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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종일 한국PD연합회장

“방송법 개정은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요구입니다”

2023. 02. 22 by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37대 한국PD연합회장으로 김종일 SBS PD가 지난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1995년 SBS에 입사한 김종일 PD연합회장은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 SBS 대기획 <신의 길 인간의 길>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등 다수의 시사·다큐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2009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지난 17일 김종일 PD와 전화 연결해 PD연합회장에 나선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PD연합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종일 한국PD연합회장
김종일 한국PD연합회장

1월에 PD연합회장 임기 시작하셨는데 업무 파악은 하셨어요?

“이제 한 달 반 돼 가니까 업무 파악은 어느 정도 했습니다. 연합회장이 생각보다 바쁜 일이더라고요. 참석해야 할 행사도 많고 해서 여기저기 참석하다 보니 한 달 반이 벌써 지나갔어요.”

PD연합회장은 어떻게 출마하게 되셨어요?

“연합회장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이전에 PD연합회장은 MBC와 KBS 분들이 주로 해왔거든요. 그런데 전임 SBS 협회장님도 그렇고 후배들이 ‘SBS에서도 연합회장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했어요. 저는 프로그램만 제작했기 때문에 망설였는데, 생각해 보니 개인적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출마하게 됐어요.”

출마 생각하시면서 가장 고민이 된 점은?

“거의 3천 명에 가까운 분들이 회원이거든요. 이분들과 소통하고 의견 조율하는 일을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 걱정됐고요. 두 번째는 현 정부가 언론 자유에 대해서 인식이 없다거나 강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연합회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올해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하셨더라고요.

“지금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멈춰서 있잖아요. 그걸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합회와 지부 간 회원들의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인데, PD들은 정치적 독립성을 확고히 할 분이 공영방송 사장으로 돼야 한다는 건 필요조건이고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정치적인 독립성도 굳건하게 지켜야 하지만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공영방송사 사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방송 콘텐츠가 한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글로벌 OTT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서 방송 시장 자체가 급변하고 있어요. 때문에 능력 있는 분이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선임되지 않으면 이 시장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요. 지금은 정치권에서 내리꽂은 사람이나 정치권 눈치를 보는 사람이 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공영방송은 세금이 낭비되고 국가에 손실을 끼칠 수가 있어서 더욱 그래요.

방송법 개정안은 그걸 막자는 것입니다. 방송 제작과 보도의 공정성‧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인지, 방송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현업 종사자들이 간접적으로 검증하는 걸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마련하자는 게 우리 PD들은 방송법 개정안의 취지라고 보거든요.

이게 단순한 정치적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방송사의 ‘생존’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요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현실적인 생존을 위한 요구인 거지요. 그래서 방송법 개정안이 관철되도록 끊임없이 협회원들이 소통하고 연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언론현업단체들이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안에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단체들이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안에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사진=미디어스)

MZ세대 청년 PD들의 다양한 요구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호응할 것이라고 하셨던데?

“MZ세대 청년 PD들은 어릴 때부터 굉장히 다양한 매체를 접하면서 PD가 된 사람들이에요. MZ세대들에게 어제 무슨 프로그램 보았냐고 물어보면, 본 매체도 다르고 콘텐츠 종류도 다양해요.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도 TV로 본 사람보다 모바일로 보는 PD가 더 많아요. 그리고 MZ세대들은 문화의 주류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들의 요구는 특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이전에 연합회 행사에선 선배 PD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근데 MZ세대 PD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아요. PD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트렌드를 만들고 유통시키고 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해요. 각종 연합회 행사나 세미나 아니면 PD 교육과정 실시할 때, PD 선배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 트렌드 세터로 알려진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요구가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초청해서 교육하고 세미나도 열고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PD들의 개인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을 개발하겠다”고 하셨더라고요. 이를 구체화할 방안은?

“예전에는 히트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느 방송사에서 만들었는지 주로 물어봤다면 요즘은 방송사보다 누가 만들었나를 더 궁금해하는 시대거든요. 그리고 어떤 PD가 프로그램 성공으로 유명세를 타면 다른 방송사로 이직하거나 독립하는 경우가 많죠. OTT 같은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서 직장 이동도 쉬워졌고 능력이 있는 PD들은 갈 곳도 많아졌거든요. 이걸 한마디로 말하면 PD 개인이 ‘브랜드’가 된 시대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연합회 세미나나 행사 기간에 김태호나 나영석 PD처럼 자기 브랜드가 확실한 PD들을 초청해서 그분들이 어떻게 자기 브랜드를 구축하고 성공시켰는지 그런 노하우를 공유하는 행사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올해 가장 중점에 둔 행사가 있어요. ‘한중일 PD포럼’이라고 20여 년간 한국·중국‧일본 PD들이 모여서 행사를 해왔는데, 최근 3년간은 대면 행사를 못 했죠. 3년 만에 올해 대면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거든요. 이 행사에선 주로 한중일 PD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에 대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평가하고 리뷰하는데, 이번에는 한중일 PD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 프로듀서들도 초청해서 ‘글로벌 콘텐츠 컨퍼런스’라는 행사로 확장해서 개최할 예정이에요. 나의 프로그램이 단순히 내가 소속된 스테이션에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어떻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알릴지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로 확장해서 치를 예정이에요.”

