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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장광연 뉴스타파 PD와 뉴스쿨 펠로우 박채린‧김주형

“언론 생태계 바꿀 중심에 뉴스쿨이 있죠”

2023. 04. 06 by 이영광 객원기자

“뉴스쿨, 상업적이고 정파적인 언론 문제 해결의 실마리”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비영리 독립 탐사보도매체 뉴스타파가 지난 2022년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이하 뉴스쿨)을 열었다. 저널리즘스쿨은 대부분 언론사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언론인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뉴스쿨은 좋은 언론인 양성을 넘어, 뉴스타파 같은 비영리 독립언론 창업을 교육목적으로 둔 새로운 개념의 언론학교다.

뉴스쿨 설립 취지와 운영 등에 대해 자세히 듣고자 지난 3월 29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에 위치한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뉴스쿨 담당자인 장광연 PD와 뉴스쿨 1기 수료생으로 현재 펠로우 과정에 있는 박채린, 김주형 씨를 만났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먼저 '뉴스쿨'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광연 PD(이하 장): “'뉴스쿨'은 기성 저널리즘스쿨과는 달라요. 기성 저널리즘스쿨이 언론인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면 '뉴스쿨'은 독립언론 창업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결국 언론인이 있어야 언론사가 운영되니 차이가 크게 없을 것 같은데?

장: “뉴스타파가 예전에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때 목적은 탐사보도 언론인 양성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친구들이 지금 기성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선배, 여기서는 탐사보도 못할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요. 그래서 탐사보도 기법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기성 언론생태계를 바꾸지 않으면 한계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뉴스타파와 같은 독립언론을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뉴스타파와 같은 독립언론 100개가 있으면 언론환경이 달라질까요? 무슨 말이냐면 바다에 설탕 한 스푼 넣는다고 바닷물이 달콤해지진 않듯이요.

장: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뉴스타파가 지난 10년간 들었던 가장 많은 질문은 ‘뉴스타파, 그게 지속가능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뉴스타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비영리 독립언론’ 모델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뉴스타파가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이젠 지속가능성을 확인한 이 모델을 우리 언론생태계에 퍼뜨리고 싶고, 함께하는 동료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비영리 독립언론이 유행이에요.

한국에서도 대구의 ‘뉴스민’ 같은 독립언론이 11년째 후원 모델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고요. 기독교 전문 매체인 ‘뉴스앤조이’도 10년 이상 그렇게 독립언론으로 생존하고 있죠. 그리고 '뉴스쿨' 수료한 분 중에 지금 당장 지역에서 독립언론을 창업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분도 있으시거든요. 뉴스타파의 ‘뉴스쿨’이 상업주의적이고 정파적인 우리 언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립언론이라 광고 안 받는다고 해도 후원을 받잖아요. 후원자는 한정돼 있는데 지속가능할까요?

장: “먼저 우리 사회에서 후원 모델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겠죠. 뉴스타파 같은 경우 탐사보도물을 가지고 2차 콘텐츠를 만듭니다.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거나 영화로 제작해 개봉합니다. 책 <죄수와 검사>, <윤석열과 검찰개혁>, 영화 <자백> <김복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건강한 재정 모델을 '뉴스쿨' 동료들과 같이 고민하고 계속 개발해 나가야겠죠.”

뉴스타파 출범 10주년이었던 2022년 ‘뉴스쿨’을 열었죠. 1기 '뉴스쿨'은 어땠나요?

장: “'뉴스쿨' 1기에 다양한 분들이 있었어요. 10년 차 기자부터 광역 시의원, 개발자, 예비 언론인까지요. 1단계 수료생 중 5명을 펠로우로 선발했고, 지금 뉴스타파 뉴스룸에서 독립언론을 만들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또 펠로우 과정은 밟고 있지 않지만 1기 수료생 중에 독립언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빠르면 올해 말, 새로운 독립언론의 탄생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독립언론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도 1기 중에 있었어요. 이분은 '뉴스쿨'을 통해 배운 탐사보도 기법들을 취재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제2기 교육생 모집 포스터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제2기 교육생 모집 포스터

4월부터 '뉴스쿨' 2기가 시작되는데 지원자가 많았나요?

