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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남재현 MBC 기자

MBC 기자들이 지자체장 관용차에 주목한 이유는

2023. 03. 0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MBC <뉴스데스크>가 2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용차 사용 실태를 보도했다. MBC 기획탐사취재팀이 243개 지자체장이 어떤 차를 얼마나 타는지 전수 조사했더니 대부분 고가의 차를 타고 있었는데 사용기간이 짧았다. 지자체장의 전용차 의무사용기간 규정이 아예 없거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차량을 개조하거나, 친환경 홍보를 명분으로 수시로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2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량 실태를 취재한 남재현 MBC 기자를 만나 리포트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남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단독]
[단독] "당선되면 새 고급차" 지자체장 전용차 전수조사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지자체장 관용차 기획보도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지난번에 지자체장 집무실 보도를 했고, 이번에 관용차 실태를 전수조사했어요. 아이템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비슷한 아이템을 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600조 정도 되잖아요. 근데 절반 조금 안 되는 예산을 지역에서 쓴단 말이에요. 이게 작지 않은 규모인데 제대로 잘 쓰이는지 지켜보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대통령이 쓰는 100만 원이나 군수가 쓰는 100만 원이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요. 세금이죠. 그런데 감시와 견제도 중앙에 매몰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관용차는 지난번 집무실에 이은 시즌2로 애초 계획하신 건가요?

“집무실 예산 낭비 실태 보도가 나가고 바로 제보가 왔는데 관용차 얘기였어요. 그러니까 지자체장 집무실을 새로 고치고 멀쩡한 집기 직원들한테 떠넘기고 창고에 갖다 놓고 했는데, 관용차도 똑같다는 거예요. 제가 제보를 받아서 시작하게 됐죠.”

첫 번째 리포트에 양평군수 관용차가 나와요. 내부가 일반 차량과 차이가 크던데요?

“개조한 거예요. 찻값이 한 4천만 원 정도 되거든요. 방송에 나왔던 것 중에 제가 의자에 누워있는 차량은 9인승을 4인승으로 개조한 거예요. 비용이 더 들었을 수도 있는데 2천만 원 정도 소요된 것까지는 확인했어요.”

단체장이 사비를 들여 개조한 건 아닐 텐데, 그럼 문제 아닌가요?

“공용 차량인데 세금을 들여 개조하는 건 문제일 수 있다고 봐요. 개조가 꼭 필요한지도 확인해볼 내용이고요. 사비로 고치면 되지 않나 생각할 수 있는데, 세금을 쓰는 것보다야 낫지만 엄밀히 말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예를 들어 전세와 비슷하죠. 임차인이 마음대로 집 개조하는 건 안 되잖아요? 원상복구를 해놔야죠. 관용차는 공용재산이잖아요.”

[단독]
[단독] "당선되면 새 고급차" 지자체장 전용차 전수조사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7기 강원도 춘천시장은 관용차가 5대라고 나오던데?

“사실상 네 번을 바꿔 탄 겁니다. 맨 처음에 전임 시장이 타던 체어맨 차량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 K5하이브리드가 있었어요. 그런데 불과 1년 뒤 니로라는 차로 바뀌고 다시 넥쏘라는 차로 바뀌어요. 그다음에 이 넥쏘 차가 다시 카니발 리무진 차량으로 바뀌어요. 사실상 다섯 대를 산 거죠. 카니발 리무진 가격이 5,100만 원 정도 됐었거든요. 근데 여기에 1,500만 원짜리 안마의자를 설치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습니다. 그래서 그 후론 아예 안 탄 거예요. 지금은 직원 출장용으로 씁니다.”

카니발 리무진이 문제 되어 안 탔다면 뭘 탔나요?

“넥쏘 차량이랑 체어맨 차를 타고 다녔어요.”

춘천시장은 전용차가 두 대인 건가요?

“지자체장이 전용차로 가질 수 있는 정수라는 게 있어요. 춘천시에는 정수가 전용차 두 대, 의전차량 한 대로 총 세 대를 쓸 수 있게 돼 있었어요.”

