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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에 "불법" 딱지 정부, 면허 정지·취소에 형사처벌 방침 '돈 뜯어내' 보수경제지 보도 여전 "법원 판결·언론 윤리 깡그리 무시"

'월례비는 임금' 법원 판결 아랑곳없는 정부·보수언론

2023. 02. 21 by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건설업체로부터 받아 온 월례비를 '임금'으로 인정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경제지는 월례비를 노동자가 사업자를 상대로 '뜯어낸 돈'으로 규정하고 '불법' '조폭' 딱지를 붙이고 있다. 정치권력과 언론이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고 '노동자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광주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장 박정훈)는 지난 16일 전남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대양건설산업이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A 씨 등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판결에서 월례비가 '임금'으로 인정된 것으로 1심 법원은 작업을 시키는 지위에 있는 대양건설산업이 월례비 지급을 강요당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월례비는 근절되어야 할 관행이라고 판결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모욕, 명예훼손, 허위사실 등의 혐의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운전기사들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대양건설산업이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현장 6곳에서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다.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은 서진종합건설·중흥건설과 운전기사들이 속한 타워크레인 회사가 맺었다. 

운전기사들은 업계 관행이라며 대양건설산업에 시간외수당과 월례비로 월 300만 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양건설산업은 6억 5천만원 가량을 월례비 명복으로 지급했으나 이후 "우리는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과는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월례비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대양건설산업은 작업거부 등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월례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운전기사들은 대양건설산업이 사용종속관계에 따라 임금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광주고법 재판부는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재개발공사 특기시방서에 월례비 등을 견적금액에 반영해 입찰해야 한다고 기재된 점 ▲광주·전남철근·콘크리트협의회가 업체가 지급해야 할 월례비 액수를 통일(250만원~350만원)한 점 등을 들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어도 피고들이 월례비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합치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시공사인 서진종합건설이 지급하는 타워크레인 장비 임대료 외 일체 비용을 하청업체(대양건설산업)가 지급한다는 내용이 공사 현장설명서에 기재돼 있던 점 등을 거론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월례비는 원고가 부담하기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은 이같은 2심 판결에도 월례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노조의 탈을 쓴 갈취 세력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잡아낼 것"이라며 "월례비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동안 건설노조를 향해 "현장에서 빨대만 꽂는 조폭",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비난했다. 

국토부는 21일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과 함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노조의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에 대해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규정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의 면허를 정지·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원도급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수언론 역시 월례비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이어가고 있다. 2심 판결 이후에도 주요 보수경제지는 <국토부에 사법경찰권…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불법" 명시>(한국경제), <원희룡 "아프리카도 이렇진 않다… 건설노조, 탈법 넘어 무법">(매일경제), <타워크레인 노조, LH 공사장서도 年 116억씩 뜯어>(조선일보), <타워크레인 조종사 1명, 2.2억 월례비 뜯어… 면허정지로 즉시 퇴출>(서울경제), <타워크레인 노조 ‘그들만의 리그’… “10년간 현장에 非노조원 딱 1명”>(동아일보), <타워크레인 월례비 이정도였어?… 1명이 연 2억까지 챙겼다>(헤럴드경제)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사설에서 "118개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을 강요받았고 피해액이 3년간 1688억원에 달했다고 신고했다"며 "이렇게 뜯긴 돈 중 얼마가 노조로 흘러갔는지, 그 돈은 어떻게 쓰였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에서도 "LH 같은 공공기관조차 월례비를 연 116억원씩 뜯겼다"며 "이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월례비를 '건설노조의 갑질횡포'로 규정했다. 세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심지어 LH 발주공사 시공사들이 현장 노조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매년 116억 원의 웃돈을 지급했다고 한다"며 "건설현장 악폐인 ‘월례비’가 공공 부문에서도 만연해 있다는 얘기"라고 썼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20일 '월례비는 임금, 법원 판결도 무시하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어 "그동안 보수신문은 <상납하듯 뜯기는 월례비> <"돈 내라" 조폭같은 노조> <조폭 그 자체인 건설현장 노조 횡포> <조폭들의 '삥 뜯기'> 등 차마 신문 지면에 쓰기도 민망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건설노조를 공격했다"며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과 인권보도준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경쟁적으로 '노조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원희룡 장관을 향해서는 "말끝마다 ‘법과 원칙’을 이야기하는 윤석열 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협회 언론윤리헌장은 "갈등을 풀고 신뢰를 복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해야 한다", "진영논리에 빠져 특정 세력을 편들거나 반대 세력을 과도하게 공격하지 않으며, 차이와 불화를 침소봉대해 갈등을 극대화하는 보도 태도를 지양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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