장: “작년 1기 때와 비슷한 숫자인데요. 112명이 지원했고 그중에 20명을 뽑았으니까 6대1 정도 경쟁률이었네요.”

어떻게 뽑은 거예요?

장: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두 단계에 걸쳐서 선발했습니다. 독립언론에 대한 이해와 창업에 대한 의지 그리고 좋은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 등을 두루 고려했습니다. 1기와 2기 지원자들의 차이를 살펴 보면, 지원자들의 성격이 좀 달라요. 지난 1기 때는 언론인 ‘지망생’들이 많았거든요. 학생, 취업준비생 이런 친구들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현직’ 언론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현직 언론인들이 지원한 이유는 뭘까요?

장: “지원자 112명의 3분의 1, 즉 40명 정도가 전현직 언론인이었어요. 심지어 그중에는 기성 저널리즘스쿨이었다면 강사로 모셨어야 할 지상파 기자와 PD, 대형 언론사 기자가 상당수 있었어요. 그분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기성 언론생태계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지원 이유를 말씀하셨어요. 당장 독립언론 창업하겠다고 확답할 수 없지만, 뉴스타파와 같이 새로운 언론생태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 갖고 싶어서 왔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두 분은 펠로우 과정 중인데, 어떠세요?

김주형 펠로우(이하 김): “지금 탐사2팀에서 취재하고 있어요.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 재판’을 맡아 취재하고 있는데, 법원 가서 재판 듣는 것부터 그 내용으로 기사 작성까지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렵지만 많이 배우고 있어요. 1~2주에 한 편 정도 기사를 연재 중입니다. 기복이 없는 기사를 쓸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박채린 펠로우(이하 박): “저도 같은 팀에서 취재하고 있어요. 다른 언론사와 비교해보면, 언론사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를 순 없겠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있는 것 같아요. 데이터 저널리즘 수업이 많은 1단계 커리큘럼도 그렇고, 다른 언론사에서 처음엔 출입처 돌고 보도자료 쓰는 훈련을 한다는데 뉴스타파에선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요. 명함 하나와 질문거리만 들고 제 관심 분야에 맞는 의원실을 최대한 많이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첫날 과제였고, 그 이후엔 예‧결산서나 판결문을 찾고 읽는 법 등을 배웠어요. 초반 과정은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는 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교육과정을 두고 김용진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언론인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지만, 다른 뉴스타파 기자는 한국엔 기자 교육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그래서 뉴스타파도 마땅한 교육 커리큘럼이 없다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도 최고의 교육을 받는 것 같다가도 교육이 있긴 한 건가 싶어 막막할 때도 있어요. 창업이라는, 이전엔 없던 언론인 교육목적이 작용한 것 같고요. 펠로우 과정에서 의도한 것 같진 않지만, 독립언론을 창업하게 된다면 느끼게 될 막막함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장광연 뉴스타파 PD와 뉴스쿨 펠로우 과정 중인 김주형‧박채린 씨 (사진=이영광 기자)
장광연 뉴스타파 PD와 뉴스쿨 펠로우 과정 중인 김주형‧박채린 씨 (사진=이영광 기자)

이전에 뉴스타파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요?

박: “제가 10년 동안 후원회원이었더라고요. 그동안 꼼꼼하게 기사를 다 챙겨본 건 아니지만, 다른 언론사에선 하기 어려운 것, 찾아볼 수 없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어요. 저는 언론 분야의 문제점에도 관심이 있어요. 언론사이면서 다른 언론들을 지적하는 게 쉽지 않은데, 뉴스타파는 제가 보는 여러 매체 중에서도 미디어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좋은 보도를 하는 언론사가 아니라 언론의 판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언론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김: “저는 뉴스타파를 잘 안 봤어요. 요즘은 여기서 일하고 있으니까 챙겨보려고 하는데, 다루는 주제의 폭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걸 느꼈어요. 각자 관심 있는 사안이나 분야를 깊이 파보는 방식으로 취재하는 게 인상적이기도 하고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부터 언론에 관심이 있었나요?