이해가 안 되는데 전용차 두 대가 왜 필요하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춘천시는 이 세 차량을 한 대로 통합할 생각도 하더라고요. 손님맞이용 차가 체어맨이고 시장의 전용차는 넥쏘와 카니발, 그래서 세 대가 있죠. 체어맨은 보통 외부에 멀리 갈 때 탔다고 하고, 넥쏘는 단거리에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이른바 폼을 좀 내야 할 때는 체어맨 타고 나가고, 나머지는 넥쏘 탔다고는 해요. 하지만 저도 굳이 구분해서 두 대씩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남재현 MBC 기자(사진=이영광 기자)
남재현 MBC 기자(사진=이영광 기자)

관용차는 업무용으로만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마땅히 그래야 하는 거죠. 전용차를 제공하는 건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거잖아요? 중앙정부 부처에서는 장‧차관급에 전용차가 나오고, 지자체장 정도가 전용차를 받을 수가 있어요. 또 용도는 업무용으로 정해져 있어서 개인적인 용도로는 쓰면 안 되죠.”

개인차에 기름값과 보험료 등 차량 유지비와 기사를 지원하는 게 낮지 않나요?

“이동량이 많은 시장, 군수, 구청장들도 있거든요. 근데 개인차를 쓰면 나중에 보상해 줄 방법이 없겠죠. 이럴 수는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포항시장 같은 경우 운전직만 지원받고, 유류비나 차량 관리비는 자기 돈으로 부담하고 있거든요. 기관장의 선택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리포트에 1995년 지방자치제 출범 당시 지자체장 전용차 배기량 기준이 있었는데 8년 뒤 폐지됐다고 나와요. 왜 폐지된 거죠?

“저희가 행정안전부에 확인해봤는데요. 행안부 답변은 어떤 취지로 배기량 기준이 폐지됐는지 정확하게 나와 있지는 않다는 거예요. 다만 지자체의 자율에 맡긴다는 거고, 당시 언론 보도도 찾아봤는데 핵심 단어는 자율과 책임인 것 같아요.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 이것만 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으면 쓰지 말고 필요한 데가 있으면 더 쓰라는 얘기인 듯해요. 근데 막상 배기량 기준이 폐지된 뒤로, 취지와 달리 차량이 점점 대형화되고 고급화 됐던 거죠.”

[단독]
[단독] "빌려서 새 차 탄다" 너도나도 임차 '꼼수’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임차하는 단체장도 많던데 차량을 자주 바꾸려는 의도일까요?

“집무실 사안도 그랬지만, 지자체에 아직도 관행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 시장님, 지사님 오시면 으레 바꿔드리는 것, 그런 암묵적인 관행들이 여전해요. ‘내용연수’라는 게 있잖아요? 원래 차는 7년에 주행거리 12만km 정도. 지자체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덜 탔는데 바꾸기는 애매하잖아요. 저희 같은 언론도 있고 시민단체들도 있고 할 거니까 눈치도 보이고요. 그러니 이걸 다른 용도로 바꿔놓고 새로 임차해서 바꿔주는 거죠.”

임차비용이 만만치 않던데요?

“월 200~300만 원씩 나가는 데도 많아요. 간단히 계산해 보면, 렌트 1년만 해도 3,600만 원이죠. 그럼 사실 웬만한 차 한 대 살 수 있고요. 한 2년 정도만 돼도 그 찻값을 훌쩍 뛰어넘어요.

그럼 또 이런 얘기를 합니다. 임차 하면 타이어도 갈아주고 관리 다해주고, 보험료에 세금도 내준다고요. 그래서 저희가 계산해 봤어요. 새 차를 사면 한 3~4년 동안은 고장이 잘 안 나고 판매회사의 서비스가 잘 돼 있어요. 그러면 이득이 되는 건 자동차 보험료랑 세금인데, 보험료는 고급 차량 같은 경우 보통 렌트회사에서도 100만 원 정도 잡아요. 세금도 한 50~100만 원 잡거든요. 그럼 1년에 최대 200만 원 이득이라고 치고, 4년 타면 800만 원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 외 부대비용 합쳐도 1천만 원이 안 돼요. 계산해 보면 장기간 탈 경우 구매가 훨씬 낫죠.”

이름만 ‘의전차’이고 단체장이나 직원들이 의전차량을 사용하나 보더라고요?

“의전차량은 관청 방문하는 내외빈, 손님맞이용 차량이거든요. 그런데 확인해보니 대부분 단체장이 쓰거나 직원들이 쓰고 있었어요.”

