에 책 한 권으로 정리해 보게 됐습니다.”

평소 로봇에 관심이 있었나요?

“책 서문에 썼지만, 로봇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정확히는 미래에 관심이 있었던 거고요. 우리가 미래에 맞이하게 될 시대가 로봇 시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이전에 <뉴스데스크> ‘로드맨’ 코너를 제작하면서 로봇 사회가 당겨지는 것에 대한 아이템을 다룬 적도 있고, 서울대학교 유기윤 교수님과 인터뷰도 했거든요. 아무래도 기자는 메신저다 보니 많은 메시지를 내는 전문가분들 만날 기회가 많잖아요. 그렇게 들었던 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정리하고자 했어요. 그동안 모은 구슬들을 하나로 꿰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시대 살아남기』 (염규현/ 지식의숲) 표지 이미지
『로봇 시대 살아남기』 (염규현/ 지식의숲) 표지 이미지

부제가 ‘포에니 전쟁부터 미중 갈등까지 세계사로 보는 로봇 시대 이야기’입니다. 책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로봇 시대 이야기라면서 ‘왜 역사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 준비하면서 미래 서적도 많이 읽어봤는데, 각계 전문가들이 앞으로 세상은 이렇게 될 거다, 저렇게 될 거다로 예측해요. 그런데 2000년대 초반 경영대학원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수업시간에 ‘온라인쇼핑 세상이 와도 신선식품과 의류만큼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고 해요. 왜? 음식은 상하니까 배송이 안 되고 의류는 입어봐야 살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온라인으로 판매하냐죠. 지금 와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그렇다고 당시 교수님들이 일부러 잘못된 내용을 가르쳐 주려고 그렇게 수업을 했던 건 아닐 겁니다. 미래의 기술이 어떻게 발달할지,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사실 그만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또 한 가지 예는, 2016~17년 즈음 인공지능이 한창 주목받으면서 ‘화가나 작곡가 같은 창의적인 직업군은 그래도 살아남는다.’란 말이 많았어요.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 영역은 AI가 못 할 테니까요. 다 그 당시 전문가들이 했던 얘기들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은 AI가 그림도 그리지, 작곡도 합니다. 그분들 역시 그 당시에 거짓말을 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 사례들이 너무 많고, 실제로 미래 예측은 그만큼 어렵단 얘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전문가들이 전혀 예측을 못 하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메신저 역할을 하는 건데, 그렇다면 섣부른 미래 예측을 모아 어설픈 전망을 내놓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런 예측들은 유통기한이 짧은데,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건 뭘까를 고민했죠. 적어도 우리가 지나온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고 교훈을 찾는 것, 설령 미래가 어떻게 펼쳐지든 한 번쯤 다시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역사 분야도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라 어렵지 않았나요?

“제가 뒤늦게 대학원에서 국제법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학회에도 가입하고 논문도 꾸준히 읽어보긴 하는데요. 개인의 민사 판례는 그 판결문 속 사실관계에 개인의 삶이 깃들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염규현이 이영광한테 돈을 빌렸는데 안 갚아서 소송 걸고’란 문장에 이런 개인의 역사가 담겨 있어요. 근데 국제법은 재밌는 게 뭐냐하면, 판례들이 국가 간의 다툼이고 그 판결문 속 사실관계에는 국가의 역사가 녹아 있거든요. 국제법의 판례 하나하나가 다 세계사의 장면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세계사를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세계적인 전염병 얘기가 나옵니다. 흑사병, 스페인 독감 이후와 천연두 이후가 다른 것 같아요. 왜 다를까요?

“역사에 만약이란 없고, 또 다양한 변수들이 관여하죠. 저는 왜 그랬는지를 논평할 입장은 못 되고 그때 나타난 현상들에 주목했어요. 그러면서 제 나름의 추정을 했습니다. 보통 큰 전염병이 지나가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죽으면 대개는 국가가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게 손쉬운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책에도 썼지만, 중남미의 천연두 같은 경우에는 부족한 노동력을 바로바로 수급하기 어려웠죠. 그러니 현지에 있는 젊은이들을 흑인 노예로 수입하면서 인종차별의 비극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 데려가면 운반 비용도 많이 들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코로나19 이후 시사점이랑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팬데믹 당시 젊은이들이 많이 죽지도 않았고 임금이 올라갈 일도 없었죠. 그런데 직원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방역 비용이 커졌죠. 그렇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보다는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노동자보다는 로봇을 쓰는 움직임이 코로나 때 많아졌죠. 이런 내용은 우리가 매일매일 뉴스로 소비하는 사실들인데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해보면 좀 더 이해가 쉽겠다고 생각했어요.”