2022년 온라인으로 개최된 20회 한중일 PD 포럼 ©PD연합회
2022년 온라인으로 개최된 20회 한중일 PD 포럼 ©PD연합회

공약으로 ‘시니어 PD 맞춤교육 실시’ ‘북한 교육 프로그램 개설 및 방북 추진’ 등을 제시하셨는데 이유는?

“지금 방송사마다 주니어보다 시니어 PD들이 많아요. 그리고 최근 정년퇴직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거든요. 정년퇴직 나이가 60인데, 60이면 요즘은 청년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분들이 가진 제작 노하우로 사회에 공헌할 방안에 대해 연합회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일례로 코이카 같은 단체를 통해서 해외 저개발국에 파견해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공유할 프로그램이라든지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북한 교육 프로그램 관련해 말씀드리면,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있어요. 저도 기성세대지만 기성세대는 북한에 대해 동포애가 있거나 두고 온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는 분도 있고, 또 한국전쟁에서 상처받으신 분들은 적대감으로 기억하기도 하죠. 그런데 청년 세대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무관심이에요.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지도 않아요. PD들도 마찬가지예요. PD들도 청년 PD들 인식 조사해보면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어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면 남북 관계의 위기인 것 같지만 전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이 어떻게 기회가 될까요?

“2018년도에 북한 청소년 축구팀이 남쪽에 온 일이 있어요. 그때 남쪽에 또래 축구단이 있었어요. 그들이 같이 식사하고 훈련하는 걸 제가 10일간 밀착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 저녁 만찬 때 모여서 같은 테이블에서 밥 먹고 그러면서 정말 빨리 친해졌어요. 그리고 헤어질 때 보니까 서로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북한 친구 중에 눈물 흘리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과정을 보면서, 모르니까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남북 교류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봐요.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가까워질 수도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 거예요.”

지금 분위기 보면 북한과 어떤 교류건 어려울 것 같아요.

“어렵죠. 그러니까 저는 남쪽과 북쪽은 통일을 얘기하기 전에 교류를 먼저 해야 하고, PD들의 교류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PD들은 북한 관련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잖아요. 지금 북한은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접근해야 이해할 수가 있는 나라가 되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려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돼요. 그래서 PD들이 북한에 대해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연합회에서 고민하고 있고요.

그리고 어떤 식이든 우리 PD들이 북한에 방문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 가서 보다 보면 안 좋은 것도 발견하지만 좋은 면도 발견할 수 있고,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잖아요. 어떤 식이든 자주 가서 만나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금 예산이 없어서 그런데, 올해 방북을 못 한다면 최소한 중국의 접경지대나 백두산이라도 방문해서 멀리서나마 바라보고 하면서 북한이라는 나라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고, 북한을 알고 싶고 공부해야겠다고 느낄 만한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은 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게 필요하죠.”

한국PD연합회 로고(사진=한국PD연합회)
한국PD연합회 로고(사진=한국PD연합회)

앞서 언급하셨는데 예전엔 PD가 방송사에만 있었다면 지금은 넷플릭스 등 OTT가 있어서 PD 영역도 넓어졌어요. PD연합회에서 이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죠. 그런데 중요한 건 방송사든 PD든 콘텐츠 제작 능력이 핵심이라고 보거든요. 콘텐츠 제작 능력만 있으면 어떤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든 PD 개인이든 똑같아요. 나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 나의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방송사도 마찬가지예요. 방송사에서 PD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지 대한 고민이 핵심이고요. 외부 시장에 대해서는 콘텐츠 제작 능력만 있다면 어떤 시장의 변화도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송사나 PD나 문제는 똑같다고 생각하고,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해결 방법 역시 명확해요. 콘텐츠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죠.”

최근 MBC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피지컬: 100> 콘텐츠를 공개했죠. 아주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부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는 거잖아요. 이를 통해 PD의 개인적인 브랜드 가치도 좋아졌지만, MBC라는 스테이션의 브랜드 가치도 상승한 거죠. 하지만 저작권이 전부 넷플릭스로 귀속되는 부분에 대해 우려도 많이 나오는데, 이게 자주 있는 케이스가 아니고 매번 같은 방식으로 계약할 필요는 없죠.

지금은 넷플릭스가 갑처럼 보이지만 콘텐츠 제작 능력이 어느 정도 증명되면 콘텐츠 제작한 사람이 갑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부분도 앞으로 충분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모든 PD가 전 세계 유통 고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도들이 필요한 시점이죠. 그런 점에서 <피지컬: 100>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기 1년 동안 연합회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이세요?

“열심히 해야죠. 다른 방법이 있나요? 연합회에서 연합회장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세미나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주 업무인 것 같아요. 그리고 PD는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재미,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면 제가 연합회장으로서 우리 사무국이나 교육국, 그 외 직원들과 함께 여러 회원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 필요한, 뭔가 새로운 관점 얻는 데 아주 작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뭐든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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