[단독] 외부 손님용 의전차량, 알고보면 시장님의 '세컨드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단독] 외부 손님용 의전차량, 알고보면 시장님의 '세컨드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업무용 관용차가 있으니 그걸로 손님 모시면 안 되나요?

“그래도 될 것 같아요. 요즘은 고급 택시 불러서 의전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필요하면 하루씩 임차해서 쓰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근데 의전차량 개념이 예전에 생겨서 이것도 그냥 계속 관행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직원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예전에 차가 귀했을 때는 모르겠지만 요즘 VIP 중에 누가 차가 없어서 못 타고 오냐. 다 자기 차 타고 오지’라고요. 인터뷰에도 그런 내용이 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키가 커서 의전차인 카니발을 탄다는 거잖아요. 그럼 애초 전용차를 카니발로 사면 되지 않았나요?

“저도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이유가 뭐냐면, 한 3년 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이라고 해서 지자체나 단체장들이 차량 구매할 때 저공해차나 무공해차라는 친환경차를 의무적으로 사야 하거든요. 의무비율을 채워야 해요. 그런데 친환경차에 고급 세단이 몇 대 없거든요. 선택지가 별로 없었던 거예요. 그중에 가장 좋은 차는 샀는데 막상 이용해 보니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두 분 다 전용차가 전기차였잖아요. 부산시나 서울시나 어디를 급하게 가다가 충전하는 데 30분 걸리면 시간을 너무 허비하는 게 돼서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해요. 근데 ‘대기환경보전법’ 취지가 정책 입안하는 사람이 타보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직접 본보기도 보이고 하라고, 관리하라고 시행한 것이거든요. 그런 취지를 염두에 두면 사실 이 단체장들이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봐야죠. 그리고 구매 전에 고민했었어야죠.”

전기차 구입해서 거의 안 타는 지자체장이 많던데 예산 낭비 아닌가요?

“낭비죠. 저희가 조사해봤는데 전기차 주행거리가 대부분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잘 안 타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주행거리가 다른 휘발유차나 경유차처럼 많진 않았어요.”

[단독] 전기차는 주차장에‥친환경차 '생색내기'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단독] 전기차는 주차장에‥친환경차 '생색내기'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현재는 배기량 제한도 없고 몇 대를 사도 문제없는 거잖아요. 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앙정부 같은 경우, 기관장 전용차는 특히 8년에 12만km 이상 타야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교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에는 이 기준이 없는 거니까, 저는 제한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의전차량도 원래 목적은 손님맞이용인데요. 이걸 누가 쓸 수 있는지, 시장이 타도 되는지 등 규정이 모호해요. 없다고 봐야 해요. 그러면 이 규정도 만들 필요가 있죠. 또 한 달에 몇 킬로미터 이상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 돌린다거나 하는 등의 기준도요. 출퇴근 거리도 이미 전직 시장들이 탔던 평균치 자료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로 기준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봐요. 그러면 정말 차가 몇 대가 필요한 거냐 가늠해 볼 수 있겠죠”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찻값은 전체 시군구 예산에서 보면 보기에 따라,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죠. 그런데 관용차는 찻값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인건비나 유지관리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거든요. 저희가 관용차에 주목한 이유는 지자체장의 철학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관용차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보면, 지자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봤거든요.

예를 들어 지자체장 전용차 가격이 1억 원이라면, 그 안에는 형편이 정말 어려운데도 꼬박꼬박 낸 세금 10만 원이 들어 있을 수 있는 거죠. 어떤 사람은 20만 원, 어떤 사람은 1만 5천 원씩 낸 돈들이 다 모여서 세금, 그리고 지자체의 예산이 된다는 말이죠. 모두가 넉넉한 살림에 세금 내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집행하는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역시나 자료 확보하고 확인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항목도 숫자도 굉장히 많거든요. 저희 인터렉티브 페이지 (전국 지자체장 관용차 보고서 ☞바로가기)에 들어가면 전국 243개 지자체 차량 모델부터 배기량, 그다음에 사용기간, 임차기간, 언제 구매했는지 등 무척 많은 정보가 있어요. 이 부분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고 어려운 부분이었죠. 최대한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방송 화면 보시면 동의 구하고 설득해서 직접 인터뷰를 하고 얼굴을 드러낸 경우가 많았는데 그 과정도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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