『로봇 시대 살아남기』 (염규현/ 지식의숲)
『로봇 시대 살아남기』 (염규현/ 지식의숲)

미중 갈등과 로봇은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미중 갈등이 심화된 이유는 쉽게 말해 중국이 너무 많이 커버렸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미국이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손 좀 봐주자’란 형태라고 저는 쉽게 생각해요. 미국은 이제 핵심기술이나 산업을 더 이상 중국에 넘겨주려고 하지 않잖아요. 반도체 관련 제품 수출도 규제하고요. 각 국가는 그동안 인건비 저렴한 나라에 공장을 지어서 어떻게든 물건을 싸게 만들려고 노력해왔는데, 미국이 이제 ‘너 누구 편이냐? 중국에 가는 건 안 돼.’로 나오는 거죠.

근데 한국도 선진국 위상에 가깝다고 본다면,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생산비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 생산비용을 낮추는 가장 손쉬운 수단은 결국은 인건비를 줄이는 거고, 인건비를 줄이려면 그 일을 대신할 뭔가를 찾아야겠죠. 마치 천연두 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유럽 지배자들이 했던 것처럼 현대판 노예로 ‘로봇’을 도입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로봇이 어디까지 진화할까요?

“글쎄요. 지금 인공지능이 변호사 시험, 의사 시험도 다 통과한다고 하니까 이게 어디까지 갈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죠. 제가 책에도 인용했듯이, 커즈와일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기 전에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나올 거라는 급진적인 예측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도 갑자기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 뚜렷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기술적 진보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제가 지금 딩딩대학에서 AI 관련 정부사업 같은 것들도 다루고 있지만, 매주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 걸 보니 예측이 무의미할 정도로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책에도 ‘우리는 시차를 두고 도태될 것이다’라고 썼는데요. 한도가 있다기보다 분야별 시차가 존재한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 2016년 경제부 기자로 금융위원회 출입할 당시 경제 관료로부터 기본소득 이야기를 들었다고 나옵니다. 기본소득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았을 때였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막 나왔고, 인공지능 관련 책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을 때입니다. 당시 자율주행차 얘기 중이었는데, 정부 관료가 기본소득 얘기를 처음 해준 거죠. 저는 ‘나라에서 매달 돈을 받는 건 결국 배급 타 먹고 산다는 건데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를 한다고? 더구나 보수 정권에서?’란 생각을 했었죠. 그 관료 얘기는 ‘기본소득의 문제는 결국 국민 삶이 힘들어지면 어쩔 수가 없는 거다. 일자리 붕괴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도입할 수 있다.’란 취지였어요.

당시에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코로나19 상황이 되면서 전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받았잖아요. 기본소득이나 로봇 시대 논의는 10년 20년 후에 가능했을지 모를 일인데, 코로나가 미래를 미리 체험하게 해준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을 거치면서 여야에서 모두 기본소득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의 삶이 어려울 때 여야 없이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죠. 일단 사람이 살고 봐야 하니까요. 문제는 재원입니다. 코로나 때 재난지원금도 어땠습니까? 처음에는 조건 없이 4인가구 기준 100만 원씩 지급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선별 지원으로 돌아섰잖아요. 재정으로 모든 국민을 부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요. 그래서, 아마 지급되더라도 충분한 금액은 아닐 겁니다.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이미 지급되고 있는데, 그것도 선별적 기본소득이잖아요. 근데 그 돈 충분하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로봇 시대의 기본소득’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기초생활을 보장받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면 그건 기본소득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기본소득은 로봇 시대에 대안으로 거론은 되지만 그게 나온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증거일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반갑지 않다고 책에 썼습니다.”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챗GPT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책 마지막 챕터가 ‘로봇 시대 살아남는 법’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걸 꼽으신다면?

“개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개인 차원에서는 한 우물만 파서는 곤란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우물만 판다는 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데 그 전문 영역은 굉장히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개척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반복적인 것은 많은 데이터를 남길 수밖에 없고, 그 데이터는 결국 기계가 학습하면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좀 더 쓰임이 많지 않을까 해요. 제가 ‘꿈을 굴리라’고 표현했는데, 다양한 영역을 걸칠 수 있는 인재가 될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들 큰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은 분명히 있죠. 사회적 차원에선 그럴 때 우리가 혼자 살아남을 고민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영화 <타이타닉> 비유를 들었지만, 배가 무너질 때 거기 주인공들은 배 위로 도망가서 살잖아요. 근데 영원히 살지 못했죠. 당장은 살아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배는 가라앉습니다. 흔히 각자도생의 시대라고들 하는데, 각자도생 하다가 시차를 두고 다 같이 물에 빠져요. 그러니 각자도생을 하더라도 결국 머리를 맞대고 함께 잡을 수 있는 뗏목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맨 마지막 ‘닫는 말’에 다 썼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면 피하지 말고 모나게 살고, ‘한 우물만 파서는 안 되고’ 이런 식으로 과거의 격언들도 좀 달리 생각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로봇 시대에 우리도 언젠가는 도태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이게 남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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