박: “저는 민언련 활동가였는데 뉴스 보는 게 일이었죠. 그래서 '뉴스타파 같은 비영리 독립언론 100개가 탄생한다면 언론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뉴스쿨'의 설립 취지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한국경제신문 지분의 90% 이상을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런 언론사에 노동자 산재 문제는 왜 관심을 가지지 않느냐고 매일 지적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0년엔 3개월 동안 부동산 광고 현황을 분석했는데, 이 기간 동아일보‧한국경제 1면 광고의 60% 이상이 부동산 광고였고 조선‧중앙‧매경도 비슷했어요. 이들 신문에 부동산 세금 폭탄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 “저는 시사IN을 오랫동안 구독했고 예전부터 종이신문을 챙겨 읽었거든요. 긴 호흡으로 연재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저도 그런 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언론이라고 했을 때 폭이 넓다고 생각하거든요. 뉴스라는 형식에 부합하는 글이나 영상뿐 아니라 긴 시간 들여 취재한 결과물은 언론 영역 안에 포함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좀 길게 봤을 때 그런, 경계에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펠로우가 인턴 개념이잖아요. 다른 언론사 보면 일 많이 시키지만 급여는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 뉴스타파는 어때요?

박: “뉴스타파 기자 초임 수준의 ‘장학금’을 준다고 들었는데 먹고사는 데 문제없어요. 일을 많이 시키는 문제는 ‘어떤 일’을 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뉴스타파의 펠로우는 좋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강제로 더 하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제가 원하면 여러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육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장: “제가 첨언하면, 인턴이 아닌 펠로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단순히 일을 하는 성격이 아니라 탐사보도전문 독립언론을 만들기 위한 훈련이기 때문이에요. 탐사보도라는 것은 결국 기사를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장학금의 경우에는 뉴스타파 신입 정도 준해서 드리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급여가 아닌 ‘장학금’이라고 표현하고, ‘펠로우’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것이죠.”

[뉴스쿨] 뉴스타파 10년 독립언론 노하우 공유 (영상 갈무리)
[뉴스쿨] 뉴스타파 10년 독립언론 노하우 공유 (영상 갈무리)

비영리 독립언론 창업 인프라와 솔루션 제공뿐 아니라 창업 후 1년간 운영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나오던데, 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장: “창업 과정에서 두 가지 지원 내용이 있는데 하나는 인프라 제공입니다. 독립언론을 만들었을 때 홈페이지나 당장의 CMS 구축 같은 것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에 1년 정도 운영할 수 있는 운영비를 지원할 거고요. 이 이외에도 뉴스타파의 경영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노력할 겁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장: “단기적으로는 지금 같이하는 펠로우들과 함께 올해 안에 독립언론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지금 1기 수료생 중에 준비하고 있는 팀이 있는데 9월 내지 한 10월 정도 독립언론이 하나 나올 것 같아요.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언론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죠. 아직은 가칭이지만 ‘뉴스타파 독립언론 네트워크’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뉴스타파와 같은 독립언론이 하나둘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협업한다면 새로운 언론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퍼블리카(propublica)라는 세계적인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가 있습니다. 이곳은 ‘Local Reporting Network’를 통해 미국의 다양한 로컬 뉴스룸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고요. 프로퍼블리카가 로컬 뉴스라는 바운더리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면,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은 ‘독립언론’이라는 바운더리 내에서 서로 협업하고 기사를 공유하는 새로운 언론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뉴스쿨'의 비전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장: “뉴스타파의 지난 10년이 ‘비영리 독립언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한국 언론의 생태계를 바꿀 다양한 도전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뉴스쿨'은 그 10년을 준비하는 일종의 ‘비전’입니다. 많은 시민분의 응원과 지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 “뉴스타파 펠로우로서 다른 곳이라면 경험할 수 없었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원하는 형식의 기사를 써볼 수 있으니까요.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기사 쓰고 싶습니다.”

박: “펠로우 1단계 수업을 들으면서 독립언론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곳곳에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언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저도 독립언론의 가능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뉴스타파도 베테랑 언론인들이 시작했으니 가능했다고만 생각했고요. 독립언론의 필요성과 그 가능성에 대해서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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